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원색(psychological primary) 빨강(Red)
빨간색은 신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빨간색의 피, 빨간 심장, 혈관, 붉은 입술과 생식기 등 인체에 생명과 활력을 공급하는 에너지컬러다.
빨간색을 볼 때 사람들은 흥분하기 쉽고, 혈압이 상승하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쾌감과 성취감과 활력을 가져오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증가하기 쉽다. 따라서 적절히 빨간색에 노출되면 활력이 생기고 움직이고 싶어 진다. 뭔가 빠르게 행동해야 할 것 같고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은 자극을 준다. 이러한 빨간색의 심리학적인 원색의 원리를 잘 이용하면 효과적인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당의 테이블 와 벽면 등에 레드 컬러를 적당히 사용하면 식욕을 돋우고 식탁의 회전율을 상승시켜서 손님들이 식사 후 얼른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게 만들 수 있다. 흥분하기 쉽고 활력을 주는 빨간색 덕분에 진득하게 머물고 싶은 생각보다 어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빨간색 위주의 방에 있으면 실제 머무는 시간보다 더 빨리 시간이 간다고 생각해서 한 시간 정도 머무를 것도 이삼십 분 만에 일어나 밖으로 나오기 쉽다. 그러니까 먹고 싶은 충동도 자극하고 많은 고객이 오가길 바라는 음식점들이 간판과 인테리어에 빨간색을 선호하는 건 당연하다.
이처럼 빨간색을 이용해서 감정적, 신체적으로 흥분시키고 자극을 주려는 곳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투우사들이 휘날리는 빨간 망토를 떠올릴 수 있다.
소는 사실 색맹으로 빨간색과 다른 색의 차이를 거의 분간하지 못한다. 만약에 소를 색깔로 흥분시키고자 한다면 빨간색보다는 흰색을 사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소 앞에서 빨간 망토를 휘두르며 과장된 제스처를 하는 건 소가 아닌 관중을 흥분시키기 위한 것이다. 특히 투우의 나라 스페인에서는 빨간색은 정열과 피를 상징하므로 관중들의 열기를 솟구치게 하기에 딱 좋은 색깔이다.
빨간색으로 신체적 흥분을 일으키는 예로 유흥가를 빼놓을 수 없다. 빨간색 레온 사인과 인테리어, 붉은 커튼과 조명, 붉은색 옷을 차려입은 성매매 여성 등 고객을 유혹하고 흥분시키려는 자극적인 빨간색들이 현란한 곳이다. '홍등가(紅燈街)'라고 부를 정도로 오래전부터 유흥주점이 몰려있는 곳에는 붉은색의 등을 매달고 성적 흥분을 자극했다.
빨간색이 사람들의 심신을 흥분시키고 열광하게 만든다는 걸 악용할 경우, 컬러 에너지는 광기를 일으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 1889~1945)를 들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 말살 정책으로 세계를 처참한 죽음과 공포에 몰아넣었던 최악의 독재자 히틀러는 사람을 홀리는 말솜씨와 교묘하게 심리를 이용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 일반적인 사람들을 선동해서 광기로 몰아넣을 정도로 웅변술이 뛰어났던 히틀러는 해 질 녘을 이용해서 연설을 했는데 붉게 물드는 석양이 주는 감성과 신비로움 그리고 태양을 등지고 나오는 후광 효과를 노렸기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반면 빨간색이 사람들을 건강하게 흥분시키고 하나로 단합하여 열광하고 힘을 합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2002년은 온 나라가 붉은색으로 뒤덮였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붉은 악마의 함성과 빨간색이 물결쳤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온 국민이 억눌렸던 감정을 시원하게 뿜어내고 신나게 '대한민국'을 외칠 때. 붉은색은 열정과 강인한 의지력, 불타는 생명력과 파워를 북돋우는 색깔로 한몫했다.
빨간색은 매우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색깔로 성적인 자극, 공격과 위협에 대한 공포, 충동과 흥분을 일으키기 쉬운 에너지를 발산한다. 빨간색이 신체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빨간색의 에너지가 다른 색깔에 비해 몸으로 부딪히고 행동하는 실행력이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
심리적인 원색인 빨간색이 긍정적으로 에너지가 발휘되면 심리적으로 활력을 불어넣고 정력과 파워가 건강하게 발산된다. 도전적이고 능동적이며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멋진 보스의 기운을 뿜어내며 강한 리더십과 조직력을 새로운 모험을 즐기는 개척자이자 개혁가로 제 몫을 단단히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정적을 에너지가 기울수록 화와 분노를 숨기지 못하고 공격적이고 투쟁하며 부정적이고 욕심과 탐욕이 과잉하게 노출될 수 있다.
위의 예처럼 공동체를 하나로 단합할 수 있고 새로운 장을 펼칠 수 있는 파워를 분출할 수도 있지만, 사회를 공포로 떨게 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광기의 독재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떤 색이 얼마나 자극적으로 느껴지고 마음과 몸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색깔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그 색깔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색깔의 변화가 채도나 명도에 의해 달라 보이듯이 사람 또한 색채의 에너지를 어떤 심리상태에서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부드럽고 따스한 빨간색을 표현할 수도 있고 힘 있고 활기찬 빨간색을 표현할 수도 있는 거다. 만약 그 사람의 심리상태가 분노에 가득 차고 원망과 복수심에 불타고 있다면 빨간색은 보기만 해도 두렵고 무서운 공포스러운 색깔로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불편하게 만들 거다.
눈으로 보고 뇌로 지각하고 마음으로 느낀 빨간색은 고스란히 몸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어떤 빨간색의 에너지를 보여줄지는 바로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이어서 심리적 원색인 초록색, 파란색, 노란색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모든 색채의 기본적인 컬러인 4가지 심리적 원색을 잘 이해한다면, 다양한 컬러의 의미와 활용도에 대해서 이해하기가 수월해지므로 심리적 원색을 반복해서 읽고 이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거다.
사진(이미지) 출처
▶ 히틀러 사진(맨 왼쪽): https://www.businessinsider.com/why-hitler-was-such-a-successful-orator-2015-5
▶ 히틀러 사진(중앙): https://www.museumfacts.co.uk/pre-war-nazi-germany-in-colour-pictures/
▶ 히틀러 사진(맨 오른쪽): 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20/feb/10/nazi-flag-maryland-high-school-investigation
▶ 2002년 월드컵 사진: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75145
▶ 붉은 악마 사진: http://www.iminju.net/news/articlePrint.html?idxno=722
▶ 그 외 이미지(사진) 출처: https://unsplash.com/(무료이미지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