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색맹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했는데, '색맹'이라고하면 마치 색에 대해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기 쉽죠. 그래서 색맹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커서 '색각이상'이라는 용어를 요즘은 주로 사용한답니다.
색각이상은 색을 지각하는 능력이 일반인들과 다른 경우로, 적색이나 녹색이 흑백으로 보이거나, 특정한 색을 식별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한편 보통사람은 보지 못하는 컬러를 1억개 이상이나 볼 수 있는 초능력자도 '평범한 일반'을 기준으로 할 때는 색각이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사람은 색을 감지하는 원뿔세포가 4개나 있어서 무지개를 7색깔이 아니라 10가지 이상의 색으로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즉 '사색형색각'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모든 색깔을 흑백으로 보는 전색맹인도 드물지만 이렇게 4개의 원뿔세포로 일반인보다 100배 많은 1억가지 이상의 색을 볼 수 있는 사람도 전체 세계인구의 0.001%정도로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색각이상자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생활을 하는데 그다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색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색각이상이 좀 있다고해서 모두 '색맹'이라고 하는게 거부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겠죠.
요즘은 전문의들도 색각이상을 질환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색을 보는 것으로 '문제나 이상'으로 보지않고 새롭게 인식하고 이해하려고 합니다. 이런 인식의 변화와 상대를 이해하려는 성숙한 관점이 용어하나도 배려하고 고심하며 바람직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지요. 무조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거나 따돌리고 그로인해 상처받고 위축되는 부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는 건강한 사회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조화롭고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역시 긍정적인 이해와 지극히 작은 것이라도 변화를 시도하고 행동하는 것이 우선이지요.
무엇보다 색각이상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교육과 관심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누구나 색을 볼 수 있다는 걸 전제로 가르치기보다는 색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 불편함을 헤아리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큰 가르침이고 교육이라고 믿고 있으니까요.
올해 초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던 배우 강경준의 경우 자신이 색약이 있다고 이야기해서 '색약'에 대해 관심을 모은 적이 있습니다. 강경준은 서울미술교등학교를 나와서 계원조형예술대학 디자인과를 졸업한 디자인전공자로 적록색맹이 있는데도 미대를 나왔습니다. 색맹이나 색약이라도 미술분야에서 활동하는데 지장이 없는 분야도 많아요. 예를 들어 조각을 하거나 순수회화를 할 경우, 개성을 존중하고 창의성을 강조하는 미술분야에서 한가지 색으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한다고 문제로 보는 일은 없으니까요. 작가가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면 전혀 상관할게 없지요.
그런데 디자인분야는 좀 다르지요. 디자인의 경우 대중에게 보여주는 상품이나 광고등 일반인을 대상으로하는 일이 대부분이므로 일반적인 색을 식별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색각이상의 경우 입학이나 입사를 제한하는 곳도 있습니다. 시각디자인도 그중 하나이고요.
강경준의 경우 지금은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전공은 디자인을 했으므로 색약이 있는데 어떻게 디자인 전공이 가능했는지 궁금할 수 있지요. 이런 의문은 강경준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곧 풀리게 되었지요. '무조건 암기'하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었습니다. 대학 입시 때 사과를 그려야 한다고 하면 다 외워서 그렸다고 하더군요. 강경준은 감이 빨갛게 익은 것을 보려면 뚫어져라 봐야만 겨우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의 색약이라면서, 적색과 녹색이 붙어있으면 구별이 힘들다고 합니다.
이렇게 색맹이나 색약이 있는 경우, 색을 식별하고 사용하는데 불편한 경우가 있지만 하고픈 일을 하기 위해 색을 몽땅 외워버릴 정도로 노력을 하고 도전한다면 핸디캡을 극복하고 뭐를 해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기신뢰와 근성이 길러질겁니다.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배우 강경준이 멋져보이네요.
그럼 다음편에서는 색각이상자로 미술분야, 사업 등에서 활약하는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