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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갱B Aug 03. 2024

연습은 고집이다

연습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지금 이 연습실에서 연주의 실수가 연습이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대에선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어느 정도 곡이 몸에 붙고 자연스러운 태를 갖추게 될 때부터 정신적으로는 다시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 마디는 편하게 쳤던 곳인데 손가락 번호가 헛갈린다. 3번에서 1번이었는지, 4번에서 1번이었는지 확신이 없어진다. 그래도 다행이다. 연습이었기 때문에.


악보를 펴고 핑거링을 확인한다. 역시나 이 마디의 번호는 비어있었다. 괜찮다. 다시 쓰면 되고 더 확실히 빈 곳을 메우면 된다.


이젠 왼손 베이스 음이 헛갈린다. 이 부분에서 전타음이 나왔던가? 그다음 박인가? 반복되는 패시지에서 오히려 더 헛갈린다. 다시 악보를 본다.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할 뻔했다. 암보를 잘못했었다. 곡의 마지막 부분이 처음 부분과 유사한 곡들이 있는데 앞뒤를 바꿔서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 뜯어서 고친다. 괜찮다.

이것은 연습일 뿐이다.


무자비한 실수가 계속돼도 어쩔 수 없다. 알고도 좋아서 시작한 악기이고 고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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