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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안보와 농업정책 방향 #4

한국에서 곡물메이저가 나올 가능성?


한국에서 곡물메이저가 나올 가능성?
현실적으로는 글로벌시장에서 알아주는 구매량을 바탕으로 공급자시장에도 끼어드는 거다.
현지곡물기업 인수 등..
간단해보이지만.. 내가 아는 모든 이런 시도가 모두 실패로 끝났다. 미국, 동남아, 호주 등의 생산지 농장을 인수한적도 있는데, 책정된 예산이 적으니 메이저 업체보다는 매물중 인지도 좀 떨어지고 가격도 싼 마이너회사들을 샀다.



비유하자면, 스포츠사업을 좀 해보겠다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단을 산게 아니라 3~4부리그에 있는 무명팀을 인수한 꼴이다. 예산 부족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이었는데...
우리가 아는 천문학적인 스포츠마케팅 수입은 무명팀이 아니라 각국 1부리그에 속한 명문팀에서 나오기에..
진짜 부자들은 그런 구단을 산다. 맨시티나 첼시, 맨유, 리버풀, 토트넘 등등..


돈이 부족해 3~4부리그팀을 샀다면, 이걸 체계적인 전략을 수립하여 상위리그로 올리고, 우수선수 수급하고, 재정상태 양호하게 관리하고.. 이런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근데, 지금 이 구단을 산 회사는 영국의 축구단 관리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잘 모르고 샀기에.. 특히 위에선 스포츠마케팅하면 좋다고 누군가 말하기에 산거라서.. 당장 프리미어 구단급의 이익을 거두길 희망한다. 게다가 구단 상태가 안 좋으니까 매물로 나온 것이고, 그래서 소소하게 투자가 들어가야 나중에 이익이 나올까말까 한 수준의 구단이지만, 앞서 얘기한대로 당장의 이익만 보고 산 구단이라.. 구단 운영을 위해 투자를 먼저하고, 보완하고, 그러면 3~4년후엔 성과가 있을 거란 말을 듣지 않는다. 구단 사는데만해도 돈이 들어갔는데.. 뭔 또 돈을 바래? 라는게 전형적인 우리나라 오너의 태도. 그러다보면, 있는 선수 팔아치우고, 인기떨어지고, 돈을 벌기는 커녕 더 하부리그로 추락한다.


축구에 비유를 했지만,
생산지 현지의 곡물농장을 산다는게 이런 식이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접근한 한국 회사들 다 망해서 돈만날리고 빈손으로 돌아옴. 곡물트레이딩에 관점도 없고 개념도 없는 인사들이 누구말만 듣고 뛰어들었다가 손실만 더 난다.


진짜 곡물메이저를 하고 싶다면..
혹시 정부가 최소한 현지 공급시스템에 안정적으로 끼여들어들고 싶다면..
중국처럼 하는게 그나마 실현 가능한 모델일 것 같다.


중국의 코프코 같은 공기업들은 그냥 묻지마 투자를 한다.
코프코는 2010년이후 매물로 나온 메이저급 곡물유통기업을 싹쓸이하고 있다. Noble, Nidera 등이 바로 그것이다.
2017년 유명한 농화학기업, 종자회사 신젠타를 켐차이나에서 50조에 인수를 했다. 매출 14조원밖에 안되는 회사를 너무 비싼 값에 샀네 등의 논란은 있었지만, 어쨋든 잡긴 잡았다. 한국에서 그정도로 쏠 수 있는 농업분야 공기업이 있나?
후발주자인 만큼 그렇게 호구딜을 좀 질러줘야 확보가능한데.. 아마 한국 농업 공기업은 불가능할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글로벌 곡물기업중 괜찮은 곳을 인수하면 해결될 문제이나, 매물이 그렇게 쉽게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인수하더라도 핵심기술과 인력은 다 빼돌린채 깡통만남은 회사를 어떻게 돌릴것이냐의 문제도 간단치 않다.


예를 들어, 유니레버 산하의 유지사업부였던 Loders Croklaan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지가공회사였다. 유니레버 안에 있을때만해도 고급유지에 대해서는 거의 독점이나 다름없는 관계로 쏠쏠하게 괜찮았는데, 동남아 원료 구매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들이 추격해오자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져서 결국 2000년대 초 말레이시아의 IOI 그룹에 매각되었다. 네덜란드 본사 연구소에 근무하던 인력들은 보잘것없는 동남아 재벌회사에 인수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들 다른 곳으로 떠나가버렸고, 결국 IOI사는 원료가격경쟁력만 갖고 기존 제품만 그럭저럭 판매했을뿐 그외 신제품 개발 능력과 기술마케팅 능력을 상실하여 헤메다가 2018년 곡물메이저 벙기에 회사를 팔아버리고 손을 떼게 되었다. 참고로 벙기는 포트폴리오상 곡물메이저중 유지자원에 좀더 강점을 갖고 있다.



식량안보, 자원확보 이런 얘기하면 그림과 같은 얘기를 항상한다. 총론은 좋다. 근데 각론과 구체적 방안 얘기해봅시다 하면 거기서부터 막힌다.
이거 그냥 나 아는체 한다고 떠들고 끝날게 아니라..
진짜 글로벌 식량수급체제를 만들기 위해 진심을 다해 움직이고 머리를 굴려야한다. 상대방 역시 날고긴다는 미국의 유명 대학교에서 장학금받아가며 농업만 연구한 굉장히 우수한 인력이니까.. 게임의 패를 저기가 다 쥐고 있는데.. 말만한다고 상황이 바뀌나.
이런 상황을 아는 사람은 잠자코 가만히 있는 것이다.
몰라서 가만있는게 아니다.


국제 식량자원확보에 대해 어떤 마스터 계획이 서 있는지 모르겠다. 나도 모든 것에 전부다 잘은 모르지만, 어쨋든 국내에서 농산물을 가공하고 유통하는 기술을 갖춘 인력은 다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생각을 갖고 지금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총론보다도 각론, 당장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정하고 실행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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