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과 단백질이 창조하는 환상의 거품맛
크레마(Crema)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추출할 때 추출액과 함께 나오는 진한 갈색 또는 황금색의 거품을 가리키는 것으로 인스턴트 커피나 드립커피에서는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의 고유한 향미를 나타내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크레마 두께가 두꺼울수록 좋은 에스프레소로 평가받는데, 보통은 좋은 원두를 사용할수록, 또 적당한 기압으로 추출할수록 크레마 두께가 두꺼워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크레마 두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커피원두의 지방에 관계된 것으로 비슷한 현상이 우유에서 버터를 만들때에도 볼수 있다는 점이다.
좋은 크레마는 커피 지방구의 추출량과 품질에서 결정
크레마는 그냥 보면 단순히 거품으로 보이지만, 따로 분리 분석해보면 원두의 지방성분과 단백질, 그리고 탄수화물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복합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크레마의 맛을 볼 때 혀에서는 미끄러운 지방의 맛을 가장 처음, 또 가장 많이 느낄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추출시 높은 수증기 압력에 의해 원두내 지방성분은 밖으로 밀려나오면서 추출이 되는데, 일반적으로 식품원료에서 지방은 단백질로 둘러쌓인 형태로 분포되어 있기때문에 단백질 역시 역시 추출할 때 원두의 지방성분과 함께 밀려나오게 되며, 동시에 이들을 둘러싼 다당류들도 이들과 함께 따라 나오게 된다. 이렇게 추출된 혼합액은 즉시 각자의 특성에 따라 제 위치를 찾아가는데, 먼저 지방은 물보다 가볍기에 위로 뜨게 되고, 지방을 둘러싼 단백질은 지방구를 둘러싼 피막을 형성하여 거품을 형성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바로 크레마의 실체다. 추출된 지방의 양이 많으면 크레마가 많을 것이고, 반대라면 크레마가 얇게 형성된다. 결국 크레마가 많은 커피는 지방함량이 높은 커피 또는 지방이 잘 추출되는 커피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신선하지 않은 원두로 커피를 내리면 크레마가 잘 형성되지 않는 이유는 먼저 원두를 채취하면서 활성화된 원두내 지방분해효소가 지방을 분해하여 유리지방산으로 전환시키게 되는데 이 유리지방산은 단백질과 잘 분리되므로 추출시 지방구 형성이 적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 이렇게 생성된 유리지방산은 쉽게 산패가 일어나므로 풍미저하의 원인이 되기도 하므로 아무래도 풍미가 떨어질 수 밖엔 없다. 다음, 드립커피나 인스턴트 커피에서 크레마를 볼 수 없는 이유는 드립커피는 에스프레소처럼 고온고압으로 커피추출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충분한 커피지방이 추출되기 어렵기 때문이며, 인스턴트 커피는 분말을 만들기 위한 건조과정중 지방구가 파괴되기 쉬우므로 크레마를 보기가 힘들다. 따라서, 좋은 크레마를 가진 에스프레소를 만드려면 원두의 신선도 또는 적절한 보관방법이 가장 중요하며, 추가로 증기압이 충분히 나올 수 있도록 템핑(Temping)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덧붙여 말한다면, 추출수가 너무 뜨거울 경우엔 지방구가 깨질 수 있으므로 스팀의 온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카페라테는 3가지 종류의 크림이 섞인 음료
에스프레소에 스팀우유(Steamed Milk)를 첨가하면 카페라테가 된다. 스팀우유는 우유에 더운 수증기를 쐬여 만드는데 여기에도 크레마 생성원리와 유사한 비밀이 숨어 있다. 우유 속 지방은 유단백에 결합된 상태로 존재하다가 차가운 우유에 갑자기 뜨거운 수증기를 불어넣어주면 뜨거운 공기방울에 의해 지방구를 둘러싼 단백질이 변성이 되면서 거품을 형성하게 되고, 거품이 형성되면 근처의 다른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거품이 우유 전체로 확산되게 된다. 이때 주목할만한 변화는 거품이 생기면서 점도 증가가 동시에 일어난다는 점인데, 이는 단백질 변성으로 인한 네트워크 형성 및 이에 따른 단백간 상호 결합력 증가로 인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걸쭉하게 된 우유를 에스프레소에 넣으면 우리는 맛있는 크레마 크림과 우유 크림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카페라테다.
경우에 따라서는 카페라테에 생크림을 얹어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 스팀우유위에 올라가는 생크림은 우유에서 바로 추출해 낸 크림이 주성분으로서, 서양에서는 이 크림을 테이블크림 또는 커피크림이라고 한다. 우유를 원심분리하면 지방이 분리되면서 크림과 탈지우유로 나뉘게 되며, 이때 생산되는 크림은 지방 함량이 18~22% 정도 되는 액상의 식품원료로서 커피크리머 또는 서양요리, 휘핑크림의 원료로서 많이 사용된다. 이 크림에 설탕을 넣고 손 또는 반죽기로 치대면 미세한 공기방울의 주입과 함께 단백질의 변성이 일어나면서 높은 점도와 미세한 거품을 가진 크림이 되는데, 이것이 케익 등 제과류에 올리는 바로 그 휘핑크림이다. 일반적으로 휘핑크림과 일반 커피크림은 같은 우유에서 만들기 때문에 구성하는 성분차이는 크지 않은데, 다만 휘핑크림은 지방함량이 높은 반면 수분함량이 낮고, 커피크림은 반대로 수분함량은 높은 대신 지방함량이 낮다는 것이 특징이다. 결국, 생크림이 올라간 카페라테 또는 카페모카는 커피의 크레마, 스팀우유속 크림, 마지막으로 휘핑크림, 이렇게 3가지 종류의 크림이 혼합된 음료인 것인 것이다. 한편, 커피에 올라가는 생크림은 미리 커피크림과 당분등 휘핑크림의 원료를 용기에 넣고 함께 주입된 가스가 순식간에 미세한 공기방울을 생성하고 이 방울이 크림을 치대어 즉시 생크림이 만들어지는 방식으로 준비되며, 거품기를 쓰지 않고도 휘핑크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간편하게 많이 사용되고 있다.
커피의 치명적 매력은 크림으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맛있게 즐기는 커피, 알고보면 그 다양한 커피 제조 방식이 크림이라는 관점에서보면 한가지로 통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또는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페모카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크림 관점에서는 특수한 추출공정을 통해 생성되는 커피 자체의 크림(크레마)만 먹느냐, 증기로 가열하여 만든 우유 크림(스팀 우유)를 같이 먹느냐, 미리 분리된 유크림에 설탕을 넣고 치대어 지방함량을 높인 크림(휘핑크림)을 추가로 더 넣어 먹느냐 등으로 나눠볼 수가 있다. 크림이 있는 커피음료를 먹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단맛 때문에 지방에 대한 생각은 거의 하고 있지 않지만, 실은 커피속 크림이 가져다주는 물성이 커피의 맛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그 맛에 더 중독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