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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업을 생각해보다

밀.. 조곡 국제시세가 톤당 160달러가량.

운송비에 관세 더하면 최대 300달러 예상.

국내 밀가루판매가 kg당 800원 정도.

밀에서 밀가루 만드는 수율을 95%로 잡으면..

밀가루 회사가 얼만큼 이익을 거두는지 알수 있음.


만약에 쌀을 수입해서 가루로 판매할 경우..

누군 가공비 500원대에 쌀가루를 만들 수 있다고 뻥을 치지만..

그건 품질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멋대로 제분할때의 얘기고.

품질관리하면서 제분하면 700원은 받아야할 것 같음.

여기에 ACM등 미분쇄 설비가 들어갈 경우 감가랑 관리비 고려하면 더 올라감.

쌀국제시세 톤당 500달러, 여기에 수입운송료, 관세등 통관비용 붙이면 넉넉잡고 800달러

제분비용 kg당 700원.

수입쌀로 만든 쌀가루는 최소 kg당 1500원부터 시작.


밀과 쌀은 애초부터 이렇게 겜이 되지 않는다.

국가에선 자꾸 기술로 이걸 해결하려하는데..

기술이 복잡해지고 첨단이 될 수록 가공비용은 더 상승한다.

애초에 새로운 설비개발하고 신기술 개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만, 있던 설비를 새롭게 활용해서 생산비를 낮추는 신기술만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기술인 것.


우리밀 사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관심을 갖게 된지가 1년이 넘어간다.

제분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것만 알았지 사업적으로 검토해본적은 없었는데.. 점점 밀가루사업도 파악이 되어 간다.


한국 밀가루 대기업이 대단한 것 같지만..

난 별로.. 사실 생산capa외엔 그닥 부러운 건 없다.

왜냐면, 더 고부가가치를 할 수 있음에도 가장 저부가가치에 머물러 있으니까 말이다.


외국에선 옥수수, 밀, 쌀 같은 곡물은 

전분과 단백질로 분리하여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산업이 발달되어 있다.

한편 한국은 그 중 일부만 설비갖춰진 곳 중심으로 발달되었다.

이승만, 박정희 시절 초기에 뭘했냐면..

이런 농산물로부터 식품및산업기초소재를 생산하는 공장, 설비 놓는 일에 많은 투자를 했다. 

한때 과잉투자해서 억지로 구조조정한적도 있었지만..

80년대 들어 국가경제수준이 어느정도 이상으로 올라가니 그때의 투자는 국가경제성장의 바탕이 되어 우리나라 경제를 탄탄히 받쳐주는 기둥이 되었다.


현재의 농정담당자들중 이러한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누군.. 수입쌀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라고 생각할뿐이고..

누군.. 국내 농산물 유통을 활성화시키고 가공식품으로의 활용이 늘어야된다고 생각한다.

누군.. 이걸 바탕으로 6차산업을 하고 농촌을 발전시켜야겠다라고 얘기한다.

가만보면. 본인들 하고 싶은 결과만 생각하지. 이걸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해선 뜬구름잡는 얘기만한다.


지금 한국의 농산물 가공시스템은 중구난방이고 굉장히 지엽적으로 뒤쳐져있다. HMR이라해서 가정간편식 시장이 뜨고, 여기에 국산 농산물 사용비중이 높다해서 정부는 굉장히 관심이 높다. 그 산업분야에서 국산 농산물 사용비중이 얼만큼 되는지 따져는 봤는가? 그리고 시장예측도 해봤는가? HMR만 분리해서 보면 급속성장하고 있는 건 맞다. 그러나, HMR시장의 성장은 과거 집에서 밥해먹던걸 대체하여 밖에서 간편하게 사먹는 문화로 변하고 있어서 성장한 것일뿐.. 전체 국산 농산물 소비량은 정체 또는 감소이다. 아무리 그 시장이 성장해봐야 수출감안한다해도 소폭증가에 그칠뿐이다. 설령 HMR시장이 정말 순수하게 커져서 국산 농산물 사용량이 늘어난다해도 쌀외에는 늘어날 물량을 감당할 국산 농산물은 거의 없다. 이런 데에 기대를 걸고 있는 걸 보면 과연 농정을 무슨 생각을 가지고 하고 있느냐.. 참 한심하기 그지 없다.


국내에서 농업생산량을 늘리려면, 식품외 다양한 분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초소재로의 가공을 늘려야한다. 무기계에서 기초소재의 왕은 철이듯이, 유기계에서 기초소재의 왕은 농산물, 그 중에서도 밀,쌀,옥수수, 콩 같은 곡물과 우유들이다. 지금 국내에 설치되어 있는 농산물 가공기초소재 설비들은 수입농산물을 위해 가동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것들중 절반만 국내 농산물을 위해 돌려도 국내 농업은 정말 활황이고 발달하고 성장하는 산업이 될 것이다. 

농업 R&D투자? 소비를 발생시키기위한 기술개발이 절실하다. 기존설비를 활용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과제공모라고 뜨는 것들을 보면... "한가하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친환경, 유기농, GMO 등등 여러가지 현안이 튀어나온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지엽적인 얘기고, 근본적으로 생각해야할 것은 "어떻게 농사를 지으면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는데에서 시작해야한다.

최근 쌀값이 올랐다. 농민들을 위해 정부에서 시장격리물량을 늘려서 그렇다고 한다. 이건 농민들만 생각할뿐 소비자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반쪽짜리 형편없는 정책이다.

이런 주먹구구식 농정때문에 한국의 소비자들은 전세계에서 최고수준으로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도 품질은 별로인 식재료를 구입하고 있다. 농민만 국민인가?

농민들도 달리 생각해야할게 있는 점이...

우리가 이렇게 식량생산을 담당하니 도시소비자들도 좀 비싸지만 돈을 좀 지불해야한다..라는 생각이 은근 깔려있는 것 같다.

식량자급률 보면 알겠지만, 국산 농산물이 국민식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정말 얼마 안된다. 쌀빼면..

자급자족 농업? 자주농업.. 이런 건 환상이고 지금 상황에선 결코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난 소비자들의 이익을 위해 농산물 가격이 지금보다 더 싸져야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게 유기농이든 관행농이든 상관없다라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건 환경뿐만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지속가능해야한다. 가격이 일단 싸야 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을 더 많이 구입한다. 고급화전략? 실패한 일본의 전략을 가져와서 뿌리고 있는 거다. 1인당 농지면적 비율이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높기때문에 아직 농업생산량 증가를 통해 식량자급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우리가 더 높다.

동시에 생산성을 높여 더 적은 비용으로도 더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어야하고, 거기에 기술개발과 전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생각한다. 이게 달성되면, 농가소득도 확보되고, 농산물가격도 하락하는 긍정적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농업생각하면 참 답답하다. 적을 만들 수 있는 얘기고, 그래서 일부러 잠자코 계신분도 있지만.. 옳고 바른 길은 반드시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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