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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광 Dec 02. 2023

관종 INFP의 밴드 보컬 활동기

시선 받는 게 좋아서 하는 직장인 밴드 소회


3월부터 시작한 직장인밴드가

어느새 10개월째에 접어들었고

며칠 전 네 번째 공연을 마쳤습니다.




꼭 하고 싶었던 취미가 직장인 밴드 보컬이었거든요.


당시 노래를 꽤 잘한다고 생각했던 저는

더 잘해지고 싶어져 물어물어 보컬 클래스를 찾아가 받았고,

거기서 '응 너 노래 개 못해' 판정을 받고는

열심히 연습을 하면서 지내던 때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본 네이버에서 직장인 밴드 보컬 구인글을 보게 됩니다.


밴드 포지션 중 가장 흔하고

쉽게 구인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이 보컬입니다.

게다가 남자 보컬이다? 구인 걱정을 안 합니다.

올리면 열몇 명씩 지원이 오니까요.


그래서 일단 아묻따 지원을 했습니다.


아무튼 훗날 형이라고 부르게 되는 운영진 분을 만나

간단하게 상담을 하고, 두어 곡 부릅니다.


근데 어라, 됐네요?


그리고는 소속될 팀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존 팀의 경우 나이대가 조금 달라 어려울 것 같고

새로 짜는 팀이 있는데 거기로 가면 될 것 같다며,


그렇게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게 됩니다.





제가 속한 밴드연합에는 현재 약 8개의 팀이 있고,

매달 몇 팀씩 돌아가면서 공연을 합니다.


그리고 1년에 두 번하는 정기공연에는

큰 공연장을 대관해

모든 팀이 참가하는 정기공연을 하죠.


이번 공연은 정기 공연이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우리 팀의 기타 이펙터가

문제가 생겨 그걸 고치는 동안

앞에 서서 이런저런 말을 하며 시간을 끌었습니다.


이런 적이 지난 공연인 9월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7월에도요.


4월 첫 공연을 빼고 연이어 세 번의 공연 동안

같은 일이 계속 생겨 이제는 징크스로 자리 잡았죠.




스태프 분들이야 진땀 흘려가며 조속한 진행을 위해

정신이 없지만, 제게는 그 몇 분의 시간이 참 행복합니다.


온전히, 관객들의 시선과 관심을 받아낼 수 있고

제가 상황을 이끌어갈 수 있거든요.

마치 스탠드업 코미디처럼요.


물론 노래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전 사실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게 좋아서 밴드를 합니다.





팀이 공연을 위해 곡을 선정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삐걱대는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우선 곡 선정부터 어려워요.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각 포지션이 모두 있는 곡.

채보하지 않아도 악보를 구할 수 있는 곡.

각 구성원의 실력 내에서 연주가 가능하여야 하고

특정 포지션이 너무 할 게 없지 않아야 할 것.

보컬 음역대나 장르 등 소화 가능하여야 할 것.

공연에 올릴 시 사운드가 풍부하게 나는 곡이어야 할 것(ex 조용한 발라드x).


이렇게 거르기 시작하면 곡 선정이 꽤나 어렵습니다.

우선 각 포지션이 모두 있는 곡부터가 1차 관문인데

여기서부터 많이 걸러집니다.


곡 선정 과정에서 구성원끼리 마찰도 생겨나죠.

팀도 많이 와해되고요.


곡 선정뿐만 아니라 연습 과정이나

팀원 간의 호불호도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스트레스를 합주, 공연으로 상쇄시킵니다.


또 연습실에 꽉 차는 사운드를 들으며 합주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억 소리 나는 이 치어풀^^ 은 아무도 오지 않아서.. 개인 소장행


저는 기본적으로 INFP, 내향형인 사람입니다.

여러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모임 같은 곳에서는

말이 적은(아니, 거의 없는) 편이에요.


낯도 많이 가려서 친해지는데도 오래 걸리고요.


그런데, 멍석 깔아주면 달라집니다.

신기하게도 술술.. 까지는 아니지만

말을 하는데 어렵다고 느껴지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 이번 공연에서 음향 문제가 났을 때도


"제가 지난번 정기공연에는 제 지인들이 저 보러 많이 와주셨는데,

이번에는 한 명도 안오더라구욯ㅎ ㅠㅠ 허허"


까지만 말하려다가,


"그래서 말인데요, 오히려 이렇다 보니

시간 내주셔서 와주시는 것이 공연하는 사람 입장에서 얼마나 고마운 건지

알게 되더라고요. 정말 힘이 많이 되거든요. 없고 보니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분들을 대신해 여기 찾아와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라고 순간 생각이 이어져서 길게 덧붙이게 되더랍니다.

참 신기해요.


마이크 잡는 일을 업으로 했어야 했나.. 싶기도 합니다.




신나고 남들이 쉬이 하는 취미도 아니어서 재밌지만,

개인적인 상황도 사실 그리 좋지 않고


전체적으로 구성원들이 나이가 많은 편이라

맞춰가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까지만 하고 그만 두어야 하나를

세 번째 공연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두 가지가 발목을 잡더라고요.


꼭 해보고 싶은 곡들을 못 해본 것.

공연에 서서 시선을 받을 때 느껴지는 기분 좋음.


그래서 따로 스스로 하고 싶은 곡과 공연을 주도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팀을 해보고 싶다고 요청했고

현재 진행 중입니다.





저는 직장인 밴드를 하면서

자존감과 그래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얻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취미를 가지고 계신가요,

그리고 그걸 통해서 무엇을 얻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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