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벗어나야 할 때
한때 다양한 여행을 매우 많이 했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 가끔씩 공통적으로 비슷하게 언급하는 말들을 들을 때가 있다.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많은 행복과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데,
예전의 나는 왜 그렇게 저 멀리로만 떠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주변의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라고 조언들을 한다.
물론 그들은 자신들이 과거에 했던 여행들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지만, 일상 속의 행복을 뒤늦게 깨달은 것에 대한 일종의 후회감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 또한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 것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일상에 대한 그들의 깨달음에는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들의 과거 여행에 대한 생각은 무언가 중요한 포인트를 하나 놓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일상 속 행복을 느끼고 있는 그들은 이미, 예전에 저 멀리 떠나던 시절의 자신들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서 돌아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저 멀리 떠나던 시기에는 그들 또한 주변의 일상이 답답하거나 괴로워서 버틸 의지나 힘이 약해졌거나, 혹은 그 반대로 더 이상 버티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감정의 강도가 높아졌던 상태라서 떠났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러한 일상의 탈출을 시도하여 여러 경험들을 통한 힐링을 하고 돌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현재를 둘러싸고 있는 그들의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 상태가 된 것이다. 즉 자신들의 마음 그릇이 더욱 넉넉하고 여유로워져서 더 커진 상태이므로, 이미 그때와는 좀 다른 사람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사람의 타고난 성향이나 기질이 아주 많이 바뀐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여러 여행을 경험하고 온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본성 자체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180도 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지 않다. 하지만 너무 팍팍한 일상 속에서 오히려 나의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을 때가 많았다면, 오히려 일상을 떠난 여행을 통해서 나의 진짜 타고난 모습을 조금씩 되찾을 수도 있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나의 타고난 그릇의 크기도 좀 더 넓힐 수가 있다. 즉 괴롭고 힘든 현실 속의 일상을 떠나 있는 동안에 나의 여러 가지 경험과 노력들 여하에 따라서, 180도의 완전한 반대 성향까지는 아닐지라도 10도, 20도씩 천천히... 혹은 어떤 깨달음으로 인해 90도 이상까지도 변화될 수도 있다. 나의 유연성이나 회복탄력성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상태의 일상이 너무 답답하고 괴로운 사람들이라면, 나 혼자만의 셀프 여행이 더욱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이라도 감사하게 충분히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혼자서 셀프 여행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차라리 주변의 친한 지인들과 즐거운 그룹 여행을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른다. 혹은 현 상태에 만족하고 있을지라도 항상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환경에서 시달리고 있다면, 진짜 말 그대로 고독 자체를 즐기기 위한 셀프 여행은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처한 현실이 너무 갑갑하거나 고통스러운 사람들이라면 일상 속의 힐링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음 밭 자체가, 그런 힐링 씨앗들을 뿌린다고 해서 뿌려지는 만큼 잘 자라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멀리 갈 것도 없다.
지금 바로 자신의 방에 그대로 누워 있어 보자.
무엇이 보이는지 잘 살펴보자. 앗. 저 책장 위의 책들을 보아하니, 예전에 그대가 패기 넘치게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자격증 시험 자료들은 아닌가? 아니면 F학점 받았던 전공 서적들이 유독 더 볼드체처럼 빛나고 있는 건 아닌지?
책장 옆의 선반은 또 어떤가? 혹시 그대가 힘들게 헤어졌던 N번째 남자 친구가 선물로 주었던 귀여운 인형이, 너무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지는 않은지? 거기다가 그 옆에는, 단칼에 퇴사했던 K번째 회사 이름이 찍혀있는 기념품들이 널브러져 있지는 않은가?
지극히 개인적인 나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내 방 조차도, 이렇게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일상의 흔적들로 둘러싸여 있을 때가 많다. 현재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모든 흔적까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에 마치 누워서 숨 쉬고 있는 이 공기 자체 또한 내가 벗어날 수 없는 그것들과 닮아 있는 것 같아서, 무언가 묵직한 심정에 눌리고 있는 것 같다면 그대는 정말로 한 번쯤은 혼자 그 익숙한 장소를 떠나봐야 한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그렇게 떠난 후에 좀 더 개운한 상태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대를 둘러싸고 있는 그 익숙한 공기와 장소에 그대가 컨트롤당하는 게 아니라, 그대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 조금은 더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