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강화와 가공적성 모두를 잡은 쌀가공기술
Food & story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현미를 먹으려하지만 고유의 맛과 취, 식감 때문에 며칠못가 포기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현미는 전세계인이 다 알고 있는 건강곡물이기 때문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현미를 먹으려고 하는데, 외국에서 먹는 현미 섭취방법은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다. 서양 사람들 중엔 현미에 물을 많이 붓고 끓여 스프로 만들어 먹는 사람이 제법 많다고 하며, 특히 파보일드 방식으로 먹는 경우도 상당히 높다고 한다. 파보일드 방법은 오래전부터 현미를 먹는 방법으로 사용되어 왔으나, 도정기가 널리 보급된 현재는 국내에 수입산 말고는 이 방식으로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하기에 낯선 취식 방법이기도 하다.
현미의 영양소가 백미로 이동한 영양강화쌀 "파보일드라이스"
파보일드라이스(Parboiled rice)는 현미를 쪄서 도정하는 방식으로 생산하는 쌀로서, 찐쌀이라고도 불린다. 파보일드라이스의 역사는 제법 오래 되어서 인도, 버마 등의 남방제국에서는 고대시절부터 쌀 저장방식의 하나로서 사용되었고, 원시적인 형태의 가공 방법은 벼를 물에 담그고 항아리에 넣은 후 건조한 다음, 일광에 널어 완전히 건조한 후 도정한다. 파보일드 방식의 가공처리는 쌀전분 조직을 치밀하고 단단한 형태로 변형시켜 도정시 쇄미의 발생을 적게 함으로써 도정 수율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파보일드라이스는 단순히 생산 수율을 늘리는 것말고도 영양적으로 가치를 올린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는데, 파보일드 처리시 바로 미강과 쌀눈층에 풍부하게 있는 비타민 B1, 아미노산, 칼슘 등의 유익한 영양소가 백미로 전이되면서 영양강화 쌀을 생산할 수 있다. 실제로 파보일드라이스는 비타민 B1함량이 100g 중 0.25mg로서 현미의 80%에 달할 정도로 현미와 거의 유사하며, 백미에 비해 약 2배 가량, 일일섭취권장량의 25%에 해당할 정도로 풍부하다. 파보일드라이스는 그 외에도 저장시 벌레가 생기지 않고, 식미가 변하지 않으며, 전분 호화가 고르게 잘 되어 밥을 지을 때 조리 시간이 줄어들고 밥알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겨층의 색소와 냄새 성분이 전이되어 선호도가 다소 낮다는 것은 파보일드라이스의 어쩔수 없는 단점이기도 하다. 2014년 농촌진흥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내 파보일드라이스 소비량은 연간 약 1,000톤으로서 전체 쌀소비량의 0.025%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주로 다른 쌀과 섞어 밥 용도로 사용하는 혼반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파보일드쌀과 일반 쌀 (출처 : 농촌진흥청 보도자료 )
< 파보일드라이스와 백미의 영양 성분 비교 > (출처 : 농촌진흥청 보도자료)
- 아미노산
- 미네랄
식이섬유를 포함하고, 낮은 혈당지수를 갖는 파보일드라이스
파보일드라이스는 단순히 찐쌀이 아니다. 현미가 찌기 과정을 거치게 되면 부수적으로 여러 가지 장점들이 생기는데 앞서 말한 영양강화 및 저장성 증가말고도 다양한 것들이 있다. 먼저 현미를 찔 때는 전분이 호화되면서 완전히 익었다가 냉각되면서 전분이 재배열되고 적당하게 노화가 발생하면서 백미외곽층이 가공처리전보다 단단해진다. 이 때문에 도정시 칼날의 충돌에 의한 깨진 쌀 발생이 적어지는 것이고, 식감도 약간의 탄성이 있어 사람들이 먹기 좋아하는 정도로 변하게 된다. 게다가, 찐쌀이 식는 과정에서 전분의 노화가 천천히 진행되고 이에 따라 Type 3 형태의 저항전분이 생성될 수 있는데, 이 저항전분은 장내 유산균의 먹이가 되어 유산균을 증식시킴과 동시에 장건강을 튼튼히 하고 소화를 돕는다. 결국 파보일드라이스는 식이섬유 역할을 하는 저항전분을 자체적으로 함유함으로써 건강한 쌀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저항전분은 혈당증가속도를 떨어뜨려 당뇨나 비만에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파보일드라이스의 혈당지수(Glycemic Index)는 38이며, 백미의 혈당지수 89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파보일드라이스는 쌀가공식품의 새로운 원료
파보일드라이스는 포함하고 있는 쌀전분이 완전히 호화되었다가 노화되었기 때문에 식품가공용으로도 적합한 특징을 갖고 있다. 2014년 농촌진흥청에서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파보일드라이스로 쿠키와 누룽지등을 만들어 식감을 비교해본 결과 바삭거리는 씹힘성이 좋아 선호도가 높았다고 한다. 특히 파보일드라이스 사용시 미리 호화된 전분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노화가 일반 밥보다 덜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어 냉동밥이나 가공밥류로의 가공에 적합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레토르트 쌀밥, 냉동 쌀밥 등으로 출시되어 판매되는 사례가 있으며, 미국에서는 즉석식 아침식사용 시리얼, 팝라이스, 곡물믹스 및 쌀케이크 용도로 시판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시제품에 대한 영양적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학술용도로 일부 연구된 사례가 있을뿐 본격적인 파보일드라이스 제품 출시가 되어있지 않다. 그러나, 파보일드라이스는 조리가 빠르고 노화가 덜 일어나기 때문에 삼각김밥이나 즉석비빔밥등 즉석식품용도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식품시장의 특성에 잘 맞을 것이라고 예상하며, 향후 성장이 매우 기대된다.
쌀개방시대가 되면서 국산쌀의 소비위축이 걱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다방면으로 기존과는 다르고 시장적으로 가치가 있는 쌀 활용방법이 필요한 상황에서 파보일드라이스와 같은 새로운 쌀가공기술은 쌀소비시장의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하며 또 파보일드라이스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영양적 가치와 활용성을 잘 살려 쌀가공 식품시장에서 새로운 해결책으로 자리잡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