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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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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은 그렇게 잡는 게 아니다.

후진국형 농산물유통구조가 비싼 쌀값을 만드는 것이다.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2129


물가상승률과 생산비반영이라..


그럼 쌀값도 생산비연동제하자는 소리네?


그러다 우유가 어떻게 되었는지 봐라 좀.


쌀값을 정부가 정하는게 아닌데 마치 정부가 정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오랫동안 정부만이 쌀수매와 공급이 가능하도록 법으로 정해놓았던 탓이 크다.


추곡수매제는 91년 쌀값자유화와 함께 없어지고.. 이후로는 전국의 대형 RPC들이 쌀값을 정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지금 비축한다는 건 공공비축이라하여 비상시 혹은 공공의 목적으로 쌀을 정부가 일정규모 사들여 비축하는 것이다.


전에 잠깐 얘기했지만, 정부가 쌀을 독점수매하여 시장공급하는 시스템은 태평양전쟁이 터지며 일제시대때 일본정부가 민간에 의한 쌀유통을 막고 정부가 군량으로 쓸 쌀을 먼저 확보하고자하는데 목적으로 생겨났다. 해방되면 이런 일제의 잔재부터 없애버릴 줄 알았는데.. 만성적 식량부족사태로 정부가 식량유통을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어 해방이후에도 없어지지 않고 지속되었다.


1991년 10년넘는 대풍년의 계속으로 인해 쌀이 남아돌기 시작하자 정부는 드디어 양곡법을 고쳐 민간의 쌀수매와 유통을 허용했다. 이때 같이 풀린게 쌀막걸리로 그 전까지는 귀한 쌀을 술로 낭비하는 것을 금했을만큼 식량이 매우 부족했던 시기였다.


지금. 쌀유통은 민간에 넘어갔지만.. 여전히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구시대적이다. 쌀값이 내려가니 정부가 개입해 쌀을 얼른 매입해야한다고 아우성이다가도.. 쌀값이 올라가면 정부가 개입하라는 여론은 확실히 줄어든다. 농민과 언론은 가만히 있고. 일부 RPC들에서나 도정할 쌀이없다. 쌀값이 너무 비싸다.. 라면서 작은 목소리를 낸다.


난 이런 거 내로남불같다.


쌀값정책의 목표가 쌀값을 높여서 도시주민들에게 눈탱이를 덮어씌우고자 하는 건 아닐텐데.. 쌀값이 올라 물가가 올라가도 그게 공공의 선인 것 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농축산물에 대해 생산비연동제를 실시하는 국가는.. 한마디로 말해 후진국이다. 농업생산물이 전혀 부가가치를 못내고 생산된 그대로 유통되니까 가격이 비쌀수 밖에 없다.


농업이 발달한 선진국들은 농산물 자체로 유통되는 경우는 드물다. 일단 1차로 가공되어 농산물이 상품으로 변환된 이후 상품의 형태로 시장에 유통된다. 1차가공에서 생성되는 부가가치가 모든 비용을 감당한다. 그로 인해 농업생산물 원물은 거의 생산원가에 가깝게 유통될 수 있다. 다만 원물로 유통되는 양은 상품화된 가공품보다는 꽤 적은 양이다.


쌀값으로 돌아와서..


쌀값을 인상하자고 말하기 이전에..


쌀을 상품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고 옛날에 했던 것처럼 그대로 유통하려고 하니 가격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쌀가격이 비싸면 비싼대로 둬서 수요가 감소되어야 가격인하의 방법이랑 신기술들을 생각해보게 될텐데..


정부가 직접 쌀유통에 개입해서 농민들 요구대로 가격을 보전해주니 누가 귀찮게 구태여 쌀가격인하의 노력을 하려들까.


이렇게 나가다는 수입쌀과의 가격격차는 심해질 거고..


수압이 세지면 튼튼한 댐도 무너지듯이..


언젠가 촘촘히 세워둔 관세장벽에 조그맣게 생긴 구멍을 틈타 수입쌀이 밀려와 시장장악을 하게 될 일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농민들은 깊은 산업구조를 이해할줄도 모르고..


공무원들은 내 임기만 잘 피하면 되니까..


쌀유통구조는 선진국처럼 혁신되지 못하고 계속 썩어문들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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