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첫 서리의 문 앞

무심히 나갔다가 찬바람을 만났다.

by 안명심


첫 서리의 문 앞



목도리를 감아도
바람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귓바퀴를 시리게 한다.
​어제까지 볕을 모으던
공원의 벤치가
싸늘하게 식어 있다.


아스팔트 귀퉁이에
바싹 마른 잎 하나가
제 몸을 뒤집으며 힘겹게 굴러간다.
​가로등이 평소보다 일찍
노란 불을 켜고,
그 빛 아래
벌거벗은 가지의 그림자가 길어진다.


손바닥에 훅, 뱉어낸 입김이
하얀 나비처럼 잠시 머물다
보이지 않게 흩어진다.
​코끝이 찡,


매캐한 겨울 냄새가 난다.






▪️詩作 노트▪️

해가 눈에 띄게 짧아져, 아직 저녁이라 부르기 이른 시간부터 가로등이 노란 불을 밝힌다.
그 불빛 아래로 잎을 다 떨군 나뭇가지의 앙상한 그림자가 바닥에 길게 그어진다.
​추위를 확인하려 손바닥에 '하' 하고 입김을 불어 보면, 하얀 김이 나비처럼 잠시 머물다
금세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코끝이 찡해지면서 특유의 매캐한 겨울 냄새가 느껴지는 것.
​이 모든 감각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 비로소 겨울이 문턱을 넘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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