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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와 농업정책방향 #1

한국, 카길 등에 곡물수입운송 의존
https://www.naeil.com/news_view/?id_art=346311&fbclid=IwAR1Wvjrhy9a5THTrRjydOUWgBPBlCZBQ03qO6a7bQJYiNFKHr26qUsShkEE


최근 코로나 발 식량위기론이 페북 타임라인에 자주 보인다.
해외 식량기업은 국제 곡물무역이 코로나로 인해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이미 재빠르게 원물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식량자급률 20%대의 세계 최하수준의 식량수입국가.
그러나, 식량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논리대로라면 이미 식량위기는 겪고도 남았다.
자급률이 이렇게 떨어지는 수십년간 식량위기가 없었을 것 같은가?  

80년대초 대흉년이 들었을때, 전두환 정부가 카길로부터 쌀수입관련 바가지쓴 일화는 유명하다. 한국인은 별로 먹지도 않는 장립종쌀을 국제시세보다 비싸게 그것도 3년씩이나 계약했다. 장기적인 플랜이 없었으니 당연히 그럴만도...
그때 교훈을 얻었더라면, 해외 식량자원 확보에 신경을 좀 썼을텐데, 그후 십년넘게 지속되는 풍년때문에 식량문제 해결했다고 자위하고 끝@!
80년 대흉년때 바가지 쓰고.. 정확히 10년후 쌀이 남아돌기 시작했다. 남아도는 쌀문제 해결은 대북지원카드 말고는 확실히 효험본게 없었다.수십년간 쌀가공식품을 만들어 안정적 소비기반을 확보해야한다고 얘기해오고 있지만, 당장 급할때 그뿐이다. 일단은 정부가 장기적인 플랜이 없으니까 그런거로 평가된다.


일본은 미쓰비시, 미쓰이, 이토추, 마루베니 등 종합상사들이 서로 앞다퉈 해외 자원개발에 열심이다. 광물, 곡물, 식량자원 등 해외 플랜트 개발에 열심인 그들은 그 사업을 시작한지 벌써 60년이 넘어가고 있다. 2차대전때 동남아에 진출하면서 동남아 자원의 가능성을 알아봐서 그런가? 동남아지역에서 화교다음으로 자원많이 확보하고 있는 게 일본 상사들이다.


해외플랜트를 인수운영하면서 자원을 확보한 일본 상사들과는 달리 한국 대기업 상사들은 플랜트 운영경험이 없기에 리스크가 큰 플랜트 직접 경영보다는 곡물메이저 등 글로벌 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시카고 상품거래소 등으로부터 최대한 저렴하게 곡물을 들여오는데 신경을 더 많이 써 왔다.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던 CBOT 시장 투어.
거기 들어가기 전까지는 CBOT가 뭔지도 몰랐는데, 그곳을 나오면서 글로벌 농산물, 식량 거래에 눈을 뜨게 되었다.


중국은 정부가 대주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여 공기업 코프코가 식량조달사업에 뛰어들어 여기저기 찔러보는 중이다.
중국이란 나라가 국제 자원거래에 뛰어든지는 얼마 안 되었지만, 이미 곳곳에 퍼져있는 화교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기에 일본 상사들과 경쟁하는 무시못할 큰손이 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곡물메이저들, 새롭게 부상하는 일본상사들과 중국 코프코.. 이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까? 대우그룹이 망한후 해외자원개발을 담당했던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 그룹에 인수되어 여러가지 해외자원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중인데 최근 가장 뚜렷한 결과를 낸 것이 "미얀마 쌀생산 공장" 프로젝트다. 연간 20만톤의 쌀을 생산하여 국제 시장에 유통시키는 것이 목표고, 미얀마정부로부터 부지를 제공받아 공장투자를 하고 쌀 유통을 하기 시작했다.


팬오션이 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곡물운반선을 갖고 있다는 것이 곡물메이저들이 하는 본질적인 사업에 얼만큼 연결되어 있을지?
곡물메이저들이 하는 사업의 영역은 보통사람들의 생각을 뛰어넘는다. 선물거래를 위주로 하는 그들에게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에.. 기후를 예측하기 위해 인공위성을 띄우고 전세계 각지에서 기상자료를 수집하는 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팬오션이 그런 일들을 할 수 있나?
중요한 건 우리는 기상위성이 있어도 곡물메이저들을 절대로 따라갈 수 없다. 좁디좁은 한국 땅덩어리 안에서 생산되는 품종별 쌀생산통계 자료조차 없는 상황인데.. 대체 어떤 자료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말인가? 이런 시스템 없이 덜렁 곡물운반선가지고 곡물선물거래에 뛰어든다는 건... 조기경보기랑 레이더 다 떼고 출격한 F-22 전투기 꼴이다. 첨단 전투기의 성능은 멀리서도 적군의 움직임을 다 파악할 수 있는 첨단 레이더의 성능에 절반이상을 의존하므로, 그게 없다는 건.. 첨단 기술을 제대로 발휘할 수도 없고, 생존가능성도 확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식량 수급 불안정을 걱정만 하고 있을 것도 아니고, 늘 항상 그렇듯 정부탓만 할것도 아니다.
불안하다고 느꼈다면 구체적인 전략이나 방법론도 좀 같이 생각해보면 어떨까? 전국 쌀 생산통계가 그저 생산량 집계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메이저와 경쟁할 수준이 되려면 품종과 지역 기후, 그해의 날씨, 토질 등의 데이터도 함께 수집하여 이걸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고 미래의 변화까지 예측해야한다. 이런게 진짜 한국농업에 필요한 농업빅데이터인데.. 한국에서 이런거 하자고 얘기하는 사람 한명도 못만나봤다. 고작 제한된 면적안에서 수집하는 스마트팜 데이터가지고 농업빅데이터 활용이 어쩌구저쩌구 떠들고만 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농업이란 산업은 너무나 거대해서 오히려 잘 볼수가 없다. 난 큰거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산업의 일부만 열심히 들이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국가적 차원의 농업발전 전략은 생각의 크기가 큰 사람이 뛰어드는게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정작 농업전략을 세운다는 사람들을 보면.. 시야가 진짜 좁은 경우를 많이 본다.
아 그리고, 경계해야할 것은 큰 그림 그린다고 하면서 뜬구름 잡는 소리하는 거다. 진짜 실행가능한 전략은 넓은 범위를 다루지만 세부내용에서도 결코 허술함이 없다.


농업만큼 조사통계가 중요한 산업이 없는데..
한국의 농업통계는 그 정확도가 진짜 엉망이다.
기초 자료가 이런데.. 무슨 계획을 세울까.
기초자료의 정확도, 정밀도가 떨어지면 개선을 위해 예산을 쏟아붇고, 엄청 노력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농업예산은 도로포장하고, 물길내고, 창고짓는데 더 많이 사용되고 있으니.. 미래까지도 참 암울하다.


아래 링크는 곡물메이저와 국제농산물시장을 이해하는데 도움되는 기사라 링크.

https://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06954?fbclid=IwAR1agLkYDBKM5rclOhtx8XSLWlPCQNJwwZTIUpzlNdj_3OICeOoNaHBd2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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