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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한국 농업과 대기업 역할

과제 하나 신청하려다.. 내려놨다.

늘상 주장해왔던 주제라서 자신은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차근차근 준비하지 못햇다는 점. 생각지도 않게 너무 빨리 과제가 나와 그동안 준비 하나도 못했는데 한달만에 부랴부랴 진행했어야 했다.

게다가 믿을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던 회사가 갑자기 빠져버리는 바람에 주관기관 맡을 회사 한 곳에 모든 짐을 다 떠맡기기에는 너무 연구 주제가 버거웠음.

사실 공정기술만 개발하는 거라면...

연구실서 기초공정 셋팅해놓고 주변에 있는 회사들 설득해서 실험한번 하자고 하면 되는 일이었다.

제품 한번 만들자는 초기 파일럿테스트까지는 큰돈 안들어가는 일이고, 잘하면 인맥으로 해결가능한 거라 진짜 사업할 거라면  보고서부담 안들고 빨리빨리 진행가능한 이쪽이 더 유리한 길이었다.

뭐 기왕 생각해왔던 과제가 떴고, 그참에 인건비라도 건져볼 생각으로 지원해보려고 했는데...

결국은 약간의 업그레이드 된 파일럿, 현장생산 수준만으로는 그 많은 연구비를 어따썼는지 결과따질때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 바.. 깨끗이 포기.

연구비 대비 만족스러운 매출을 내려면..

대대적인 신규설비 구축이 필요한데..

그런 걸 할 수 있는 기업은 오로지 대기업.

또는 나처럼 미친 사람이 대표로 있는 미친기업. 딱 둘이다.


요즘 평가때 들어가보면 전반적으로 돈 많이 쏟아부은 과제엔 뭔가 성과를 그럴듯하게 많이 내길 바라는 추세다. 접때 150억 연구비 들어간 과제에서 고작 8년간 5억매출 올렸다는 결과를 보고.. 뭐했냐.. 그돈 다 어따썼냐.. 나도 그렇게 심사평을 남겼다.


농업현안중 잘 안풀리는 일들 보면..

대기업 아니면 못할 일들이 제법 있다. 물론 전부는 아니고..

근데 농업계에서는 죽어라 대기업만은 안된다고 거부를 한다.

그게 맞는 선택일까?

많은 설비투자와 구조화된 인력들, 여러가지 자원들을 많이 소모해야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면.. 

일상생활에서 근근히 생활하는 농민들이 하는 것 보다 그냥 대기업에서 맡아 농업을 발전시켜주는게 좋지 않을까?

요즘 확실하게 느끼는 것이.

농사는 개인이 할 수 있어도 농업은 개인이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농사와 농업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참 많다.

근본적으로 농업은 협업을 필요로 하는 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낸 자금을 바탕으로 큰 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왜 한국 농업이 발전 못하고 이모양으로 됐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현장실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돈벌어봤어? 농사를 지어서 큰돈 벌어봤어?

그방법을 잘 모르니까 자꾸 정부보고 우리 농업이 이렇게 변해야하니 돈을 더 내라. 더 달라.. 라고 얘기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준비도 안된 사람한테 큰돈 맡길 순 없는 일이다.



농업발전을 위한 빅 머니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얼마든지 내가 개발한 소중한 기술들을 떼어줄 생각이 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말이 있듯.

농업도 누군가 헌신적으로 손해를 봐가면서 아낌없이 나눠줘야 협업과 상호 간 믿음, 신뢰 이런 것들이 생길 것같다.

백날 말로.. 협동하라고 교육해봐야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을 거다.


내 돈은 이미 많이 까먹어서 내놓을 돈은 더이상 없다.

하지만, 개발기술은 얼마든지 제공가능하다. 

만드는데 따로 큰 돈드는 건 아니니까.

기술을 꾸준히 내어놓는 이유는 그것들이 밑돌이 되어서 한국 농업을 끌어올리면 좋겠다는 바람때문이다.

이번에 선정되지 않는다면 다음에 또 과제는 뜰텐데.. 그때를 대비해서 좀 큰 회사를 섭외해놔야겠다. 꼴랑 9억 받고 20억짜리 신규매출 올리는 건 아무래도 조그마한 중소기업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일일 수 밖엔 없다.

만약 과제가 안뜨더라도 일단 하던 일은 계속한다.

쌀장사부터 해야한다. 거기에 문제해결의 근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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