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회색 도화지에서 피어난 곰팡이
과연 우리 주변의 현실도 영화처럼 전쟁터의 철조망 사랑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집안 가문 같은 숙명적 사막에서 피어난 장미꽃 같은 사랑이 아예 없다고만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평소에 발을 딛고 있는 삶의 터전이 저런 공간들의 분위기들과 비슷하다면 결국은 철조망 사랑이나 사막 장미의 사랑과 다름없는 것 아닐까. 직장이든 집안이든 험난한 전쟁터나 뜨거운 사막 같은 분위기라면 말이다. 가령, 처음부터 바탕색이 아주 새하얀 도화지가 아니라 잿빛으로 가득한 회색 도화지가 존재한다면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사랑이 아무리 아름다운 핑크빛을 띄고 있다고 할지라도 회색 도화지 위에서 간신히 힘겹게 피어난다면 그 핑크빛 본연의 색이 완전하게 우러나올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얀색 도화지 위에다가 분홍빛 크레파스나 물감을 칠해야지만 본래의 분홍색이 잘 발현되는 법 아니던가. 잿빛 바탕에서는 아무리 어여쁜 색상의 사랑이 피어나봤자 슬픈 회색빛의 그늘과 어둠이 곁들여져서 온전한 핑크빛의 사랑이 피어나는 게 힘들 수밖에 없다. 그게 당연한 자연의 법칙이자, 이치이자, 순리가 아닐까. 침울한 회색빛의 기운을 머금은 핑크빛이라... 어떤 색상일지 상상은 가는가? 참, 생각만으로도 짠하네. 괜히 슬프지 말자...
하지만 어찌 우리의 삶이 항상 새하얀 도화지 같은 완벽한 환경에서만 시작될 수가 있겠는가. 그럴 수만 있다면야 커다란 축복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 분명할 것이다. 설령 타고난 복이 어마어마해서 처음부터 아무런 부족함도 없고 장애물도 전혀 없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들, 모든 면에서 평생 그런 행운의 환경이 지속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것 아닌가. 대단한 행운의 소유자도 이러한데, 그저 평범하게 태어난 보통의 사람인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시공간은 오죽할까나. 내가 지금 온전한 나로서 존재하고 있는 현재의 이 시공간만 보아도 아주 완벽하지는 못한 사람이 태반일 테니 말이다. 아니 완벽은커녕 불안과 위험이 가득하여 안정과 평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시공간이라면, 회색 빛 도화지의 시공간과 과연 뭐가 다를까. 전쟁터나 사막이랑 뭐가 다를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환경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과 사랑을 무조건 포기해야만 하는 걸까? 과연 자포자기만이 정답인 걸까? 비록 자신들한테 주어진 환경은 척박해서 힘들게 간신히 피어난 사랑일지라도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더 커다란 사회나 국가에 해당되는 ‘그들이 사는 세상’만큼은 믿을 수 있다면 그 사랑을 시작할 용기를 가질 수가 있을 것이다. 자신들의 삶과 사랑을 출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성립되는 것일 테니깐 말이다. 그런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환경적인 요인이나 사회적인 시스템이 나쁜 힘이나 영향으로 인해서 걸핏하면 불안정해지거나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가능하여 안정감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아닐까. 그렇게 자신의 발을 딛고 있는 바닥의 판이 어떤 외부 요인이나 검은손의 바람에 의해서 훼손되는 위험에 많이 노출되지 않도록, 탄탄한 사회적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하얀 바람의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 결국은 곧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힘겹게 피어난 사랑의 주인공들인 그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 좋아진다면, 그게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 전체가 좋아지는 것일 테니깐 말이다. 지금 현재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누구든 간에 언제 어디서든지 어떤 종류의 힘겨운 일이라도 마주칠 가능성은 존재하는 법이다. 특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하얀 바람이 아니라 검은 바람이 가득한 세상이라면 더욱 그럴 확률은 높아진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 않다고 해서 혹은 남들보다 유리한 입장이라고 해서 검은손의 바람이 부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치하거나 오히려 앞장서서 악용하게 된다면, 결국은 돌고 돌아 언제 어디서 또 다른 누군가가 다시 힘들어지게 되는 도미노 같은 현상도 충분히 나타날 수가 있다. 그런 것을 악용한 악인이라고 해서 똑같은 일을 절대 당하지 않는다는 예외도 없는 법이고 말이다. 만약에 실제로 하늘이 존재하고 있다면 더욱 그런 예외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나 자신과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안전하고 무사하게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하얀 바람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은 꽤나 중요하다. 그런 후에는 검은 바람이 다시 생기지 못하도록 그런 하얀 바람의 세상을 잘 유지하는 것이 제일 바람직할 테고 말이다. 즉 ‘먹고사니즘’과 ‘러브니즘’이 둘 다 모두 가능할 수 있는 ‘하얀 세상’이 제일 이상적일 것이다. 그런 하얀 손의 세상이라면 자신들 삶의 발판이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하얀 바람의 세상을 믿고서 그들의 삶과 사랑을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열정과 하얀 바람의 세상을 믿을 수 있을 테니깐. 적어도 그 열정과 의지의 불꽃이 검은 바람에 의해서 한 번에 훅 꺼져버릴 만큼 무자비하고 잔인한 세상은 아니라는 것을 믿을 수 있을 테니깐. 최소한의 기본적인 올바름과 선함의 가치가 존중받고 유지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라면 자신의 노력과 열의가 헛수고가 되지 않고 지켜질 수 있을 테니깐. 그래서 결국에는, 동화책에만 나올 법한 일들이 실제로 현실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깐. 악마들로부터 천사들이 다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 같은 것이랄까. 이게 당연한 것처럼 들리는 게 아니라 너무 판타지(fantasy)처럼 느껴진다면, 이미 우리는 찐한 검은 바람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어서. 크고 작은 많은 사랑들도 예쁘게 피어날 수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랑들이 한걸음 발 디딜 수 있는 엄두가 날 수 있도록 그들의 삶을 기대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자신의 희망적인 삶을 꿈꿀 수 있어야지. 자신의 사랑 꽃도 피우기를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될 수가 있다. 그런 삶의 꿈을 모두가 가슴에 안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슴에 그런 마음조차도 품어보지 못하는 가녀린 존재들이 의외로 꽤나 많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결과는 보장할 수 없을지라도. 처음부터 기대조차도 못하고. 가슴에 품을 수도 없는 희망 없는 삶과 사랑이라... 너무 잔인하게 슬픈 세상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이... 이 세상의 시공간이... 그런 곳은 아닐까...ㅠ
검은손들에 의해서... 하얀 손들은 전혀... 그럴 엄두조차도 못 내는 이 짠한 세상이라면...?!ㅠ
만약에... 이미 만연해 있는.. 보이지 않는 검은손이... 실제로 우리가 직면한 현재 현실이라면...
진짜로 진정 우리에게 희망이란 건 없는 것일까...ㅋ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진정한 사랑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나쁜 힘이나 못된 권력에서 자유로워야지만.
가능하다는 진리 말이다.
어쩌면. 보이는 검은 손보다도.
보이지 않는 검은손이. 더 심각한 상황일 수도 있다.ㅠ
보이는 나쁜 환경은. 차라리 문제 인식이라도 가능해서.
개선이나 변화시킬 의지나 생각이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은.
보이지 않는 검은손은. 그걸 문제라도 인식하기도 쉽지 않아서.ㅠ
그런 걸 바꿔야 하는 나쁜 것인지 인지 자체를 못하니깐. 수정이나 개선할 의지나 기회도 가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문제는 그런 보이지 않는 검은손의 환경에서 우리는 맑고 깨끗한 공기로 숨 쉬면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서로 악영향을 끼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병 들어가고. 서로가 해치고 다치게 하는데도. 그게 무엇 때문인지도 잘 모른 채로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살아가는 악순환이 그저 미친 듯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런 보이지 않는 검은손의 환경이야말로. 어둡고 음습해서(그늘이 지고 축축하다) 얼마나 여러 종류의 가지각색의 곰팡이들과 세균들이 번식하기에 좋은 환경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더구나 그런 곰팡이들과 세균은 보이지 않게 피어나는 것이 더 문제.ㅠ 잘 보이지 않는 곳만 찾아다니면서 생긴다는 것.ㅠ 그래서 이사 갈 때쯤에나 되어야 커다란 가구를 들춰내면 저기 구석에 그늘지고 축축하게 어두운 곳에 곰팡이가 피어나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채듯이 말이다.ㅠ 그렇게 곰팡이가 들어앉아있던 그 공간이 과연 맑고 깨끗하고 상쾌한 공기였을까.ㅎ 이미 오염된 공기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오염된 공기 속에서 우리 기관지가 병들어 가는지도 모르면서 말이지.ㅠ 더구나. 세균들이야 말로. 공기 중에 바이러스처럼 둥둥 떠돌아다니는 입자 아니던가.ㅠ
아무튼 그런 환경에서는 보이지 않는 검은손들이 곰팡이들의 꽃을 피워내듯이 완전 잘 자라면서 무럭무럭 성장하게 되는 것이고. 그런 검은 것들이 성장하고 자라나는 만큼. 우리는 그에 반비례해서 우리의 건강은 나도 모르게. 우리도 모르게. 그런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서 병들어 가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ㅋ 이게 바로 무서운 것이라는 것.ㅠ 사랑과 정의의 꽃이 피어야 하는데. 곰팡이만 꽃을 피우다니.ㅠ
차라리 어디서 갑자기 벌레 한 마리가 창문으로 날아 들어오면. 보이는 검은손처럼. 보이니깐 바로 에프킬라라도 뿌리면서 죽도록 쫓아다니면서 제거하고 해치워버리기라도 할 수가 있지만. 저런 보이지 않는 것들은 언제 어디서 숨어서 또 다른 방식으로 그렇게 자기들은 무럭무럭 잘 키워나가면서.
동시에. 우리의 시공간을 오염시키면서 야금야금 갉아먹고 해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ㅠ
지금 우리 손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슴에 꽃 한 송이 피워볼 생명수 같은 마음의 터가 없어서...ㅠ
미래의 삶을 지속할 엄두를 못 내고 있고... 사랑들을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다들 자신의 가슴속에 무미건조하게 공허한 사막 바닥만 깔려 있다면...
나조차 빗물 한 방울 머금기가 쉽지 않은데...
가슴속에 꽃 한 송이 피워볼 엄두조차 날까 싶으다...ㅠ
세상의 수많은 먹고사는 일들과 크고 작은 다양한 사랑들이 ‘보이지 않는 검은손’의 기운과 세력들에 의해서 아무런 죄 없는 작은 고사리 같은 손들이 애타게 움켜쥔 작은 희망의 꽃조차도 제대로 한번 피어보지 못하고 꺾인 채로, 오늘 하루도 수많은 나약한 존재들은 미리부터 좌절하고 포기하는 자신의 삶을 부둥켜안고 혼자서 조용한 비명을 질러대면서 절규하고 있을지도 모를 테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