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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갱B Jul 26. 2024

연습을 버티는 힘

연습을 버티는 힘


여름이니 참 덥다. 에어컨의 가호로 연명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습도 높고 멀쩡하던 하늘이 갑자기 하늘이 비를 게워내기까지 한다. 창 밖 풍경이 안 보일 정도로 내리니 전날 밤 과음을 했나 싶다. 아니면 하늘도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를 겪는 걸까.


여름이면 외할머니가 많이 생각난다. 더위를 많이 타셨던 할머니. 할머니께 찬송가 한 번 연주해드리지 못해서 아쉽다. 지금 내가 음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대로 음치 집안이라 아마 안 좋아하셨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떤 노래를 불러도 타령으로 만드는 마법을 지니고 계셨고 슬프게도 클래식 전공자인 나 역시 물려받은 것 같다. 그래서 메트로놈*은 나의 연습메이트이자, 뼈에 새기고픈 애증이다.

*메트로놈 : 박자 맞추는 기계이자 악기.


외할머니께선 절기마다 식탁을 꼭 챙기셨는데, 계절 음식은 약이 된다고 하셨다. 여름이니 콩을 그 더위에 푹푹 삶아 맷돌에 갈아서 고운 체에 한 번, 면보에도 한 번 더 걸러 목 넘김이 부드럽고 진한 콩국수를 해주셨다. 본인이 좋아하시는 콩국수라서 더 열심히 맛있게 만드신 것 같다. 귀한 줄도 모르고 황설탕 탈탈 뿌려 서걱서걱 먹었다. 국수는 배가 금방 꺼진다고 옥수수와 감자도 삶아주셨는데 나무 소쿠리의 포실한 감자와 옥수수가 내는 모락모락 김까지도 맛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옥수수를 와구와구 뜯고 나면 입 주변까지 달달해진다.


어느 날은 얻어 온 복숭아와 자두로 더위를 처방을 해주셨고, 그다음 약으로는 순번을 기다리는 무화과나무가 있었다. 하루하루 먹으며 더운 날의 연습을 이렇게 버티게 된다. 누워있길 좋아하시고 햄버거와 피자를 좋아하셨던 신세대 할머니. 콩국수는 꼭 맷돌에,  옥수수와 감자는 꼭 나무 소쿠리. 아프시고 나서 관리가 힘들어져 믹서기와 스테인리스 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꼭 챙겨주신 계절들. 더위에 무너져도 외양간을 고칠 수 있도록 이렇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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