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제부도 바닷길

7개의 화음이 뭉쳤다.

by 안명심

제부도 바닷길



바닷물이 물러나며 제 몸을 접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길이 있다

방금까지 파도가 덮고 있던 젖은 노면은

섬이 육지에게 건네는 오래된 인사 같다

타이어가 아스팔트 위를 구를 때마다

바닷물의 짠 기운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물웅덩이에 비친 오전 햇살은

잘게 부서져 눈부신 금빛비늘로 가득하다


​"물이 다시 차오르려면 아직 멀었나요?"


길의 끝에서 묻는다

어쩌면 우리는 길이 다시 잠기기를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김 서린 식당 유리창 너머로

만조의 파도가 다시 길을 덮어버릴 때

각자의 섬에 머물며 비로소 안도한다

길은 물밑으로 사라질 때 제 역할을 다하고

고립된 뒤에야 서로에게 더 깊이 연결되는 곳


​제부도, 그 움직이는 길 위에

갯벌의 굴곡보다 깊은 인장을 새겨 놓는다




#서울청춘합창단

#2024_2025 수고한 사람들.



각자 섬이 된 일곱 명.



바닷길을 달리는 7명




섬은 스스로 문을 걸어 잠글 때 비로소 가장 자유로운 영토가 된다.
​제부도로 향하는 길 위에서 나는 '통로'가 아닌 '경계'를 보았다. 하루에 두 번, 바다가 제 살을 갈라 내어 주는 그 길은 육지의 속도로 달려온 우리에게 잠시 멈추어 서라고, 젖은 아스팔트의 비릿한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고 나직이 속삭이는 듯했다.

​일곱 명이라는 숫자는 중창단의 화음처럼 풍성하지만, 동시에 각자의 고독을 품은 개별적인 존재들이다.
길이 사라져야만 비로소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섬의 시간. '갇힘으로써 연결된다'는~.
​결국 이 시는 길에 대한 기록이지만 함께 걷는 이들에 대한 헌사다.
칼국수 한 그릇에 담긴 갯벌의 허기를 나누며, 우리는 육지의 소란을 지우고 서로의 존재를 하나의 음악으로 읽어 내기 시작했다.
바다가 다시 문을 닫는 순간, 우리의 화음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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