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로 본 국내 식품대기업의 한계
앞선 글에서 얘기했듯이.(링크 : 오뚜기 분석)
오뚜기를 이길 수 있는 국내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영향력에 비해... 솔직히 오뚜기는 국내 식품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리는데는 아직 길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이 점이 좀 아쉽다.
케챱, 마요네즈, 카레, 쨈, 버터, 마가린, 레토르트 식품들..
지금의 화려한 라인업을 구성하는 제품들은 국내 최초로 생산하는 것이 많았다.
출시 당시에는 국산품이라 참 애용도 많이 받았을텐데... 덕분에 해외 직수입 브랜드를 브랜드와 품질로 이겨버리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새부턴가 해외제품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그냥그런 중박정도의 제품만 라인업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도 영업력은 좋으니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받았지만...
솔직히 말해, 소스, 드레싱, 케챱, 마요네즈 등 점도가 있는 제품은 우리나라가 좀 많이 떨어진다. 물성연구를 좀 더 해서 증점제에만 의존하지 않는 점도를 냈으면 좋겠는데... 시장이 오뚜기 제품으로 대동단결하다보니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비슷비슷한 품질의, 브랜드만 약간 다른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걸 오뚜기탓이라 할순 없고, 국내 타 식품회사들이 더 문제라고 보지만, 이러한 현상은 마치..
2000년대 중후반 "소몰이창법"이라해서 미디엄템포의 발라드로 음악시장을 석권한 "SG워너비"를 보는 느낌이랄까? 팬도 있었지만, 안티도 상당히 많은 상황.. 딱 그거 같다.
바라건대.. 오뚜기정도 되는 역량이라면 소재산업쪽에 좀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의 현실은 식품에 쓸만한 소재는 다 수입산이어서 수입산 제품을 변형하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후진국형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소재들은 전량 수입에 의존중이다. 자일리톨, 유청단백질, 식이섬유, 올리브유 등등...
지금이라도 국산 대체품을 중요하고 가능한것부터 하나씩 개발하여 수입품의 시장점유율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사업전략이 전형적으로 값싼 수입원료를 사용해서 제품을 싸게 만들어내는 구조라서 시장점유율은 높아 좋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식품산업구조 발전에는 솔직히 도움은 안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선진국형 기술없이 단순 적용 또는 모방의 형태라 국제경쟁력이라는게 있을턱이 없다. 한마디로 현 시스템은 수입품을 변형하여 국민들에게 싸게 공급하는 구조라 과히 좋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 그렇다고 국내에서 번 돈으로 과감히 투자하여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고...
농심, 오리온 등 많은 국내 식품대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보고 있는 것과 비교가 된다.
어떤 경우엔 이런 식으로 매출을 늘리려고 한 행동이 결과적으로는 국내 식품소재산업 기반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낳은 적도 있었다. 일례로 오뚜기 대두유는 시장 1위지만, 국내에서 착유한 것이 아니고 해외에서 값싼 반제품을 수입한 후 정제해서 만든다. 당연히 가격경쟁력이 높을 수 밖에 없고, 덕분에 국내에서 직접 콩기름 식용유를 만들던 회사들은 몇몇 기업빼곤 망하거나 라인철수하고 정제라인 중심으로 갈 수 밖엔 없게 되었다. 덕분에 안그래도 원료수입의존도가 굉장히 높은데 식용유분야는 절대적으로 해외수입에 의존할 수 밖엔 없게 되었고, 지금은 국산 원료가 있다하더라도 생산공장이 없어서 순수한 국산 식용유는 절대 생산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다.
계란 가공사업도 해외에서는 비교적 비중높은 식품소재산업이지만, 기술부족으로 국내에선 계란분말을 얻기가 힘들다하여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오뚜기에서 만약 계란가공기술을 훨씬더 연구해서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더라면 수입품이 국산을 대체하는 작금의 현상이 나타났었을까?
오뚜기에선 학회후원이라는 조용한 지원보다는 좀더 적극적으로 식품산업 발전에 나설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학회는 실제 식품산업의 진행과 무관해진지 꽤 오래되었다.
어쨋든 난 이렇게만 나간다면, 10년안에 오뚜기가 분명 국내 최고의 식품회사가 될 것 같다.
그러나 그 상황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퀄리티는 정체상태가 될테니까.
경쟁력있는 신제품이 끊임없이 나와야하는 상황인데..
막강한 1위와 경쟁력 떨어지는 경쟁자들로 구성된 시장이라 시장을 어떻게 해보기 힘들다.
근본적인 원인은 혁신적이고 모험적인 것은 연구하지 않는 식품기업들이 문제고, 현실과 먼 최신 기술만을 연구하는 학계. 기능성식품과 영양부분에만 올인하는 정부정책.. 이런 3박자가 식품산업의 빈곤을 낳은 요인인듯하다.
소비자가 바라는 건 한결같다.
해외여행가서 맛본 그 맛있는 식품들을 왜 한국에선 먹을 수 없는 걸까?
이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명확히 줄 수 있을때까지는 국내 식품회사가 연구개발을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오뚜기 같은 앞선 식품회사가 더 열심히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래야 해외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추가로, 기술이란 새로운 것만을 뜻하는게 아니다. 새롭고, 가격까지 싼 제품이 진짜 혁명적 제품이다.
애플이 그러지 않았던가...
추가. 식품대기업 3사비교.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552459&memberNo=9520310&vType=VERTICAL
예상대로.. 오뚜기는 투자를 잘 안하는...
제품력, 경쟁력을 올리려면 투자가 필수인데.. 그저 싼 원료 수입해서 싸게만들어서 승부를 보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