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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

- DIY 빈투바 초콜릿이 만들 가능성 있는 미래

  최근 몇 년에 불어닥친 쿡방의 열풍은 이제 과거에는 공장에서만 만들 수 있는 줄 알았던 영역에서도 직접 자기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것을 넘어 이젠 직접 새로운 가공공정으로 남과 다른 차별화된 맛을 내는데 이르렀다. 이제는 점점 꼼꼼하게 원산지 별로 특징을 잡아내고 직접  로스팅한 커피로 소비자들에게 자기만의 독특한 맛을 공급하는 카페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도 이런 현상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젤라또와 빈투바 초콜릿이다.   

   

신기술과 함께 점점 소형화, 다양화되는 제과산업

 국내 가공식품산업은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많이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유해한 합성첨가물을 많이 넣는다던지 대량으로 싸게 수입하는 해외 원료만 쓰고, 한국의 고유한 맛을 낼 수 있는 국산 식재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여 집에서 만들어 먹는 정성이 듬뿍 든 그런 식품은 가공식품공장에서는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 원료를 고급화하고 차별화하여 그동안 보지 못했던 고급컨셉의 신제품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식품 산업 주류는 싸고 양많은 제품을 추구하는 흐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감성은 이전보다 좀더 다양화하고, 쿡방이 인기를 끌면서 더 심오해지고 까다로와지고 있는데 기존 식품회사들이 이렇게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따라가는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가정에서 직접 조리할 때와 공장에서 대형 설비를 사용하여 조리해낸 맛이 다를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쿡방을 통해 인기를 끈 메뉴를 그대로 양산화 공정에 적용할 경우 초래될 문제가 제법 많다. 그동안 식품가공업은 대형 설비들을 활용하여 대량생산하는 것이 경제적인 가격에 적당한 수준의 맛있는 제품을 생산하는데 집중하여 설비의 대형화, 자동화를 중요한 공정개선의 목표로 삼아왔다. 그러한 모델은 마켓 리더를 빠른 내일내에 추적하여 따라잡기에는 유용한 방법이었으나, 소비자들의 감성변화에 대한 대응은 다소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에는 이런 제품들을 생산해낼 수 있는 중소기업을 찾아 위탁생산함으로써 아직까지는 미성숙한 시장, 니치마켓(Nitch Market) 제품들에 대응을 해왔다.    

 

다양함이 장점인 빈투바 초콜릿

  빈투바 초콜릿(Bean-to-Bar Chocolate)은 카카오빈(Cacao bean)에서 소형제조설비로 한번에 직접 로스팅과 탈피, 리파이닝과 콘칭을 거쳐 만드는 초콜릿을 뜻한다. 원래는 카카오원료의 산지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유통업체를 피해 생산자 및 소비자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공정무역 대안 초콜릿을 가리키는 의미였지만, 최근에는 초콜릿에 관심있는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내가 직접 만드는 DIY 초콜릿으로서 점점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 빈투바 밀링 머신 >(출처 : en.wikipedia.org)


  기존 제과회사의 초콜릿 제조공정은 카카오매스와 카카오버터를 해외 유통업체로부터 수입하여 설탕과 함께 잘 혼합한 후 리파이너에서 분쇄를 하고 콘체에서 하루동안 콘칭작업을 하여 초콜릿을 제조한 다음 템퍼링후 틀에 부어 굳혀 만든다. 공정 중 전용 리파이너와 콘체가 필수적이며 설비가 대형화할수록 좀더 생산단가가 낮아지고, 맛도 좋아지기에 초콜릿 제조업에서는 경쟁력향상을 위해 대형화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카카오빈에서 바로 로스팅과 분쇄, 껍질 분리 후 설탕과 혼합한 다음 직접 밀링과 콘칭하여 만드는 빈투바 초콜릿은 카길이나 ADM같은 글로벌 곡물유통회사를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직접 카카오빈을 구해, 대형 제조장비가 아닌 커피로스터와 분쇄기등 간단하고 컴팩트한 설비만으로도 가정이나 업소에서 직접 만들 수 있기에 제조경비가 저렴하고 소비자들에게는 좀더 다양한 맛의 초콜릿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특징이 있다. 초콜릿의 핵심제조기술은 고운 입자를 코코아버터와 같은 유지에 잘 분산시켜서 굳히느냐인데, 기존에는 롤밀로 고운입자를 만들어 콘체에서 잘 분산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새로운 빈투바 제조기술은 단순하지만 성능은 중급이상인 그라운드밀로 고운입자를 만들면서 분산을 시켜만든다. 최근 국산 설비제조업체가 이 밀링머신 & 콘체를 카페 또는 중소기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전용화하여 제조 판매하고 있을 만큼 국내의 관련 환경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 빈투바 초콜릿 > 

(출처: “Bean-To-Bar Chocolate Makers Dare To Bare How It's Done” 2013. 2. 13 article, www.npr.org)


DIY제과기술의 발전이 불러오는 새로운 창조산업의 기회 

  국내 카페 창업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전에는 외부에서 공급받던 식재료와 제품들을 매장에서 직접 스스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커피를 직접 볶는 집은 이미 많아진 상황이고, 생지를 직접 구워 다양한 제과제빵 제품을 판매하는 카페도 늘고 있고, 이제는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젤라또샵이나 빈투바초콜릿 카페도 등장하였다. 종전에는 이들 메뉴는 반드시 대형설비가 있는 공장에서 제조하여 납품받을 수 밖에 없다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신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공유를 통해 새로운 제조방법이 개발되었고, 제조원리에 입각해 비싼 대형기계대신 가정용 또는 카페용 소형기계가 도입되어 이제는 기존 유통망에서 구입하던 것과는 달리 특색있는 제품을 전문 카페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조금 더 발전하면 국산 제철과일로 만드는 맛있는 젤라또, 독특하면서도 맛있는 초콜릿디저트를 쉽게 만들어먹을 수 있는 것이다. 기존 대형 제조업체들은 값싼 수입원료, 식품첨가물 등을 사용하여 이윤을 극대화했으나 제조가 대기업을 떠나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에게로 넘어오게 되면 신선한 원료와 제철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게되고, 그다음 비로소 식품산업발전과 소비자 만족, 국내원료 산업의 발전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등 식품산업 전반에 걸친 중요한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다.  

   

  창조경제는 굳이 먼곳에 있는 특별한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기존 산업에 있는 것들을 재해석하여 기존에는 참여하지 못했던 집단에게 새로운 참여동기가 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여 연결시켜주는 것, 그리고 기존 경제주체가 담당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대응, 이 모든 것을 가리키는 것이 창조경제가 아닐까 한다. 공장에서만 만들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던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을 이제는 카페에서 직접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다. 식품제조업의 영역에서 즉석식품제조업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제조업 유형의 변경이 아니라 배달앱을 타고 door-to-door 방식으로의 유통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창조경제는 이렇게 신기술의 등장을 타고 기존 산업을 변화시키면서 우리이 생활 속에 가까운 곳에서부터 깊숙히 스며드는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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