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식품산업의 발전은 소재분야부터 육성해야...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식품산업 발전전략


잠깐 미국에 다녀왔을때 봤었던 그쪽 대기업의 신제품사업화 방법은 좀 독특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안되면 일단 10년정도 incubation을 한다.


적용성 다 테스트해보고, 중간에 상품성 떨어지는 것들은 탈락.


결국 10년의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은 아이디어가 상품으로 채택된다고...


한국은 대기업도 제품을 쉽게 낸다. 요즘들어와서 더 그런 것 같다.


CJ에 첨 들어갔을때 이해안됐던 것중 하나가 1년에 1개제품 내는 것만해도 성공으로 쳤던 것이다.


옮기기전 해태에 있을땐 서너개 제품 내고, 몇개 냈느냐가 연구원들 kpi로 잡혀있었는데.. 갑자기 줄어든 신제품 갯수에 첨엔 "와 쉽다.."라고 생각했었다.


막상 1년을 지내보니.. 1개로 줄었지만 제품진행하기가 만만찮았다. 출시전 일단 회사 내부에서 도전해오는 여러 질문들과 체크포인트에 답을 해줘야했고.. 그렇게 해서 까다로운 체크과정을 겪고난 다음에야 비로소 출시를 햇으니... 내가 내는 제품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되었다.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만들어도 그것에 대해 깊숙히 다 알지 못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요즘은 대기업에서 제품개발업무를 상당수 중소기업에 떠넘긴다. 원료납품하는데는 납품한다는 이유로.. 외주가공해주는데는 가공해준다는 이유로.. 연구원이라기보다는 상품기획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워낙 그런 요구를 많이 받다보니 대기업과 거래를 많이 하는 중소기업은 R&D능력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유능한 인재들은 겉만보고 대기업을 선호하지만.. 거기 오래 있어봤자 공장에서 추출물하나 만드는 것도 제대로 못한다. 어떤 기능성 소재 분말을 분무건조했다고 보여주는데.. 아.. 대략난감. 누가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는지 대량생산설비로는 도저히 제조할 수 없는 조건으로 만들어온 거다.


게다가 요즘은 식품가공기술을 대학교에서 원리에 입각해 실무에 즉시 적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지 않기에 학교에서 배운 원리랑 실제 회사에서 만드는 것이랑 괴리현상이 심하다.


말잘듣는 고졸사원을 데리고 새롭게 가르쳐주면서 하는게 차라리 낫겠다라는 생각을 종종한다. 대학, 대학원 다니면서 배운 지식을 써먹을 데가 없는 거다.




돈만 있으면... 싹수가 보이는 젊은 기업에 기술을 투자해서 클러스터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핵심기술을 가르쳐주고 같이 개발해서 그분야 전문으로 자립하게 하는 것이다.




"마치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 같은 클러스터 구조를 짜는 거다."




가끔 식품분야 창업자들이 찾아오는데 "소비자에게 무언가를 팔겠다."라는 사업모델을 천편일률적으로 얘기한다. 그래봤자 소매기업만 잔뜩 양산하지 국가의 기본기술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하는 대기업이랑은 거리가 멀다. 게다가 그렇게 생기는 소매기업은 기껏해야 중소기업이지 식품산업을 크게 이끌 수 있는 대기업은 될 수 없다. 국가가 클러스터만들어서 밀어줬음 하는 건 완제품 기업이 아니라 원천소재를 만드는 기업이어야한다..라는 생각이 요즘 많이 든다. 쌀가루만드는 회사는 소수 대기업빼고 대부분 영세하기에 쌀가공산업이 제대로 자리잡히기가 만무하다. 전적으로 담당공무원들이 식품산업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탓이 크다. 소재산업기업을 제대로 하나 잘 키우면, 거기서 나오는 파급효과는 식품산업전체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농산물 유통과 4차산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