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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간섭은 창업가를 망친다.

사업과 정부과제, 투자, 그리고 데스밸리 이야기

지금 돌이켜보면...
혹시나 모를 정부정책의 변화, 그리고 거기에 편승해서 나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사업여건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대를 걸었던 게 바보같은 일이었다.

멘토? 코디네이터? 이런 사람들이 종종 얘기해주는게..
최근 정부가.. 이러이러한 정책을 벌이고 있으니 여기에 맞춰 우리가 사업적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좀 얻어가면서 하자.
이런 뉘앙스의 얘기를 종종 한다.

나도 첨엔 그말에 솔깃했었는데.. 게다가 내가 하는 건 절대적으로 중요한 쌀에 관한 게 아니던가...
연간 1조가 넘는다는 농업정책자금 규모에 눈이 팔려 이걸 좀 따보려고 노력도 하고, 누군가에게 같이해보자고 제안도해봤는데...

다 지나보니.. 그게다 부질없는 짓이다.
우연히 맞으면 좋은 것이지만.. 정부정책만 해바라기같이 따라가서는 내 사업기반은 두고두고 마련되지 않는다.
누군 정권 실세랑 코드가 맞아 몇억, 몇십억씩 자금을 받아 사업을 벌였다고 하는데.. 5년만 지나면 검찰에서 오라해서 철컹철컹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그런 돈을 받을 여건을 갖추지 못해 친분만 열심히 쌓고 지원자금은 그림의 떡으로나 바라봐야할 뿐..인 신세가 된다.

허니문 기간인 창업후 3년까지의 시기에 무조건 사업기반을 잘 만들어놔야한다. 정부 지원사업에 눈이 팔리면 그만큼 내 사업기반이 갖춰지는 시기는 늦어지고... 그러다가 3년이 지나 실적으로 기업평가하는 구간에 들어가면 그동안 잘 받아왔던 여러지원혜택이 사라져서 그때부턴 기업의 진짜 실력이 드러나게 된다. 그게 바로 데스밸리구간이다.

배민같은 성공한 창업자는 데스밸리 없이 바로 성장구간에 진입했는데.. 그건 절대적으로 자신의 일에 집중했기때문이고 3년이 되기전 자체 수익모델을 가질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대개 실패한 경험이 있는 재창업자가 성공에 유리하다고하는데.. 그가 바로 본능적으로 재빨리 지속가능한 수익구조창출구조를 만들어야 사업이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데스밸리구간에 진입해서 어려운 기업이 많다고 하니 정부가 데스밸리구간에 있는 기업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만들었다. 정부가 창업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으나. 그렇게 자꾸 정부지원에 목매달게 만들면.. 그래서 의존하게 만들면.. 기업성장을 해친다는 걸 좀 알았으면 좋겠다.

각종 지원 사업은.. 경험해보니까 없는 회사보다는 좀 있는 회사가 해야 결과도 잘 나오고 좋은 평가를 받더라. 당장 눈앞에 생존이 달려있는 회사에다가 거창한 기술개발과제를 던져주면.. 그 과제가 어떻게 진행되리라는 건 빤히 짐작되지 않나?

창업때부터 창업멘토에게서 수도없이 들은 얘기가 있다.
과제사냥꾼, 좀비기업이 되지 말라고.. 
대표이사가 능력이 좋아서 과제따는 건 좋은데.. 그러다가보면 과제가 먹여살리는 기업이 된다고..
첨엔 나도 "넵. 절대 그러지 않겠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했는데.. 과제에 빠지다보니 그 좀비들처럼 아니할 수가 없겠더라. 좀비가 되는 건 아주 쉬웠다.

난 내가 멘토링해주는 회사, 대표한테는 늘...
과제 욕심내지 말고 내 일에 집중하라고 말해준다.
수백에서 2천만원이하의 시제품 제작지원 사업들은 쏠쏠하게 도움이 된다. 그런거 말고 몇억짜리 과제는 내 사업을 망치는 독이라고 항상 말한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
기존에 이거를 같이하면 투자들어갈게... 라고 얘기하는 투자중개인들 꽤 많이 만났다. 하도 비현실적인 계획을 짜고 있길래 뭘 알고 그러시는 거냐 물었더니 그냥 자기 생각에 좋을 것 같아서라고 하더라. 심사역이나 중개인이나 수준이 엇비슷하다.
그 후론 투자에 관심을 끊었다.
자기가 하라는대로 해서.. 잘되면 그사람 덕분인거고..
망하면 모조리 내탓이 되는 것이다. 그런 꼭둑각시 역할을 돈 몇푼에 하고 있으라고?

물론 내가 말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내가 하지말란거 해서 잘 되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왜냐? 사업은 운빨이라서..
아무리 나쁜 습관이 들었어도 운빨이 트인사람은 성공한다.
1년간 놀지도 않고 열심히 공무원 시험준비 해서 시험을 봤는데.. 전날 밤 책 약간 본 것에서 시험문제가 다 나와서 시험 함격한 사람에게 밀려서 떨어졌다면....
불공평하다 생각하겠지만, 비즈니스세계에선 그런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사업의 성공을 보장할 순 없지만, 좋은 습관이 든 사람이 그래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근데, 이런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현실의 변화를 정부가 조금씩 만든다. 선의라고는 하는데.. 이렇게 점점 과도하게 개입하면 생태계를 망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은 짓이다. 왜 이걸 아직도 모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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