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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속도 조절로 건강한 식품만들기

건강한 패스트푸드도 만들 수 있어...

  현재 라면, 햄버거, 탄산음료, 스낵등 정크푸드라고 알려진 인스턴트 가공식품류들은 소화속도가 빨라서 금방 허기가 지게 되고 그래서 자꾸 먹게 되기때문에 먹으면 먹을 수록 살이 찌게 되어있다라고 알려져 있다. 그에 비해 일부에서는 밥 위주의 전통적인 한식을 섭취할 경우 그보다는 덜 배고프고 식욕도 덜 생기기때문에 훨씬 더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라고도 주장한다. 이들 주장의 핵심포인트는 소화가 천천히 되면 포만감이 생기기 때문에 식욕을 다스릴 수 있고, 이로 인해 비만, 당뇨 등 성인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소화속도 조절을 통해 다양한 목적의 식품신제품을 개발하려는 추세가 있다. 

    


느리게 소화되는 전분을 먹으면 살이 덜 찐다.

  밥과 빵 중 어떤 것을 먹으면 살이 더 찌게 될까? 밥은 쌀로, 빵은 밀가루, 설탕, 버터 등으로 만들어지는데, 칼로리로만 비교해보면 빵 쪽이 체중증가를 더 많이 유발할 것 같다. 과연 칼로리만으로도 살이 쉽게 찌는 음식을 판단할 수 있을까?

  고구마나 감자의 경우, 전분 길이와 구조가 쌀이나 밥과는 달리 매우 길고 복잡해서 복합 전분이라 하여 혈당이 덜 오르고, 체중도 덜 증가하게된다는 주장이 있다. 전분으로만 보자면 그 주장은 일리가 있다. 우리 몸의 전분 소화효소는 크게 나뉘어 2가지 종류가 있는데, 전분 중 아밀로오스만 분해하는 효소와 아밀로오스 및 아밀로펙틴을 같이 분해하는 효소가 있다. 일반적으로 아밀로오스만 분해하는 효소의 분해속도가 더 높은 관계로 아밀로오스 함량이 높은 식품이 좀더 빨리 분해흡수된다. 그 이유는 아밀로오스는 선형구조로서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갖는 반면에 아밀로펙틴은 가지가 달린 선형 구조로서 아밀로오스와는 달리 전분을 구성하는 포도당간 결합배열의 종류가 2가지 이상이다. 따라서, 안락미라고도 하는 장립종 쌀의 경우 아밀로오스 함량이 높아 소화흡수가 빠른 편인데, 이 쌀을 먹을 경우 빨리 허기가 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산 쌀은 아밀로오스 함량이 낮은 대신 아밀로펙틴 함량이 높아 장립종 쌀보다 소화가 느려 먹었을때 든든한 느낌을 준다. 일반적으로 전분은 식물내 저장위치에 따라 그 성분과 구조가 약간씩 다르다. 쌀, 밀과 같은 낟알부위에 저장되어 있는 곡식의 전분은 작고 촘촘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구조가 비교적 단순한 반면, 감자, 고구마 같은 덩굴뿌리에 저장된 전분은 크고 복잡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구조의 전분을 소화시키려면 작고 촘촘한 구조의 전분을 소화시키는 것보다 시간을 좀더 소모하게 된다. 이렇게, 전분은 소화속도에 따라 쌀이나 밀과 같이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져 소화가 빠른전분(rapidly digestible starch, RDS)과 옥수수, 감자, 고구마처럼 크고 복잡한 구조를 가져 소화가 느린 전분(Slowly Digestible Starch, SDS), 그리고 아예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가 되지 않고 장내 미생물에 의해 소화되는 전분, 즉 저항전분(Resistant Starch)의 3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밥과 빵 등 곡물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면 소화가 빨리 진행되어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 내당뇨증등 혈당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또한 다이어트를 하려는 사람의 경우 혈당이 빨리 상승하게되면 그만큼 영양소 축적이 빨리 시작되기때문에 체중조절이 어렵게 되므로 이들에게 있어 소화가 빠른 전분은 가급적 섭취를 피해야할 필요가 있다.     

      


소화속도조절을 통해 다양한 목적으로 식품에 사용될 수 있는 전분도 있다.     

  소화속도가 다른 전분들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목적의 식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다이어트 식품과 스포츠 식품이다. 보통 식사할때 단당류나 단순 탄수화물이 다량 포함된 식품을 섭취하면, 인슐린 분비시간이 빨라지게 되고 이에 따라 IGF-1 분비 및 영양소 축적이 바로 시작되어 글리코겐 및 지방합성이 많아지게 된다. 반면, 옥수수나 감자등 소화가 느린 전분 위주로 식사를 하게 되면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막아 상대적으로 영양소 축적이 시작되는 타이밍이 늦어지는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따라서, 다이어트 시에는 소화가 느린 전분 위주로 섭취를 하는 것이 좋으며, 여기에 식이섬유와 저항전분, 단백질등을 같이 넣어주면 충분히 소화가 지연되어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게 된다. 

  스포츠 식품의 경우에는 장거리 달리기나 사이클, 축구, 농구 등 30분 넘게 하는 구기 운동, 등산 등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을 할때 운동전 소화가 느린 전분이 충분히 포함되어 있는 식사 또는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따라서, 등산용 초코바, 에너지바의 경우 너무 달게 하여 영양밸런스가 단당류에 다소 치우치게 만드는 것 보다는 적당한 양의 느린 소화 전분(SDS)과 중쇄지방산 등을 첨가하여 천천히, 꾸준하게 포도당을 공급하는 형태로 설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외에도 혈당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 경우 혈당을 낮춰주는 기능성 소재 외에도 제품 기초 원료로 아예 소화가 천천히 되는 전분을 포함하는 원료를 사용한다면 좀더 이점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영양적으로 잘 설계된 식품 디자인 기술은 미래 유망 식품트렌드중 하나

  지금까지는 맛있고 가격이 경제적이며 위생적인 식품이 최고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영양공급원으로서의 식품의 역할이 점점 강조되고 있으며,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도 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빨리 소화흡수되는 패스트푸드보다 천천히 소화흡수되는 슬로우푸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고, 특히 자연식 위주의 “천천히 먹기”는 새로운 대체건강식의 주요한 흐름으로서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이점을 참고하여 가공식품에서도 천천히 소화하는 슬로우푸드가 새로운 컨셉으로 대두되고 있는데, 단순히 비싸고 유기농 천연 소재를 적용한다고 하여 슬로우 푸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분을 비롯한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 주요 원료의 소화속도등을 감안하여 디테일하게 디자인해야할 필요성도 있다. 과거엔 단순하게 섭취 칼로리 또는 영양성분 위주로 가공식품의 영양품질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앞으로는 점점 소화 및 영양소 대사과정을 고려하여 영양적으로 잘 디자인된 제품개발이 요구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종전과 같이 신제품을 개발할때 식품안전, 맛, 가공기술 외 목적에 따라 영양 디자인 프로세스가 추가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프로세스가 정착되면 미래의 소비자들은 슬로우푸드만큼이나 영양이 풍부한 패스트푸드를 먹게 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추세로 볼 때 식품의 영양디자인 기술은 미래의 창조적 식품기술로서 그 발전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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