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한국 엘리트들의 문제,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저녁이 있는 삶. 한때는 나도 그 구호를 매우 지지했다. 이정도 능력있는 내가 왜 땅개처럼 시키는대로 일만하고 월화수목금금금. 휴일도 없이 일한다는 게 문제 아냐? 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사회로 뛰쳐나왔는데...


전에 안 보이던 사회 구조와 모순덩어리가 보이기 시작한 거다. 바로 눈앞에서..




몇년전 컨설팅해달라며 어떤 분이 찾아왔는데..


삼성에 핸드폰케이스를 납품하던 업체 사장님이었다.


잘 아는 사실이지만.. 대기업은 구매여부를 놓고 납품처랑 가격 실갱이를 벌인다. 케이스 처럼 단가가 싸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것들은 너 아니어도 딴 업체 많다. 며 가격을 완전 후려쳐서 중소기업 등골을 쭉쭉 뽑아먹는다. 경우에 따라선 경쟁업체가 거의 원가에 가까운 가격을 제시해서 한순간 대형거래처를 잃어버리는 일도 있다.


그 사장님도 안정적인 거래처고 첨엔 좋았지만, 이런식으로 계속 납품가가 까이다보니 영업이익이 1%대까지 떨어져서 이렇게 나가다는 회사 망하겠다.. 싶어서 지인에게 회사 넘기고 독립해 식품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보겠다라고 하는 거다.




으휴.. 일단 한숨부터 쉬고.. 프랜차이즈 어떻게 할지 계획은 세웠는지.. 아이템은 정했는지 물어보니.. 잠실야구장 매장을 받아 꽈배기를 팔겠다고 하더라. 으휴.. 야구장에서 조리는 안되니 근처 빈 사무실을 임대 받아 거기서 튀겨서 가겠다고 한다. 판매할 개수랑 손익은 생각해보셨어요? 라고 물을 수 밖엔 없더라. 속으로 이분은 핸드폰 케이스 사업은 어떻게 한거야?라고 물으면서..




저녁이 있는 삶 좋다.


근데, 영업이익 1%밖에 안되는 대기업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최소한 적은 인력으로 가능한 많은 양의 제품을 뽑아내야하므로..


사장입장에선 직원들을 최소한으로 고용해서 가능한 일을 오래 시키는 걸 선호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직원이 전문기능사일 필요도 없다. 오랫동안 해온 일이고, 설비셋팅은 다 되어있으므로 스위치 누르고 만들어지면 꺼내는 단순한 일만 하면 되는 거다.


이런 회사에서 저녁이 있는 삶 하자고 하면.. 가능할까?




문제는 이런 회사가 태반이라는 거다.


왜냐면 한국 경제성장의 주축모델이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게다가 요즘은 한국제품의 경쟁력이 올라가면서 가격을 좋게 받으니.. 대기업에 이익은 쌓이는데, 그게 협력 중소기업으로 내려가진 않는다. 어차피 가격이 좋아진게 협력업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대기업이 디자인 이쁘게 만들고, 제품설계를 잘해서 된거니까..


중소기업은 시키는대로 일만 했을 뿐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진 외국의 다른 나라들을 보면..


거긴 중소기업도 자체 기술이 있고 거래선이 있어서 대기업에 물건 안주더라도 다른 대기업 주면 되고, 정안되면 다른 회사 주고 수출도 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끼리 좋은 부품 받으려고 경쟁하게 되고 당연히 납품가도 올라가고, 좋은 거래처면 놓치지 않으려고 먼저 상생협력 얘기를 꺼낼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위에 써놓은 대기업 갑질이라고 하는 거때문에 영업이익이 1~2% 밖에 안되고 만약 글로벌 경제위기라도 오는 날엔 리스크헷징이 안되어서 줄줄이 파산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진짜 경제구조를 생각했다면 관주도의 경제개발계획같은 건 진작에 때려치워야했다. 정치인인 대통령이 임기내 업적 남겨야하니까 취임초엔 맨날 이상한 계획세워서 추진하라고 난리고.. 관료들은 맞춰는 줘야하니까 현실에 맞지도 않는 걸 억지로 만들고 기업에게 따라오라고 시킨다. 기업입장에선 안 따라가면 검찰을 내세워 오너 구속시킬 수도 있고, 은행대출 회수할 수도 있으니 따라가는 시늉이라도 해야한다. 완전 아프리카 후진국 저리가라 수준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정부 리스크는 그렇다치고.. 정부는 진짜 재벌개혁을 원한다면..


영업이익 1~2% 대인 대기업에게 갑질 당하는 중소기업을 사업전환시켜 새로운 걸 해보도록 적극 밀어줘야했다. 지금도 그런 사업은 있는데.. 그게 정책자금 대출이고, 세제혜택이라서. 별 효과가 없다. 


생각해봐라 영업이익1~2%짜리 기업 사장인데.. 정부에서 사업전환하라고 정책자금을 준다한다. 근데 그게 기보대출이고 중진공대출이라서 금리가 3%대다. 지금 상황에서 생기는 이익을 이자로 다 낸다해도 자금을 더 넣어야한다. 애개 고작 1%인데.. 라고 생각할수도 있는데.. 10억 대출받으면 1천만원이고 100억대출받으면 1억이다.


이익으로 1천만원정도 쉽게 벌 수 있는 회사라면 애초에 고민도 안했을거다. 대출만 받았을뿐인데 매년 몇천만원에서 몇억씩 적자가 난다로 생각하면.. 골치아파서 대출 안받고 말거다.


공무원들이 사업을 안해봤으니 그 의미가 뭔지 잘 모른다. 


나름 사업잘안다고 하는 공무원들도.. 애개 고작 1천만원이 무서워서 미래에 도전안하냐고.. 남자가 배짱이 없네.. 라고 얘기할 거다.




게다가..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려면 사람도 새로 뽑아야하고 신사업이니까 나름 경력직에 전문가를 모셔야한다.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출받은 돈으로 투자를 하면.. 사업이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망할 수도 있다. 정책자금은 못갚으면 채무조정도 없이 즉시 신용불량자로 떨어지기때문에.. 한번 경험해본 사람은 쉽게 안 본다.




결국. 저녁이 있는 삶은 고부가가치를 내는 중소기업. 아니 한계기업수준은 아닌 중소기업이 태반이어야 가능한 얘기다. 


여윳돈이 있어야 겉멋도 부릴 수 있는 것 처럼..


근데, 한국 경제 구조가 이런 상황에.. 뭐? 주52시간을 강제한다고?


그러니까 미쳤구나.. 하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나라 경제구조가 고부가산업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주5일이 아니라 4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익이 어디서 얼마나 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외국엔 이렇던데.. 라면서 이상향을 주장한다.


그런말 하는 사람들이 엘리트라서 문제다.


국가 전체에 미치는 정책을 얘기할땐 자기 주변만 볼게 아니라 다른 곳들도 구석구석 두루두루 잘 살펴봐야한다.







%23b



%23b



%23f




93김관석, 진중현, 외 91명




댓글 13개




공유 16회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실패한 창업에서 배우는 교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