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러브니즘 (=러브하기 +ism)
이렇게 하얀 바람이 불어대는 좋은 환경은 ‘먹고사니즘(=먹고살기+ism)’뿐만 아니라 결국에는‘러브니즘(=Love+ism)’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두 가지의 복합 예술에 해당되는 ‘사랑의 결실들이 꾸리는 삶’을 더욱 가능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열렬한 사랑이라고 해도 ‘먹고사니즘’의 현실적인 문제가 가장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이런 부분만 어느 정도 환경적으로 해결된다면 사랑하는 커플들의 함께하는 삶도 출발이 훨씬 더 수월해지는 건 당연할 테니깐 말이다. 삶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는 하얀 바람의 세상에서는 앞으로 열심히 살기만 하면 어떻게든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열정을 가질 수 있게 되어 그들만의 삶을 시작할 용기도 낼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먹고사니즘’의 문제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서, 순도 100%의 ‘러브니즘’ 영역만 존재한다고 해도 이런 하얀 바람의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가 있다.
그만큼 검은 바람의 나쁜 환경들이 우리의 순수한 감정만 존재하고 있는 ‘러브니즘’의 사랑 영역도 많이 해칠 수가 있다는 의미다. 주변에서 들리는 사례나 미디어에서 접하게 되는 사랑 스토리들을 잠시 고찰만 해봐도 뭔가 소설책 세트 정도는 나올 것 같은 느낌이 올라오기도 한다. 분량도 분량이지만 다크한(dark) 소설처럼 안타까운 사연들이 의외로 우리 현실에서도 펼쳐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솔직히 어떤 유명 영화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는 작품들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지 사랑을 테마로 하는 작품들을 보면, 대부분의 시놉시스(synopsis)에 알게 모르게 은근히 묘한 공통점들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가 있다. 뭔가 극적인 요소를 첨가하여 흥미를 끌기 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엄청나게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작품들이 아닐지라도 사랑 주제의 스토리들이라면 기본적인 뼈대가 비슷한 부분이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아마 ‘빌런(villain: 악당, 악인)’의 등장이 가장 핵심적인 공통 요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나 영화광들이면 대번에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물론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간에 빌런(villain)의 등장은 꽤 필수 요소일 수도 있겠다. 특히, 액션 같은 장르는 서로 투쟁하고 싸우는 장면들이 주를 이루니깐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감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을 테마로 하는 작품들까지 빌런들이 종종 등장하는 것을 보면, 로맨스도 뭔가 액션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점이 있는 걸까. 저렇게 결이 다른 장르인데도 이런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니. 멜로 장르에도 싸우면서 대립하는 요소가 다분한 걸까. 그런 요인이라면 아마도 ‘검은 손’의 환경이 주된 배경으로 나오는 경우들인 것 같다. 더구나 그런 이상한 환경에서는 곰팡이가 잘 생기듯이 빌런들이 얼마나 무럭무럭 자라나기가 쉬운가. 실제로 못된 인물들과 나쁜 힘들이 판을 치고 있는 ‘검은 환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세상에서는, 과연 진정한 사랑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멜로 장르에서 이런 검은 손의 분위기로 매우 유명한 작품이 하나 있지 않나. 머릿속에 뭐가 떠오르는가.
단연코 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가족들의 반대로 인해 너무나 힘들어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들이 단골로 등장하는가. 작품 속 세상들만 그럴까.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도 현실판 로미오와 줄리엣들이 은근 많이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단지 그 유형과 규모가 제 각각이라서 겉으로 티가 나게 완전히 드러나지만 않을 뿐, 실질적인 본질은 비슷해서 결국은 로미오와 줄리엣과 다름없는 사람들도 꽤 많을 테니 말이다. 오히려 영화 속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자신들의 사연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면서, 펑펑 울고 갈 정도로 더 깊은 아픔과 고통을 지니고 있는 연인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영화처럼 죽을 만큼의 고통이라면 뭐가 다를까.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작용하는 외부적인 환경의 힘은 아니지만, 이런 상황들 또한 가족들 사이의 알력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두 사람들 당사자가 아닌 제 3의 요인들과 외부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만의 사랑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검은 환경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공통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나라처럼 두 사람 간의 사랑 사이에 여러 가지 요인들이 뒤엉켜 있는 환경과 배경을 지닌 나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 복잡한 요인으로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겠지만 주변 사람들이나 타인들과의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사회적 분위기나 문화가 될 수도 있으며, 혹은 어느 한쪽만 일방적으로 불리해지는 오래된 관습이나 관념들이 해당될 수도 있다. 이런 요소들이 어떤 관계나 사랑의 발전을 위한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오히려 검은 손의 환경처럼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될 때도 많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순도 100프로의 ‘러브니즘(Love+ism)’ 상황일지라도 진정한 사랑의 결실을 맺는 과정이 순탄치 못할 수밖에 없다.
이런 ‘러브니즘’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더욱 못된 환경으로도 이동해볼까? 아니. 못됐다기보다는 불운의 환경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주변에서 특별히 힘을 합쳐 고의적으로 못된 환경을 설정해주는 게 아닌 이상, 보통의 경우에는 우연히 주어지는 환경일 때가 많으니깐 ‘불운’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주어진 환경이나 상황이 너무 기가 막히게 희한해서 억울할 정도로 어이가 없다면 ‘운명의 장난’에 엮인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테니깐.
더 심한 경우에는 그저 장난 정도가 아니라 ‘운명이 잠시 미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악조건인 상황에 처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 그리 심각하게 검은 환경이 진짜로 존재할까 싶기도 하지만,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생사인 만큼 저런 지독한 환경에 걸리는 사람들도 아예 없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숙명적 앙숙의 가문 환경으로 유명한 러브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대표 작품으로 떠올린 사람들이 많았을지라도, 그보다 더 커다란 외부 요인에 의해서 좌우되는 사랑 이야기들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상황들의 배경은 얼마나 더 막막한 환경일지 상상은 가는가. 집안 전쟁보다 더 대단한 규모의 전쟁이 있다면 어떤 경우들일까.
아주 극단적인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시대극 전쟁 같은 작품을 한번 떠올려 보라. 이런 상황적 조건이야말로 엄청난 환경적 배경을 나타내주는 것이 아니고서야 뭐겠는가. 이런 전쟁이 발생한 시공간에서는 어느 누가 마음 편히 사랑할 엄두를 낼 수가 있을까. 어떤 사랑이 아무리 핑크빛으로 어여삐 빛나고 있을지라도 그런 전쟁터에서는 그 빛을 유지하기가 쉬울까. 아무리 붉게 타오르는 사랑일지라도 그런 강력한 불길이 절대 꺼지지 않을 정도로 열렬한 사랑을 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갑자기 여기서 어떤 장면 하나가 문득 떠오르네?
전쟁의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사랑을 서약하는 장면들이 의외로 여러 영상들에 등장했던 것 같다. 한국 드라마나 혹은 서양 영화에서도 저런 장면들이 스쳐지나간 기억이 나거든. 어떤 해외 소설 또한 저런 상황에 처한 연인들을 묘사하는 문구가 있는 것 같고 말이지. 앞뒤 줄거리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도 그런 장면의 부분만 슬쩍 지나가는 것이 우연히 보일 때면, 그 절절한 심정이 모두 다 전이되는 것처럼 애타는 감정들이 막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진다. 이런 예술 작품 세상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세상도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서도 이 와중에 전쟁터의 위험을 무릅쓰고 결혼식을 올렸다는 커플들의 소식이 뉴스로 은근 들리는 것 보면 말이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서는 두 남녀가 애절하게 사랑을 표현하는 저런 모습들이 종종 등장하는 것을 보면, 서양이든 동양이든, 오래된 과거든, 현대 시대든 간에,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공통인 것 같다. 그런데 전쟁 같은 어떤 장애물이나 나쁜 환경으로 인해서 이런 사랑의 감정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막혀버리게 되면, 동족상잔의 비애처럼 엄청난 고통과 비극을 토해내는 것 또한 공통점 같아 보인다. 전쟁은 이렇게 인간의 삶을 너무 피폐하게 만든다. ‘먹고사니즘’뿐만 아니라 ‘러브니즘’까지도 모두 다 처절하게 무너뜨린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전쟁의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울부짖으면서 맹세하는 사랑처럼 기약 없는 공허한 슬픔이 또 있을까. ‘사랑’이라고 부르고 ‘슬픔’이라고 적는, 정체불명의 감정과 뭐가 다르리오. 동전의 앞뒷면을 묘하게 섞은 것처럼 보이지만, 차마 진짜 동전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이상한 잿빛 감정의 애잔함.
어쩌면 이런 영화나 현실 속의 ‘진짜 전쟁’만이 전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씁쓸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실제 삶이 진짜 전쟁을 닮은 듯한 모습에 직면해 있는 경우라면 어떻겠는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한번쯤은 자신의 삶이 뭔가 전쟁터 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한번이면 그래도 행운아일 걸. 솔직히 매일의 일상 자체가 거의 항상 전쟁터에 서있는 듯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특히 성과 및 점수 위주의 평가와 경쟁이 도처에 깔려있는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코리안(Korean)이라면, 이런 극심한 경쟁 문화에 이미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전쟁 같은 일상이 어느새 자연스러운 삶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상황이 이렇다면 철조망 사랑은 단지 영상 속 장면만이 아니라 결국 우리의 일상 속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만약에 드라마 ‘미생(未生)’처럼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지내고 있다면, 그들 사이에서 피어난 사랑들이 바로 ‘철조망 사랑’ 장면을 똑 닮아있을지도 모를 테니깐. 어우. 근데 이런 것들이 실제라면 좀 아찔하지 않을까. 그러면 진짜 현실보다는 차라리 가상현실로 한번 들어 가보는 게 더 좋을 듯하다. 물론 이런 전쟁 같은 현실 속의 사랑 이야기도 진짜 사례들이 꽤 있을 수 있겠지만, 단지 이런 경우들은 그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가능할 것 같거든. 다음과 같은 상상 속의 가상현실들이 왠지 가능할 법도 한데?
어떤 대기업에 A팀과 B팀이 있다고 해보자. 이 두 개의 팀은 서로 경쟁 구도가 너무 심해서 앙숙 관계인걸로 명성이 자자하다. 모든 사내 팀의 존재 이유는 기업의 성과와 발전을 높이기 위한 것일 텐데, 신기하게도 A팀의 성과가 좋으면 B팀의 실적은 자동으로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그런 반비례 관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각의 팀에는 에이스(ace)라고 불리는 대표적 핵심 인재들이 존재한다. A팀에는 여성 에이스. B팀에는 남성 에이스.
만약에 이 두 남녀가 서로 사랑에 빠졌다면? 거의 간첩 수준의 첩보원 취급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회사의 전체 손익 결과는 예전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거두었을지라도 말이다. 승패의 결과에 따라서 패하는 팀의 에이스는 완전 첩자로 의심받기 딱 좋은 상황일 걸. 상대 팀에다 무언가를 제공하거나 특급 비밀을 새어나가게 했다는 오해를 받을지도 모를 테니깐. 아무런 죄도 없다면 명색의 에이스로서 얼마나 억울할까. 가장 높은 공헌도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기껏 자기 팀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했을 뿐인데 말이지. 더구나 전체적인 큰 그림의 시각에서 본다면 회사의 전체 성과를 올렸다는 측면에서는 두 팀 모두 다 같은 공헌자일 텐데.
또 다른 케이스도 충분히 가능하다. A, B의 각 팀에서 선망의 대상인 최고의 인기남과 초특급 인기녀가 서로 연인 관계로 발전되기 직전이라면? 각각의 팀 내부에서도 그녀 혹은 그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으로 인해서 언제나 미묘한 긴장과 눈치들이 한 가득인데, 그들만의 우상이 하필이면 저 원수 같은 상대 팀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이성과 눈이 맞았다고? 와 그건 뭐, 그냥 부서 간의 실적 경쟁 정도가 아니라 거의 성별 간의 전쟁 수준 아닌가. 한 팀의 남성들 팬심(Fan心) 전체를 합친 것과 다른 팀의 여성들 팬심(Fan心) 전체를 다 합친 것들 간에 대적하는 미친 전쟁터처럼 될지도 모를 듯. 그런 특종 사건이 알려지면 아마도 주인공들은 사방팔방에서 쳐들어오는 시기질투의 눈총 레이저에 숨 막히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숨 막힐 듯한 미친 행복감일까. 숨 막힐 듯한 미친 압도감일까. 어떤 심정의 기분이려나.
이건 뭐, 완전 회사 판 로미오들과 줄리엣들 아닌가. 더구나 두 번째 케이스처럼 아직 발전되기도 전이라면 전혀 행복감도 아닐 거 같은데? 괜히 주변에서 저런 설레발이나 지나친 경계심들로 인해 그런 거면, 괜한 오해들 때문에 숨통 막히는 압박감만 가득해서 억울하기만 할 수도 있겠네. 설령 진짜로 서로 호감이 있었던 사이였을지라도 저런 분위기 때문에 중간에 흐지부지되거나 시작도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허다할지도 모를 테고. 주변의 여러 추리 소설들 때문에 주인공들만 피곤한 숨 막힘을 달고 사는 건 아닐까. 게다가 부서 간의 경쟁 자체도 기존의 색과 결이 좀 더 변동될 것 같은데. 처음에는 회사를 위한 선의의 경쟁 수준이었다고 쳐도 어쩔 수 없이 자기 팀만을 위한 집단 이기주의가 깔려있었을 텐데, 이를 계기로 그 검은 기운의 오염된 경쟁 심리만 더욱 격화될 것 같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