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다. 연습시간에 유튜브를 틀어두고 연습하던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학생이다. 그동안 유학 준비로 미국을 다녀와서 연습실에 못 왔다고 했다. 그리고 맑은 얼굴로 한 번에 붙었다는 말에 세상은 야속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연습을 잘하지 않으니 레슨을 매일 가고 또 가느라 연습실에도 잘 오지 않던 학생이었고 연습을 잘하지 않으니 반주자에게 시련을 주던 학생이었다. 보통 반주를 맞추려면 서로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학생은 늘 태평했다. 당연히 반주 맞춰보는 횟수도 일반적인 학생들보다 2배 이상 많고 길었다. 이에 따른 레슨 비용과 반주 비용은 모두 부모님의 몫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도 어떻게든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는 대치동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이 학생은 정말 특수한 케이스이다. 나 역시 입시 레슨을 일주일에 2번 레슨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시기의 아쉬움이 남느냐고 물어본다면 주 2회를 레슨 받아도 안될 놈은 안된다는 것을 이젠 안다. 될 녀석은 어떻게든 하면 빛이 난다. 재능은 참 야속하다. 그렇다고 그만 둘 용기도 없어서 허울뿐인 외양간을 고치면서 산다.
이 학생은 이제 한 달 뒤면 미국으로 떠난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좋은 음악가로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
사인 한 장 미리 받아 둘까. 사진을 하나 같이 찍어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