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지지 않았던 단백질 이용상식
식품을 만들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탄수화물, 당, 지방, 아니면 각종 식품첨가물류 들? 식품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3대 영양소가 기본 골격 구성하고 미량의 성분들과 첨가물들이 세부구조 형성에 기여한다는 것으로 추려볼 수 있다. 식품의 기본 골격을 구성하는 성분들중 탄수화물과 지방은 칼로리 문제 때문에 근래에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단백질이 식품가공에 미치는 역할에 대해서는 국내 식품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알고보면 단백질은 팔방미인으로서 식품제조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다양한 단백질의 기능
단백질이라고 하면 초콜릿 복근과 함께 근육보충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단백질은 단순히 근육강화를 위한 아미노산 공급원으로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이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에 우유단백이 없다면 유지방 유화기능과 얼음결정 성장을 담당했던 성분이 사라져 부드러운 크림맛이 아닌 샤베트같은 퍽퍽한 식감의 아이스크림만 먹게 될 것이며, 식빵을 만들때도 쿠키같은 딱딱한 조직의 빵만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단백질이 없다면 어묵이나 소시지, 스프, 커피프림, 도넛, 발효유 같은 식품들이 지금과 같은 성상과 조직을 갖게 되기 힘들 것이다.
단백질은 식품의 팔방미인
단백질은 탄수화물, 지방과는 달리 아미노산이 기본단위이며, 아미노산은 양성이온(zwitterion)으로서 친수성과 친유성 작용기를 모두 갖고 있으며, 또한 산성일 때 불용성이며 알칼리 용액에는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영양소와는 다르게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다양한 기능들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식품유형과 연결하여 생각해볼 수 있다.
① 장류의 맛을 내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 간장, 된장, 고추장등 한식의 기본 조미소재인 장류는 콩을 발효시켜 만드는데 이때 발효과정중에 콩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산이 분리되어 나오면 이것이 바로 맛을 내는 조미료 성분이 된다. 단백질은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각기 단맛, 감칠맛, 쓴맛 등의 여러 가지 맛을 가지고 있어서 단백질별 아미노산 조성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의 맛을 낸다. 콩단백질 중 글루탐산 함량은 약 16~18%정도로 높아 콩발효소재는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로서 좋은 원료가 된다. 한편, 산분해간장의 경우 원료는 콩으로 같지만, 발효간장과는 다르게 단백질을 완전히 아미노산 단량체들로 분해하기 때문에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좀더 단맛을 내게 된다.
② 두부를 만드는 콩단백질의 염해(salting out)작용 : 콩을 삶은 후 물에 넣고 갈게되면 콩안에 있던 각종 영양소들이 빠져나와 콩국물이 된다. 이때 간수를 넣어 침전물을 분리하여 굳힌 것이 두부, 간수를 넣지 않고 그대로 포장한 것이 두유이다. 이 두가지 식품의 핵심 성분은 콩단백인데, 간수를 넣으면 이온농도가 증가하여 콩국물내 단백질이 수소이온과 결합하여 양극성(amphiprotic)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단백질의 용해도가 떨어져서 침전이 발생한다.
③ 천연 식용접착제를 만드는 젤라틴과 카제인 : 뼈를 푹 고아서 사골국물을 만든후 저장을 위해 냉동하면 곧 젤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건 뼈속의 젤라틴 성분이 녹아나왔기때문이라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천연 접착제인 아교는 이러한 젤라틴의 성질을 이용해서 만들었으며, 우유단백질 성분인 카제인 역시 천연 접착제로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카제인은 갈비뼈와 갈비살을 붙여주는 식용접착제에 사용되며, 얼마전 TV프로그램에서 어떤 주부는 깨진 접시를 감쪽같이 붙일 수 있는 방법으로 우유와 베이킹파우더를 풀어 그 액을 단면에 바르고 붙여주면 된다고 소개한 적도 있다.
④ 스테이크 맛에 영향을 미치는 육단백질의 수분결합 : 한우를 구워 먹을 때 겉표면만 살짝 익혀 먹어야 맛있다고 얘기를 한다. 이는 서양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스테이크를 레어로 구워 먹어야 맛있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먹는 방법의 공통점은 고기에서 배어나오는 육즙을 그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기를 불에 굽게 되면, 겉표면에서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게 된다. 동시에 이전까지 단백질 내부에 갖고 있었던 수분을 잃게 되면서 단백질은 딱딱하게 굳어지게 된다. 반대로 스테이크 내부에 있는 단백질은 아직 변성이 일어나지 않아 수분을 그대로 보유하며 이 상태에서 먹게되면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마치 튜브로 감싼 듯한 식감을 느끼게 된다. 대부분의 식품에 있어서 사람들이 가장 먹기 좋아하는 조직을 분석해보면 바로 이 튜브로 감싼 형태를 띄고 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구운 고기를 맛있게 먹으려면 겉만 살짝 익혀야된다라며 말하고 있다.
⑤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는 유단백질의 유화안정성 : 아이스크림을 부드럽게 만들어주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들자면, 먼저 지방과 수분간 유화가 잘 되어 있어야 하고, 또 얼음결정이 크지 않고 미세해야하며, 마지막으로 오버런이라고 하는 공기주입량이 높아야 크림이 부드러워진다. 이때, 유화, 얼음결정형성, 공기주입량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바로 우유내 단백질 성분이다. 단백질은 기본적으로 양극성 성질을 가지고 있기에 유화기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얼음결정은 물분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할 경우 성장속도가 늦춰지는데 유단백질은 수분을 함유하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결정성장 속도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낸다.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에 공기주입이 가능한 이유는 유단백이 거품을 형성하여 기체를 포집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 3가지 단백질 기능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부드럽게 만들 수 있는 것인데, 한편 아이스크림내 우유성분 대신에 식물성 원료를 쓰면 조직감이 살아나지 않는 것도 식물성 단백이 유단백에 비해 유화안정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인 것이다.
이외에도 빵을 구울 때 글루텐은 빵을 적당히 부풀어오르는데에 기여를 하지만, 실은 수분과 버터, 유지방 등을 흡수하고 외부방출을 최대한 억제함으로써 빵 특유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나게 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단백질의 구조변화는 식품 고유의 식감을 유도
단백질은 고분자 물질로서 식품으로서 가공전에는 고유한 형태를 띄고 있다가 식품가공이 적용되면서 원래의 형태가 아닌 다양한 형태로 변해 다양한 식품의 물성과 형태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과정을 단백질의 변성이라고 하는데, 보통 교과서적 지식으로는 변성이 되면 막연히 나쁘다는 생각이 들어 다들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섭취하려고들 한다. 그러나, 열을 가하거나, 발효를 하던가, 다른 식재료를 섞던가, 이 모든 식품가공과정이 단백의 변성을 유발할 수 밖엔 없으며, 오히려 식품조리가공 중 단백질은 1차 선형구조부터 4차 복합구조까지 매우 다양무쌍하게 변화하여 식품 고유의 식감을 내는데 기여한다. 한마디로, 단백질은 물성뿐만 아니라 맛에도 중요한 영향을 주는 식품성분으로서 단백질 변성의 이해도를 높이면 식품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진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단백질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지만, 혁신적인 신제품을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한번 연구해봐도 후회는 안할 아이템이 바로 단백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