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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광 Oct 22. 2023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다

아직은. 그렇지만 아마 앞으로도



e스포츠, e스포츠 많이들 이야기하잖아요.

저도 한 때는 e스포츠도 기성 스포츠 안에서 당당하게

한 자리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음.. 한 고등학생까지는요.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없다고 봅니다.


몇 가지 문제점이 개선되기 전에는요.

그리고 그 문제점은 사실, 바뀌기 꽤나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능성이 낮다, 매우 낮다.

라고 보는 거죠.




예를 들어 볼게요.


만약 축구에서 공격 측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는

머리 위로 올라오는 패스만 할 수 있다는

새로운 룰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키가 작은 메시는 레전드 선수가 될 수 없었을 거고,

반면 키가 큰 호날두는 메시보다 더한

업적을 쌓을 수 있었을 수도 있겠군요.



아니면 농구에서 골대의 높이를 대폭 낮춰버리면,

키가 큰 선수들은 손가락 딸깍 만으로 골을 넣을 수 있는..

대 혼란이 오겠군요.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이미 스포츠로 불리고 있는 기성 스포츠 종목들은

대부분 여러 국제 협회가 모인 곳에서 룰을 정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생겨난 권위는 일부 지역, 리그에서 룰을 수정하여도

이를 공식적인 대회나 룰로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집니다.


독단적으로 게임의 룰을 어느 한쪽이 유리하게 수정하지 못한다는 뜻이죠.


그러나 게임 대회는 종목에 대한 소유권을

사기업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 게임사는

자사 게임에 대한 내용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죠.



물론 게임 자체가 공정한 경쟁을 기반으로 삼고 있고,

이 부분에서 재미요소가 생겨나는 것은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사가 노골적으로

한쪽이 유리하도록 바꾸지 못하겠지만,

그런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 자체로 충분히 위협적입니다.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구요.




두 번째 문제는 방금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우리가 당장 10년, 50년 뒤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좋아할까요?

아니, 우리가 하기나 할까요?


그때쯤이면 더 재밌는 다른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요?


우리가 1990년대 열광했던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역사의 뒤안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공식 리그는 종료됐고,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명맥이 이어지고 있죠.


저도 생방송으로 보고 있었어요. 치어풀 감사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도 시간의 문제일 뿐, 같은 전철을 밟을 겁니다.


백번 양보해 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더 재밌는 리그 오브 레전드 2를 만들거나

혹은 지금 리그 오브 레전드를 지속적으로 개발, 디벨롭하여

10년 후에도 인기게임이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문제가 있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돈이 되지 않는 순간,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가 돈이 되지 않는 순간,

대회를 열지 않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사기업은 사업 영위를 위해 항상 수익을 추구해야하고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수익이 되지 않는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

수익 혹은 수익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대회가 열릴 수 있다는 거죠.


수익성 문제, 인기 문제로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사라졌고, '오버워치' 리그가 사라졌으며,

'히어로즈 오브 스톰' 리그가 사라졌습니다.

(저 블리자드 안티 아닙니다)




그런데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내 프로 선수로 구성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내 화제가 됐습니다.


어 그런데, 스포츠가 아니라면서

아시안게임에서 게임이 종목으로 채택됐네요?


아시안게임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및 다른 게임이

종목으로 채택된 과정은 다음 기회에 이야기드리겠습니다.

너무 길어지거든요.


쵸비 팬이지만, 리스펙 합니다. 페이커.


아무튼, 금메달을 딴

아마 여러분들도 들어보셨을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메달리스트 합동 기자회견에서 답한 대답이 화제가 됐습니다.


'e스포츠는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는

기성세대의 여론이 있다'

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어요.


'중요한 건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께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


개인적으로 참 멋있는 대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으레 프로 선수라면 가져야 할, 모범적인 논지에

단어 선정도 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저 같은 F인 사람들에게는 "크 주모!"를 외칠 만한 대답이었죠.


그리고 이 글을 생각하게 된 것도

이 인터뷰를 접하고 나서였습니다.




마치 NBA의 마이클 조던에 비유되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페이커 선수는


사기업이 소유한 일개 게임의 프로 선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라이엇게임즈가 미친 척하고 당장 내일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를 서비스하지 않는다면,

모든 공식 대회를 폐지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좋아해 마지않는 '페이커'를

그의 플레이를,

그의 현재를.


어디서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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