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한 화분의 벤자민
그대는 뿌리로 걷는 자
잎으로 숨 쉬는 철학자
말 대신 광합을 하며 세상을 이해한 자
긴 세월 동안
벽시계의 초침을 삼키며
한자리에 앉아
계절을 접었다 피기를 반복한 자
햇살의 언어와 바람의 편지로
녹색의 문장을 띄우고
좁은 흙 속에서 조용히 우주를 키운 자
잎 하나에 별을 걸고
줄기 하나에 시간을 담아낸 자
침묵이 맺은 그대의 결론은 고요한 열매
그것은 존재
그리고
그대는 절대였다
작은 화분 속에 한 그루 숲이 웅크려 있었다
햇살 한 줌, 물 한 모금,
잊힌 대화처럼 소박한 정성으로
서른다섯 해를 살아냈다
분갈이 한 번 없이
움켜쥔 뿌리로 고요히 버텨낸 시간
세상의 속도는 문밖에서만 불었다
잎은 계절을 닮고 가지마다 마음이 자랐다
누군가의 기쁨이 스며든 날은
푸르게 들썩였고,
슬픔이 머무는 밤이면 살짝 고개를 떨구었다
열매 하나,
말 대신 맺힌 안부처럼 매달렸다
그것은 생존이 아니라,
버텨온 사람의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