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 학생이 가장 늦게까지 연습하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곧 개학 시즌이라 바쁘니 오늘까지만 온다는 의미인 줄 알고 또 보자고 말했다. 학생이 머뭇거리다 음악을 그만둔다고 했다. 흔한 일이다.
새로운 출발을 응원한다는 말과 함께 편하게 그냥 놀러 오고 싶을 때 놀러 오라고 했다. 학생이 그만둔 이유는 연습과 학업을 병행하기 힘들어서였다. 연습실 탕비실을 정리하면서 청소를 마무리했다. 작은 의자에 앉아 잠시 연습실을 둘러본다. 작은 냉장고 소리가 오늘따라 크게 웅웅거린다. 개수대에 물이 한 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잘 빨아 둔 행주의 냄새가 스친다. 고요하다. 마음속이 복잡하다. 그만둘 것을 알면서 가장 마지막까지 연습을 하다니. 무슨 마음이었을까.
많은 예비 연주자와 전공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떠나보냈지만, 이 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매일 봤던 학생이어서일까. 마음이 쓰인다. 흔히 말하는 재능 있는 학생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했던 학생이었다. 순수한 열정으로 여기까지 왔었다.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기뻤다. 그만 둘 마음을 먹는 것조차 너무 힘든 일이고 용기였겠지. 나는 그런 용기가 없었다.
학생이 연습했던 모든 시간들이, 모든 슬픔과 기쁨이, 앞으로 살아갈 또 다른 인생에 있어 의미 있는 몸짓이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