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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설계역량을 키워야 선진국

선진국이 되려면 과학자들도 변해야...


한국은 인재풀이 풍부한가?


옛날엔 그렇다라고들 했는데, 막상 미국에 가보니까 그렇지 않더라. 삼성전자가 더 발전하려면 한국에 의존하는 인재풀에서 벗어나 글로벌 채용으로 서둘러 전환해야할 필요가 있어야할 것 같다.


흔히들 내수중심이라고 말하는 식품회사에서의 얘기다.


10년전인가. 미국 캘로그 R&D 센터에 갔을때 얘긴데.. 우리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누군가를 무작정 만나러 갔다.


미팅룸에서 잠깐 기다리니까 방금 실험마치고 나온 것 같은 차림새를 한.. 정확히 묘사하면 얼굴보호 고글을 쓰고, 아래위 새하얀 실험까운에 작업복을 입은 사람이 미팅하러 나왔다. 1명인가 더 있었는데 그쪽도 비슷한 차림새.


우리가 소개하는 신소재가 자기네 제품에 적용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되어 보자고 했고, 자긴 이러이러 한데에 적용하고 싶다라는 얘기도 하더라.


캘로그 R&D 디비전 구조는 제품에 대한 현안을 해결하는 파트가 있고, 10년쯤 끌고가는 장기연구과제가 있어서.. raw idea를 발굴하여 사업화로 끌고가는 게 일이라고 한다. 디스커버리센터라고 했던가?


당시 미팅에 나왔던 사람은 제품현안 해결하는 파트에 속해있었고. 미국대학에 유학온 각국의 과학자들을 채용한다고 했다. 가만히 보니까 기술적 현안에 대해서는 이들에게 업무를 주고.. 뭔가 깊은 연구는 다른 곳에 있는 10년짜리 연구팀에게 주는 것 같았음.


굳이 구분한다면 현안해결은 technician, 미래기술발굴 및 해결은 scientist. 이런 식으로 나뉘는 것 같았음.


한국에선 Technician이라고 하면 급을 좀 낮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에서는 기술에 대한 거로는 나름 권위도 있고, 박사급인재도 많이 채용하는 포지션이다. 


반면 scientist는 기술뿐만 아니라 철학, 이론 이런 개념까지 동시에 생각해야하는 융복합 인재가 하는 것 같다. 그런 사람을 만나본적이 없으니.. 그냥 추측으로...


한국에서는 테크니션이든 사이언티스트든 그냥 다 한데모아 연구원이다. 주로 기술적용성에 대해 얘기하고 선진국 기술을 어떻게 따라잡나 얘기를 하다보니.. 연구는 일정한 시스템안에 갖혀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지금 한국의 과학교육은 어떤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가?


학부는 말할 것도 없고, 대학원에서조차 자기가 연구주제를 정해 연구하고 배우기보다는 지도교수가 시키는 일을 하기에도 급급하다.


이런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면 뭘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


선진기술을 빨리 받아들이고 쫓아가야하던 과거엔..


한국에서 과학자, 연구원은 굉장히 중요한 존재였다.


그들이 빨리 기술을 습득해서 전달해줘야 회사가 돌아가는 구조였으니.. 아무래도 연구직종은 다른 업무하는 것보다 대우를 잘해줘야했다. 또 국가적으로도 그렇게 하는 걸 장려했었고...


근데, 따라잡을만큼 왠만한건 많이 따라잡았기에 그 이후로는 진짜 새걸 만들어야한다. 새로운 개념설계역량을 갖춘 새로운 과학자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개념설계역량을 갖춘 사람이 정말 드물게 나온다. 또 이러한 설계를 받침해줄 수 있는 전사적 역량을 갖춘데도 드물고.. 그러다보니 서로가 서로의 제품을 베껴가며 파이를 키운다. 


전국의 고3 우등생들은 죄다 의대로 몰려가는 현실에..


계속 과학기술이 이렇게 간다면 연구비는 하마급으로 엄청 먹어치우는데 나오는 결과는 매우 사소한 상황이 쭉 이어질 것이다.


아침에 보니 이낙연대표가 작년 우리나라 GDP가 G7 중 어느 한 국가를 제꼈다고 자랑하더라. 아마 이태리 얘기하는 거 같은데..


이런 포지션이 지속가능하려면.. 나라의 체질부터 좀 바꿔야하겠다라는 생각을 한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 산업은 뭐가 되려나?


2000년대 IT기술이 한국에서 뛰어나게 발달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건 국토가 좁아서 적은 투자로도 퍼포먼스가 크게 잘 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에서 갖고 있는 그런 기술수준으로 미국에가서 사업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한국은 왜 페이스북이나 구글같은 걸 못만들지?


전세계 몇억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가 이렇게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기반 기술이 엄청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술뿐아니라 그 기술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엄청난 투자.


돈만있다고 투자 다 잘 되는 거 아니다.


투자를 어디에 적재적소에 쓰는지 계획을 잘 세워야 기술이 제대로 구현가능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가 될 수 있다.


개념설계역량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그냥 잘하는 테크니션들의 나라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손기술은 세계 최고인데.. 새로운 먹거리는 발굴못하는.. 그런..


우물안에 갖혀 있으면 딱 그만큼만 세상을 본다.


한국은 딱 그렇다. 배운 것 이상을 상상하고 만들 수 있는 인재가 잔뜩 있어야 안정적으로 G7에 진입을 해서 후손들에게 지속가능한 나라를 물려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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