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는 한 번뿐이지만, 연습은 수억 번에 달한다. 단 한 번의 연습으로 잘 된 연주라면 그것은 분명 외계인이거나 본인의 착각이다.
쏟아지는 음표 위를 속절없이 휩쓸려 간다. 이해되지 않는 소리에 누구를 위한 연주인지 무의미한 고민이 시작된다. 내 소리가 어디서 나는 걸까. 작곡가는 무얼 위해 이렇게 긴 음들을 나열한 걸까. 연결되는 음이란 무엇일까. 잘 정돈된 손가락번호들을 의미 없이 따라간다.
이렇게 흔들리면 안 되지.
땅을 딛고 꼿꼿하게 서본다.
발바닥을 힘껏 뿌리내려본다.
다시 악보를 마주한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입을 닫고
소리를 내 안에 쌓는다.
비로소 음악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