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을 하는 이유는 연주가 있기 때문이다. 연주는 스스로 기획하여 연주하거나, 일거리가 들어오거나, 학생일 때는 시험 보니까 연주를 한다. 무대에 선다는 기분은 참 좋다. 관객 앞은 언제 겪어도 정말 두렵지만 좋은 홀에서 좋은 악기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특히 클래식 연주를 하면 연습하면서 느꼈던 부분들을 소개하는 기분이라 좋다. 이 패시지가 정말 소름 돋듯 예쁜데 말로 할 수 없으니 최대한 더 예쁘고 아름답게 들려주려 노력한다. 정말 닿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연주는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연습을 한다. 연습을 안 하고 연주에 오를 수는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다. 그렇게 연습을 오래한 곡이어도 며칠 연습을 하지 않으면 고새 소리가 붕 뜬다. 그럴 때는 곡이 워낙 어려웠다고 위안을 삼는다. 그래서 연주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끔 정말 천재가 나타나서 하나도 까먹지 않고 완벽한 연주를 할 때면 자괴감이 몰려오지만 나는 그걸 절대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릴 때는 마음이 많이 상했지만 그 자괴감에 빠진다면 악기는 할 수 없다. 어느분야에든 그런 사람은 있을 테니까.
그래도 좋긴 하다. 뭐가 좋냐고 물어본다면 딱히 그럴싸한 이유가 없다. 그냥 그렇다.
그냥 안 하면 안 되는 것이 내 악기이고 연주이고 연습이다. 연주는 바다여서 살기 위해 헤엄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