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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상업농화가 소규모 개인영농보다 낫다

농업개혁의 썰. 첫번째.

친환경농산물 생산과 급식 얘기를 보다가 농약 얘기가 나오길래.. 신경써서 봤더니.. 어쨋든 농약치는 게 안치는 것보다 나쁜 거라고 얘기를 한다.
그리고, 농약을 안친 친환경농산물을 애들이 먹는 급식에라도 활용하는게 좋다하고 한다.



이걸 보고, 모래구덩이에 머리를 파묻고 난 괜찮아를 외치는 칠면조 생각을 했다. 당장 눈앞의 문제에서만 빠져나오면 되는건가?


농약을 치는 농산물에서는 개별 농민들이 치니까 일단 총량관리가 안된다. 개인이 대충대충 섞어서 치다보니 뭘 얼마나 쳤는지 양을 정확히 모르는 것이다. PLS라 하여 사용하는 농약리스트를 관리하고 등록된 농약만 사용하게 했더니.. 집구석에 처박혀있던 맹독성 농약을 사용못하게된 농민들이 난리가 났다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런 걸 사용 안하면 벌레때문에 혹은 잡초때문에 농사 못한다고 말하면서 어쩔 수 없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애들 먹는 거엔 그런거 쓰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근데, 농약에 대해 지식이 부족한 농부들은 대충 농약상에서 추천받아 쓰지만, 만약에 농약회사에서 전문적으로 일하는 전문가 농약을 쓴다면 그걸 그렇게 쓸까?
철저히 사용량과 용법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농약을 덜 쓰고도 효과적으로 방제할 수 있는지 연구를 해서 점점 농약사용량을 줄여가겠지.
농약회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 더 많이 쓰도록 권장하지 않겠냐고? 답은 간단하다. 사용량은 적은데 비싼 농약을 쓰면 같은 얘기가 되지 않나?


한국의 농업은 크게 2가지 부분에서 문제다.
일단, 너무 파편화되어 있다. 생계유지를 위한 소농비중이 너무 높다. 법체계가 진부하게도 구식이라 소농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이 제법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자유전.
이건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말하기도 뭣하고, 안지키고 있다고 말하기도 뭣한... 애매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농사 안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우회적인 방법이 꽤 있다. 법취지가 무색하며...
반대로 경자유전 조항때문에 대규모 영농을 하는 대단위 상업농의 출현은 불가능하다. 대규모 영농을 하려면 영농조합, 들녁경영체.. 이런 조합형태로나 가능한 일인데, 현장에 가보면 알지만, 조합은 워낙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많으니 어떤 사업을 일관되게 끌고 나가기가 참 힘들다.
우회가능한 방법도 생각해봤는데, 그게 바로 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거 실행에 옮겨보려고 농지은행 현황 조사를 해봤는데, 하.. 한숨만 나온다.
이래서 귀농귀촌인들에게 농지은행 얘기하는게 사기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은 땅이라면, 농지은행에 신탁할 이유가 없지.


어쨋거나 농사를 짓는 주체를 대규모화하면, 농약사용량도 줄어들고, 과학적 영농이 가능해지고, 품질관리도 확실히 잘 된다. 개인이 조금조금 짓는 농산물? 품질을 믿지 않은지 오래 됐다. 백종원이 가게주인들에게 위생강조하고, 조리방법지키고, 항상 손님들에게 내갈 음식은 어떻게 하라고 잔소리를 하니.. 그걸 보는 사람들은 저런 걸 지키지 못하면 음식장사하면 안된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근데, 자격미달인 사람이 한둘 아닐걸? 남이할땐 쉬워보여도 내가 할땐 원래 꼼꼼하고 깨끗한 성격이 아니면 분명 헛점이 있다. 농사도 마찬가지다. 그 고된 육체노동을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 많은 부분이 기계화되어서 편해졌다고는 하나... 다른 직업보다 육체노동이 많은 건 사실 아닌가? 그런 노동에 모든 사람이 다 원칙을 지키리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회사가 농사를 짓는다면? 일단 월급을 꼬박꼬박 주겠지. 기본소득 보장은 해준다. 농약과 비료 사용도 회사가 알아서하고 농민들은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 식량작물이라면 파종과 수확까지도 자동으로 할 거고, 과일 야채쪽은 사람의 인력을 조금 필요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는 시간의 상당수는 텃밭가꾸기나 가공공장에서의 일, 마을 경관조성 등의 일로 시간을 보내면 된다. 그래서 평균 연소득 4~5천만원씩 받아가면 지금보다 훨 낫지 않은가?


요즘 농림부에서 규제개혁을 위해 필요한게 뭔지 묻고 다니나보던데.. 진짜 농업을 발전시키려면, 가장 빠른 방법이 대규모 상업농을 금지하는 근본적인 법령체계를 바꾸는 것이다. 요즘은 대기업 안에 속해있는게 가장 안전하다고 하는데, 농업분야야말로 대기업안에 들어있는게 기본생활보장되고 더 필요해 보인다. 그간 농업운동의 이념과 생각이 잘못되었다. 일부에서만 주장하는 연대와 협력만으로는 보다 나은 삶을 보장할 수 없다. 그간 어느것도 잘된 사업모델이 없었기에 실제와는 거리가 먼 막연한 주장이 좀 힘을 얻었던거고.. 농민단체들은 별 근거도 없이 무조건 반대 같은 일방적 주장만 해온 앞뒤가 꽉막힌 단체가 되어버렸다.
삼성이 전자다음으로 바이오를 차세대 사업으로 선정하여 막 밀어주고 있는데.. 바이오에 투자한 걸 농업에 투자했더라면 더 멀리 내다본 탁월한 결정이 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고 생각한다. 제약바이오는 각국의 인허가와 보험정책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뚜렷한 한계가 있다. 삼성같은 덩치가 들어갈 곳이 아닌데... 쫌 그렇다.
반면 농업은 투자한만큼 거둘 수 있고, 현재 파악되는 자원보다 미래는 더 많이 거둬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생산적인 사업이다. 그리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반도체만큼이나 강력하다. 산유국들이 원유가지고 전세계를 좌우하듯이.. 커다란 곡물기업들도 그들의 식량자원을 가지고 전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업을 하기엔 국토도 작고, 생산량도 별볼일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주력사업을 시작할때도 반대하는 사람들은 역시 똑같은 얘기를 했었다. 경부고속도로도 착공때 시기상조라며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근데 보란듯이 그 투자들이 다 성공하지 않았던가...
우린 농업하면 안된다고 먼저 포기해버리는 생각부터 개조가 필요하다. 선진국의 사례를 잘 받아들여 나름대로 우리나라도 상업농육성을 대대적으로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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