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숨기고 있는 그거,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최근에 아주 무서운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숨기고 싶은 것이 사실은
누구에게나 다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무서운 생각이요.
제가 활동하는 직장인 밴드에서
주기적으로 뵙는 분이 있습니다.
그렇게 자주 뵙는 것도 아니고
친한 분도 아니어서 대화 몇 마디 해보지 못했지만
전 그분이 본인의 작은 키를
엄청난 콤플렉스로 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 말고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낄 거예요.
왜냐하면
늘 키높이 구두에 달라붙는 바지를 주로 입으시고,
엉덩이 아래로 내려오는 기장의 상의를 입으시는 걸
한 번도 못 봤거든요.
키높이 구두나 달라붙는 바지가 아니라
차라리 평범한 스타일로 다녔으면 어떨까 해요.
키가 작은 건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닌데
저런 스타일로 다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나 키 작아. 근데 그렇게 보지 말아 줘'
라고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도 혹시 그러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숨긴다고 숨기고 있는 내 단점을
내 주변 사람들이 간파하고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빛광이가 이런 걸 숨기고 싶어 하고 있구나'
'그러니 모른 척해줘야지'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아주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단점이 있습니다.
감정기복이 심하다는 건데요,
기분이 좋다가도 한순간에 안 좋아지고
안 좋다가도 금방 기분이 좋아집니다.
전 그걸 숨기려고
어떤 상황에도 태연한 척, 개의치 않는 척하려
평소에는 근엄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내뿜지만
상대의 별 뜻 없는 말이나 표정, 행동에도
쉽사리 무너집니다.
마치 키가 작은 그분이
키높이 구두를 벗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처럼요.
그렇다면
기분이 나빠도 나쁘지 않은 척,
기뻐도 방방 뛰지 않는 절 보며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닌
티를 안 내려고 용쓰고 있다, 여유가 없어 보인다.
라고 평가하고 있었다는 뜻이 됩니다.
차라리 기분이 변할 때마다
표현을 하고 티를 내되 선을 넘지 않게 조심한다면
절 보며
'저 사람은 이런 부분에서 기분이 좋구나'
'이러는 걸 싫어하는구나'
라며 오히려 파악하기 쉬웠겠죠.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되려 저를 다가가기 힘든 사람,
알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분이 평소에 키높이 구두를 신지 않고
달라붙는 바지를 입지 않았다면,
평소에 그분의 키에 크게 개의치 않았을 것처럼
본인의 콤플렉스를 감추려 포장하는 것이
오히려 콤플렉스를 주지시키는
결과를 준 셈이죠.
전 생각이나 상상, 잡생각이 많은 편인데
예전엔 그걸 단점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런 절 싫어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분명 단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어요.
덕분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기도 하거니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제가 보는 제 모습은 꽤나 마음에 들거든요.
그것처럼 이 문제 역시
단점을 단점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장점도 분명히 있는, 그냥 나 자신이다.
싫어하지 말자. 억지로 바꾸려 하지 말자.
라는 관점으로 다가가 보려고요.
하루아침에 바뀌기 쉽지 않겠지만.
노력하면 바뀌어 있을 거예요.
그냥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뿐이니,
생각보다 빠르고 쉽게 될 수도 있겠죠.
어쩌면 사람들 대다수는 어릴 때 깨달았을 부분을
늦게나마 알게 된 느낌이지만
다들 이렇게 나이를 먹고 뭔가 깨달아 가면서
성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러분도 단점이 있으신가요?
혹시 그걸 숨기고 있진 않으신가요?
아마,
주변 사람들은 여러분이 숨기고 있는 그거,
이미 눈치채고 있을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어때요,
무섭지 않나요? 〣( ºΔº )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