은행이 말하지 않는 금융 교양

‘고객 맞춤형 상품’이라는 말의 진실

by LIFOJ

누가 누구에게 맞추는 걸까?

“고객님에게 딱 맞는 상품이에요”

은행 창구, 보험 상담, 증권사 리포트…
금융 상품을 소개할 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이 상품은 고객님 성향에 딱 맞는 구조입니다.”

그 말을 들으면 왠지 믿음이 간다.
내 돈, 내 상황을 고려해서 설계된 것처럼 느껴지니까.
하지만 정말 그럴까?
정말 그 상품은 내게 맞춘 상품이었을까?
아니면, 나를 그 상품에 맞추도록 설계된 설명이었을까?


맞춤형이라는 말은 ‘마케팅 언어’다

우리가 흔히 ‘맞춤형’이라고 생각하는 구조는
대부분 아래 3단계로 작동한다.

고객의 리스크 성향이나 자산 규모를 간단히 질문

사전에 정해진 몇 가지 분류 항목으로 분류

이미 기획된 상품 중 하나를 골라서 ‘추천’

이 과정에서 실제로 당신을 위해 설계된 상품은 없다.
상품은 이미 만들어져 있었고,
당신은 그 상품에 ‘맞춰진다’.
맞춤형이 아니라, ‘배정형’에 가깝다.


왜 이렇게 설계될까?

‘상품의 수익 구조’가 먼저이기 때문이다

금융 상품은 고객의 니즈보다
회사의 수익 모델을 먼저 고려해서 설계된다.

수수료가 높은 구조

해지율이 낮은 구조

장기적으로 자산이 묶이는 구조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

이런 기준이 충족된 상품을 만든 다음,
그에 맞는 설명 시나리오를 구성한다.
그리고 상담 현장에서는
그 상품에 맞게 고객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상담은 솔루션이 아니라 ‘전환 설계’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내 상황을 파악해서 좋은 조언을 주는 시간”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상담은

상품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고객의 니즈를 거기에 연결하며

판매 가능성이 높은 조건으로 유도하는
전환 설계의 시간이다.

즉, 고객의 언어로 시작해서
상품의 언어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의 금융 상담 구조다.


나에게 맞는 상품은 왜 보기 힘든가?

진짜 나에게 맞는 상품은 대개

수수료가 낮고

단기 해지해도 손해가 없으며

구조가 단순해서 설명이 쉬운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상품은
금융사 입장에선 ‘매출 기여도’가 낮다.
그래서 상담 현장에서는
쉽게 권하지 않거나,
이미 단종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요즘은 그 구조로 안 나와요.”
“요즘은 다 이렇게 설계됩니다.”
이런 말은,
시장 변화가 아니라 전략 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


정말로 ‘맞춤형’을 원한다면?

진짜 맞춤형 금융을 원한다면
먼저 자신의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상담 전, 아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나는 몇 년까지 자금을 묶을 수 있는가?

나는 어떤 리스크는 감수할 수 있고, 어떤 건 피하고 싶은가?

나는 매달 얼마까지 납입 가능한가?

이 상품이 깨졌을 때, 손실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이 기준 없이 상담을 받으면
당신이 상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상품이 당신을 고르게 된다.


마무리 – ‘맞춤형’은 구조가 아니라 기술이다

요즘 금융 마케팅은 점점 더 정교해진다.
빅데이터, 행동분석, 금융심리 알고리즘까지 동원된다.
하지만 상품 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건 포장 방식뿐이다.

맞춤형이라는 말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야말로
한 발 물러나서 구조를 바라봐야 할 순간이다.

당신의 이름이 들어간 설계서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상품을 팔고 있다는 뜻이다.
진짜 맞춤은
당신만 아는 기준에서 시작된다.


Reflection Question

지금 내가 가입하려는 금융상품,
그건 정말 나에게 맞춰진 것인가?
아니면 나를 맞추게 만든 설계인가?

keyword
이전 05화왜 금융사는 고객의 ‘장기 보유’를 원할까-수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