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감기의 유행이 시작되었다. 겨울보다 더 독하다는 여름 감기. 아프기 싫어서 그렇게 버텼는데 결국 유행을 따라간다.
아파도 연습을 쉴 수 없다. 실기고사나 연주 때에 아픈 상황을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연주자는 많이 있지만 아프다는 이유로 내 자리를 내어주고 싶지 않고, 대리시험이 불가하기 때문에 참는다. 아픈 것을 참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약간 고3 같은 마인드로 매일을 사는 것 같다.
아세트아미노펜계열은 나와 잘 맞지 않고, 덱시부르펜계열은 잘 받지만 두 번 이상 먹으면 잘 안 듣는다. 비타민 중에서 알약 먹고 마시는 걸쭉한 녀석은 입병에 최고이며, 눌러서 까먹는 비타민은 링거 맞을 시간도 없을 때 먹는다. 배앓이를 할 때는 초록색 두 알을 까먹고, 소화불량일 때는 가루약을 먹는다.
빅데이터를 잘 쌓아둬야 언제 어느 지역으로 연주를 가도 병원 찾아 헤매지 않을 수 있고, 무엇보다 병원약을 먹으면 나른해져 맹~한 기운에 손가락이 잘 안 돌아가거나 소리가 잘 안 들리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시절, 신종플루가 한참 유행일 때 타미플루 먹고 다음날 오전 연주에서 무슨 음을 치고 있는지 소리가 들리지 않아 꽤나 고생했었다. 다행히 느린 곡이라 큰 실수는 없었지만 아찔하다.
슬슬 몸살감기 기운이 온몸으로 퍼진다. 타건 할 때, 현을 그을 때, 한 숨을 불어넣을 때마다 울림이 팔꿈치로, 어깨로, 머리로, 온몸으로 울리면서 통증이 느껴진다. 조금 더 연습하다 보면 잊어진다. 옆 방 연습실의 학생도 콧물로 고생하던데 잘 버텼으면 좋겠다.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