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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역할

정부는 자기가 할일을 모르고 있다.

정부는 할 일을 모르는 것 같다.

시중에 쌀이 남아돈다고 하니 쌀을 그냥 매입하기만 한다.

쌀문제가 심각해진 건.. 정부가 매입한 쌀을 활용하러 직접 팔걷어부치고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잠시 정부가 재고미 해결을 위해 정부 보유미를 밀값에 준해 시장공급한 적이 있었다.

재고는 줄었는데.. 정부 시책이 끝나자마자 다시 재고는 쌓이고 있다.

이런 단편적인 정책으로는 절대 쌀문제 해결이 안된다.

우리나라에서 쌀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곳이 정부인 만큼, 정부가 직접 투자를 하여 새로운 쌀가공산업시스템을 일으켜야 한다.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직접 나선 사례는 많다.

토지공급의 안정화를 위해 토지주택공사가 있고..

수자원의 이용을 위해 한국수자원공사가 있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이 된 결정적 사건은 포항제철의 설립이다.

모든 산업의 뿌리가 되는 철을 정부가 직접 만들어 공급함으로써 관련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었다.


쌀로는 왜 그런 일을 못하는 걸까? 

쌀직불금, 보조금을 줄이고 정부가 직접 쌀가공산업에 투자해서 나선다고 하면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나라에 비료, 농약이 부족하던 시절.. 정부가 해외차관을 도입하여 비료회사 농약회사를 설립한적이 있다.

정부가 필요한 신산업을 열고.. 나중에 민간에 매각하면 되지 않는가?

다른 일에는 직접 앞장설때도 있으면서, 쌀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아직 못하는 것 같다.


왜 정부가 쌀문제해결에 직접 나서야하나면...

산업적인 측면에서 쌀산업은 기초소재산업으로서 대규모 초기투자가 있어야 기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

여태까지 정부는 쌀가공산업을 아기자기한 아이디어가 가미된 쌀가공식품만드는 것으로만 이해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전통주를 육성하고, 쌀가루기술을 보급하고.. 이런 일들에 신경을 써왔다.

근데, 쌀산업은 그게 핵심이 아니다. 

장기적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기초는 신경쓰지 않고, 위에 올라간 건물만 보고 있다.


밀, 옥수수, 감자 등 모든 곡물 및 식량자원은 공통적으로 기초 소재가공공장이 있고, 거기에서 나오는 소재를 식품회사가 받아 여러가지 다양한 식품을 만든다.

밀은 제분소, 옥수수와 감자는 전분공장 등등..

우리나라의 밀가루 업체는 다 대기업, 해방직후에 생긴 것이 대부분이다.

옥수수로 전분당, 전분 업체를 만드는 업체도 다 대기업.

이들 공장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보면, 정부가 투자를 해야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미국에서 밀이 남아돌자 1954년 "농업무역 및 개발원조에 관한 법"(PL480)프로그램을 통해 식량이 부족한 동맹국에 원조를 주기 시작했다. 밀 또는 밀가루가 대표적으로서 그때 수혜를 입은 국가가 일본, 한국 이다. 이 두 국가는 미국 원조에 의해 경제가 발전함과 동시에 식량자급률은 현격히 떨어진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쨋든, 곳곳에 있는 제분소에서는 미국에서 원조로 받은 밀로 가루를 만들었고, 싸게 공급되어 전국민의 주요식량이 되었다. 동네방앗간보다 좀 큰 수준이었던 밀 제분소는 밀가루 수요 증가와 함께 성장하여, 지금은 알아주는 대기업이 되었다.

이를 보면 쌀 역시... 제분소 역할을 하는 설비장치가 필요하다.

옛날이라면 경쟁이 널널해서 소규모로도 가능했지만, 이미 많이 발전해버린 한국의 상황으로는 소비자눈높이를 맞추려면 그에 걸맞는 대규모 설비장치가 반드시 필요해진다. 얼추 계산해봐도 약 200~300억원은 투자가 되어야한다.

이만한 규모의 설비투자는 중소기업에선 못하고, 대기업도 망설이는 규모다.

민간에서 머뭇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 쌀문제 해결이 가장 급한 곳이 나서야 한다.

정부 혹은 농협.


쌀산업에 있어서 제분소 역할을 하는 공장은 바로 RPC이다.

여기에 쌀가루와 쌀전분 제조설비가 결합하여 일괄생산한다면 더 효율이 좋을 것이다.


2년전 RPC, 쌀가루 , 쌀전분 공장이 한데 모인 복합쌀가공시설을 구상한 적이 있다.

이 기획안을 들고 몇군데 제안을 해봤는데, 그림에 대해서는 공감을 했으나, 결국 자본을 누가 어떻게 들일것이냐가 문제가 되었다.

정부에서 쌀산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쌀산업에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투자를 해야한다.

정부는 투자하지 않고 민간만 나서서 하라고 하면.. 그게 제대로 굴러가겠는가.


우리나라 치킨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정부에서 도계장을 현대화하고 체계화함으로써 기본적인 인프라를 깔아줬기때문이다.

그래서, 그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림같은 대기업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인데..

중요하다는 쌀산업은 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을까?

그냥 개별 RPC에 지원해주는 것은 돈을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다.

단순히 RPC를 통합하는데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통합 RPC에서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어떻게 창출해낼 것인가에도 이제는 신경을 써줘야한다.

지금의 쌀문제는 민간에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 

지금처럼 정부가 말단적이고 지엽적인 문제만 건드리고 있을 게 아니라 산업의 룰을 바꿀 수 있는 대규모 정책집행에 나서야 한다.

쌀의 소재화 회사를 직접 설립하고, 투자하여 쌀가공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깔아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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