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여전함의 착각

닮았으나 같지 않은

by 안명심


여전함의 착각



어제와 똑같은 옷을 입고

늘 걷던 길을 따라 정류장으로 향한다.

어제 본 사람이 같은 자리에 서 있고

편의점 옆 가로수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다.

복사해 붙여 은 듯한 하루


버스 창가에 내려앉은 햇살의 각도가

미세하게 기울었고

길가에 핀 이름 모를 풀꽃은 어제보다 한 뼘 더

고개를 들었다

​매일 같은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서지만

문밖의 공기는 한 번도 같은 냄새를 풍긴 적이 없다.

마주치는 사람들 표정 속에 담긴 온도가 다르고

바람 새로운 계절의 지문을 새긴다

도돌이표처럼 지루한 일상인 줄 알았는데

매일 다른 바다를 헤엄치는 중이다.

발끝에 걸리는 작은 돌부리 하나

오늘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데려다 놓는다.

이 작은 소란들이 실은 오늘을 살아있게 만드는

특별한 변주곡인 것이다






詩作 노트

하루는 ‘복사본’이 아니라 ‘변주곡’이다
여전한 날들 속에 숨어 있던 미세한 다름을 감각으로 더듬어 보았다

‘반복’이라 믿었던 것은
사실은 미세한 차이들이 층층이 쌓여 만든 착각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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