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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소 파괴가 아닌, 섭취에 도움을 주는 식품의 열처리

열처리 기술의 재해석

    식품가공기술 중 열처리는 저장기간을 연장하고 식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기술이지만, 가열중 품질변화 및 영양소 파괴, 그리고 생리활성물질의 손실 우려 때문에 근래에 들어와서는 기피하고 가급적 비열처리 가공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왔다. 그러나, 최신 식품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달리 열처리에 의해 오히려 영양소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는 등, 열처리가 반드시 식품의 영양분을 떨어뜨리는 역할만을 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불에 익혀먹는 것은 영양분 섭취를 늘리는 방법

  전통적인 식품가공방법으로서의 열처리는 인류가 불을 발견했을때부터 있어왔으며, 인류는 불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다양한 식재료를 식품으로 가공하여 섭취해 왔다. 특히 불로 조리하는 과정을 통해 인류는 세균 및 기생충 방지, 독소제거 등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다른 동물들과 달리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생물을 식품으로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식재료 중 주목해야할 부분이 식물인데, 식물은 보통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일례로 콩은 단백중 트립신 저해 인자를 가지고 있어 포식자가 자신을 먹으면 트립신을 저해함으로써 소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설사와 복통을 일으키도록 하며, 감자는 싹에 솔라닌이라는 독소를 가지고 있어 막 번식하는 시기에 자신을 먹으면 소화기관의 마비를 가져와 다신 자신을 먹지 못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아름다운 장미에는 반드시 가시가 있는 것처럼 영양분이 많은 식물일수록 독소를 가지고 있어 자신들을 쉽게 먹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다못해 평범한 식물이라도 탄닌, 식이섬유, 피틴산 등의 소화방해인자(antinutrient) 들을 함유하여 포식자들이 온전히 자신들을 섭취하기 힘들게 만든다. 그러나, 인류는 불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이러한 식물의 자기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그들이 보호하려던 영양분을 쉽게 소화섭취한다. 불로 인한 식물의 자기방어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자연상태에서는 소화방해인자와 결합되어 소화하기 어려웠던 영양소들을 열로 인해 그 결합을 파괴시킨 결과,  사람이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영양분의 양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며, 쌀, 콩, 밀, 감자, 옥수수, 배추, 무, 오이, 당근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물성 식품들이 모두 다 그러하다.   

  

열에 의한 영양소 파괴는 생각보다 적어

  보통 영양소라고 하면, 일반 사람들은 비타민이나 미네랄, 또는 특별한 기능성 물질들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식품의 영양소는 크게 나눠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3대 영양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식품 영양소 총 함량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여기에 비타민과 미네랄을 더해 5대 영양소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식품 총 영양소 함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3대 영양소는 가열조리 도중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변화하여 가열전보다 이용할 수 있는 영양분이 훨씬 많아진 상태가 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최근 협의의 영양소로 보고 있는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물질 등의 기능성 물질인데, 미네랄은 금속이니 열에 쉽게 파괴될리 없고, 항산화물질은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으로서 고열에도 강하다는 것이 특징인 성분드이고, 이렇게 따지다보면 결국 열에 의해 파괴되는 성분들은 비타민 C등 비타민 일부와 몇몇 열에 약한 물질들 뿐이다. 근래에 지속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열 그자체보다는 가열시간이 비타민C 파괴와 더 연관되어 있으며, 사실 비타민C는 가열하지 않고 저장보관하거나 빛에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파괴되는 영양소라서 그 양의 감소를 가열처리 방법에 전적으로 뒤집어씌우기엔 억울한 면이 꽤 많을 것 같다.     


구워먹으면 오히려 증가하는 영양소들

그간 상식과는 달리 야채나 과일을 구워먹을 경우 오히려 몸에 좋은 영양소들이 증가하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미국 코넬대 루이 하이루 교수 연구팀에 의하면 토마토를 87도에서 2분, 15분, 30분간 가열처리한 결과 라이코펜 함량이 각각 6%, 17%, 35% 늘었다고 보고하였는데, 라이코펜은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으로 강력한 항산화제로서 항암이나 전립선질환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기능성성분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 토마토내 비타민C 함량은 처리시간에 따라 각각 10%, 15%, 29%만큼 줄어들었으나, 더 강한 항산화제인 라이코펜이 늘어난 관계로 항산화작용은 오히려 28%, 34%, 62%만큼 더 늘어났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연구보고된 바가 있는데, 충북대 정헌상 교수팀은 멜론, 사과, 토마토, 참외, 수박, 바나나 등의 과채류를 열처리하여 비열처리군과 항산화활성을 비교측정한 결과 가열처리한 과채류 모두가 열처리하지 않았을때보다 항산화능력이 증가한 결과를 얻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심지어는 다른 코넬대 연구팀 보고 결과에 의하면 고열고압 조건이라 모든 영양소가 다 파괴될 것만 같은 옥수수 통조림 제조시에도 항산화물질이 44%나 늘어났다고 한다. 이렇게 열처리를 하면 몸에 유용한 항산화물질 및 항산화능력이 늘어나는 이유는 열처리에 의해 식이섬유등의 식물 조직안에 갖혀있던 유용한 성분들, 특히 폴리페놀 등이 조직 밖으로 자유롭게 빠져나오기 때문이며, 또한 라이코펜과 같은 지용성 물질들은 높은 온도에서 물에 더 잘 추출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유리된 성분들은 소화관내에서 이전보다 쉽게 흡수이용될 수 있다. 열대지방에 가면 파인애플이나 망고등 각종 과일을 꼬치에 꿰어 바비큐로 먹는 메뉴가 있는데, 아마 그 요리에도 이런 식품과학적 원리가 깃들여져 있을지 모를 일이다.  

   

열처리의 부작용도 동시에 경계해야

그간 알려진 상식과는 다르게 열처리가 영양소를 오히려 증가시킬 수도 있으나, 그렇다고하여 열처리가 항상 건강에 유익한 결과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며, 가열로 인해 발생하는 벤조피렌, 아크릴아마이드와 같은 발암물질의 생성 문제는 항상 경계하고 주의해야할 부분이다. 그 외에도 가열에 의해 발생되는, 의도하지 않은 식품의 변형과 변질 문제는 식품연구자들과 회사가 항상 주의를 가지고 해결해야할 부분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작용들로 인해 열처리 방식은 무조건 나쁘고, 열을 가하지 않은 방식이 무조건 좋다는 식으로 인식이 되어선 곤란할 것으로 본다. 속담에도 있듯이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기 때문이다.


꼬랑지. 이 내용은 올해 2월 6일 MBN "고수의 비법 황금알"에 출연했을때도 말한 바 있다.

<출처 : MB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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