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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갱B Jul 19. 2024

음악 연습실의 여름

7월의 여름. 연습실이 가장 한가해지는 계절이다. 가장 많이 연습하러 오는 예술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실기고사가 모두 끝났고, 벼락치기로 연습하러 오는 음악대학 학생들의 실기도 이미 한참 끝났기 때문에 음악 연습실은 가장 고요한 계절을 맞이한다. 연습실 소사로서는 바쁜 시기이기도 하다.


연습하며 남몰래 흘리는 눈물을 참기 위해 그랬는지 방음벽을 연필로 사정없이 구멍을 내서 벌집을 만들어 놓은 곳을 메꿔야 하고, 피아노 밑으로 굴러간 연필들이나 지우개를 보물 찾기를 하듯 꺼내야 하며, 에어컨 청소 업체 사장님이 시원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실 때 나는 공기 청정기를 청소를 하면서 주변을 정돈한다. 솔직히 방음벽에 벌집을 만들어 놓은 미술가를 꼭 찾아서 물어보고 싶지만 그냥 참기로 한다. 정말로 많이 힘들었을 수도 있을 테니 다음엔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예술적 혼을 담아 꼼꼼하게 메꿔둔다. 솜씨가 형편없어서 티가 나긴 한다. 연습에 집중하면 아마도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피아노 조율은 여름이라서 하지 않는다. 짧으면 2주, 길면 3개월에 한 번씩 조율을 하는데 특히 여름엔 열과 습기로 늘어진 악기를 무리하게 텐션을 잡아 조율을 하면 습기로 인해 금방 풀리기도 하고 계절의 바람이 바뀌면서 수축으로 인해 틀어질 수도 있다. 6월 중순에 조율을 했으니 음정이 조금 떨어졌지만 태풍이 두어 번 지나갈 때까지 조금만 참기로 한다. 그리고 실제 연주할 때는 바이올린이나 다른 악기들처럼 내 악기를 가지고 갈 수 없으므로 적당히 상황에 맞춰서 연주하려는 마음가짐까지 연습하기로 마음먹는다.


물론 여름에 특히나 힘든 악기들을 위해 유명 연주홀이나 아주 고가의 악기가 있는 연습실은 일명 ‘피아노 냉장고’라고 하여 방 전체의 온습도를 관리할 수 있어서 언제든 최상의 컨디션인 악기들이 준비되어 있지만, 그곳들은 내가 쉬이 연주할 수 있는 곳들이 아니다.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내 마음가짐을 바꾸면 된다. 이 마음가짐을 먹기까지 나는 소를 여러 번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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