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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조금 받은 소규모 식품가공공장이 잘 안되는 이유

농식품가공과 개념설계

예전부터 농업법인들 정부 보조금 받아서 가공시설 지어놓고 팽팽 놀리고 있다고 비판을 많이 받았었다.
보조사업 받은 쪽도 잘 될 줄 알았는데 시장에 나가니 경쟁도 심하고 잘 안 팔리더라고요.. 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음.
그러니까 마케팅보조금이란것도 등장해서, 유통업체 입점시켜주고, 수수료도 지원해주고, 포장재도 찍어주고.. 이런 보조사업도 있다.

그런데 말이지.. 몇년간 이쪽 바닥을 쭉 다녀보니까..
꼭 그런데에만 문제가 있는게 아니더라.
문제! 보조사업을 받아 공장을 건축건립하면.. 실력도 안되는 업자들이 시공해서 꼭 애를 먹이더라.
공장바닥은 방수공사 해놓은게 금세 까져서 물질질 새고..
구배도 엉터리로 해놔서 물이 군데군데 고여있고..
설비는 딱봐도 1천만원이면 다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5천만원짜리라하고. 그나마 시끄럽고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아서 결국 쓰는 걸 포기. 다른 공장에 가공을 맡긴다.
이런 문제가 비일비재하고 결국은 재주는 농업법인이 부리고 돈은 업자가 가져가더라.. 는 현상.  

그뿐만 아니라, 남들이 하는 똑같은 가공설비를 똑같이 설치하니 경쟁력과 차별성이 없어서 경쟁에 뒤쳐진다. 다른 경쟁업체는 이미 설비에 익숙해져서 잘 생산하고 있는데, 이제 시작하는 업체가 똑같은 걸로 똑같이 시장에 뛰어드니.. 그 시장이 막 성장하는 유망산업이면 모를까.. 저가 출혈경쟁밖에 할수가 없다.


식품가공의 완성은 턴키로 하는 플랜트 시공에 있다.
아무리 기술개발을 잘 해놔도 그걸 제품으로 구현하는 공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
몇년간 식품가공R&D일을 쭉 해오고 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또는 내 관리하에 공장설계시공까지 해야 내가 얘기하고 다니는 것들이 완벽히 구현되겠다라고 생각한지 꽤 오래 되었다.
난 개념설계에 따른 공정개발과 시공, 새로운 가공상품생산, 그리고 시장상황을 바탕으로 마케팅전략까지 만들어서 풀패키지로 기술 얹어서 판매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이게 혼자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서.. 그동안 쭉 설비업자, 시공업자들을 기회만 되면 만나고 다녔지만, 사실 수준차이가 너무 나서 제대로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한게 사실이다.


내가 굉장히 존경하는 식품업계의 원로 기술사분이 계시다.
이분은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하셨던 경험이 있는데..
바로 공장신축, 신규라인도입, 이런 것에 대해 개념설계부터 플랜트 완성까지 해보신 분이다. 꽤 오래전에..
그 일을 할 수 있는 분이.. 한국에는 거의 없다.
게다가 퀄리티를 따지자면, 그분 한분?
연세가 있으셔서 그분이 돌아가시면 마땅히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난 정말 그런게 해보고 싶더라.
한국업자들은 주먹구구식으로 공장건축하니까 한국 식품가공쪽은 퀄리티가 중국만 못하다. 한국가공비가 비싼 이유는 인건비나 전반적 물가가 높은 탓도 있지만, 공장라인이 구식이라는 점도 크게 한 몫한다. 오죽하면 80년대에 세운 낡은 공장이 아직도 그 이상의 시설이 없다고 최신설비로 취급받으며 현역으로 뛰고 있을까.. 이쪽이 낙후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수요가 적기 때문. 한국에서 그런 일 해봐야 돈 제대로 벌기 힘들다. 대기업 수요 좀 잡아야 가능할까? 사실 한국 식품대기업 바라보고 일하기는 굉장히 힘들다. 이제 대기업도 투자를 잘 안하니까 일감이 거의 안생김.


농산업이라는 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진흥시킬 것인가..
다양한 관점이 있지만, 내가 얘기하는 이런 관점도 있다.
낙후된 가공라인 설계시공기술수준을 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식품산업 육성을 통한 국내 농업부문의 견인이라는 전략을 세웠다면 이 부분도 좀 업그레이드 해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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