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새 방어선이 뚫렸다
코끝이 시큰하다
방심한 틈으로
차가운 기운이 허락 없이 스며들었다
목소리는 젖은 솜처럼 가라앉고
세상의 모든 소리가
물속에서 들려오는 듯 멍멍하다
이마는 뜨거운 활주로가 되어
열기가 쉴 새 없이 이륙을 서두른다
온몸의 마디마디가
제멋대로 삐걱대는 소리를 낸다.
나는 따뜻한 이불이라는
유일한 섬으로 피신한다.
몸속을 점령한 이 지독한 손님이
하룻밤만 묵고
조용히 떠나가 주기를 바랄 뿐이다.
감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느새 방심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 내 몸을 제집처럼 점령해버렸다.
겉으로는 그저 고요히 앓는 듯 보이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조용한 전쟁'이 벌어지는 중이다.
열로 가득한 나의 이마.
삐걱대는 몸을 이끌고 피신할 수 있는 곳은 따끈한 전자요가 깔린 이불뿐이다
앓는다는 것의 무력감, 세상과 잠시 분리되는 그 고립감.
이 지독한 감기로부터 놓아지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