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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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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쌀가격은 적정한 수준인가?


1. 쌀 1kg 당 가격은 얼마나 될까?


유통가기준으로 대략 2500원 정도 계산한다.


몇년전엔 3000원까지 올라간적도 있는데..


쌀이 남아돈다고 한 최근 2년새 500원 떨어졌다.


3000원으로 올라가기 전의 시세다.


쌀생산 농민들은 더 올라가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고..


정부는 그러면 물가가 너무 올라간다며 가격 상승을 막고 있다.


그러던 사이 시중에 풀리는 쌀이 더 늘어가면서 가격은 더 떨어질 기미를 보였지만, 어찌됐건 가격을 지지하고자 하는 여러 사회그룹의 노력으로 간신히 2500원이라는 선은 지키고 있다.


사실 쌀생산원가는 kg당 2500원을 훌쩍 넘는다.


아마 4~5천원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에서 쌀값상승을 막기 위해 쌀생산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풀고 있어 간신히 그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쌀값은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할까?


1년에 1인당 쌀소비량이 50kg 를 좀 넘는다하니..


까짓것 1kg당 5천원을 지불한다한들.. 고작 25만원밖에 안된다.


임금수준을 감안하면. 까짓것. 한번 내고 만다. 하는 가격밖에 안된다. 그냥 가족끼리 외식한번 할 정도의 비용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착각하기 쉬운 건.. 1인당 쌀소비량을 얘기한거지 가구당 쌀소비량을 얘기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4인가구 기준이라면. 25만원이 아니라 100만원이다.


그래도 1년에 100만원이라면.. 좀 생각해보긴 하겠지만, 굳이 못사먹을 건 없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소득층에게는 분명히 부담되는 가격임은 확실할거 같다.


가정에서야 그렇다쳐도..

식당이나 대량조리, 급식시설에서 쌀이 kg당 5천원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 같다.


하루에 몇공기 만들어 판매하는 게 아니라 몇십 몇백인분이니까 빠듯하게 짜여진 그들의 원가계산서에서 갑자기 밥값이 치솟게 되는 것이고.. 이건 생존을 걸어야하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농산물 유통시장을 생각할때. 자꾸 오해하고 잘못생각하는 부분이..

가정에서의 소비를 중심에 둔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가정에서의 소비는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

가격이 10%, 20% 오른다한들 좀 덜먹으면 그만이고, 반대로 돈 좀 더쓰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대량으로 소비가 일어나는 외식, 급식, 가공식품 채널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쪽 대량 소비 채널 관계자들은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고, 조금만 가격이 올라도 한계효용이 뚝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쌀값은 얼마여야하는가?(2)


외국에서 수입되는 밥쌀의 가격은 얼마일까?


환율과 국제 시세에 영향을 받긴 하지만.. 경험상 kg당 850~900원대 이다. 최소시장접근 물량으로 수입되기에 관세는 전혀 부과되지 않고 국제 거래시세 그대로 국내에 풀린다.


이게 국산쌀과 그대로 구분없이 팔리면 국산쌀 시장이 아작나니까 정부에서는 철저하게 구분유통시키고 있고,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쌀시장개방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연간 40만톤을 의무수입하기로 조약을 맺었기에 40만톤은 국내에 유통되던 아니던간에 의무적으로 수입해야한다. 아마 국산쌀 보호를 위해 시장격리한다고 상당수가 정부양곡창고에 그대로 쌓여있을 것이다.


수입쌀은 주로 중국에서 수입되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수입할 경우도 있다. 여기서 주의하여 봐야하는 지표는 중국은 세계 최대의 쌀수입국이란 점이다. 그렇기에 쌀값이 비쌀수 밖에 없는 건데..


자국유통시세보다 한국에 수출하면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기에 수출을 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여기는 양상이 좀 다른데...


미국내 수요량을 다 채우고 남으니까 그걸 수출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 같은 중립종 혹은 단립종은 한식, 일식, 스시 등으로만 쓰일뿐이지 딱히 용도가 없다.


첨엔 잉여생산분을 수출했을테지만, 쌀값이 비싼 한국, 일본 시장에 들어가기 시작하니까.. 중국이랑 똑같은 이유가 생겨버렸다. 자국유통가격보다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는 것..


그래서 수출을 노리고 자국 소비량 이상 재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쌀값은 얼마여야하는가?(3)


가격은 소비자 관점에서 한계효용과 한계효용이 같아지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우린 밥만 먹고 사는게 아니라 밥도 먹고, 국도 먹고, 김치도 먹고, 고기도 먹어야한다. 이렇듯 소비자들은 여러가지 식재료가 있을때 가격을 감안해서 각 식재료를 적당한 가격에 구매하려고 한다. 반대로 소비하는 양을 감안해서 각 식재료들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최대 효용을 얻으려고 한다.


앞서 말했듯 가정에서는 쌀가격이 좀더 올라도 다른 식재료를 사는데 문제는 없지만.. 식당이나 급식업체, HMR등 가공식품 업체들은 문제가 크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쌀가격의 상승은 쌀소비시장을 가정용으로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가격이 올라서 약간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대량소비시장을 모두 잃어버렸기에 전체 이익은 이전보다 감소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쌀생산비를 먼저 생각하고 거기에 맞춘 적당한 쌀가격을 정하는 것은 리카도의 노동가치설과 연결된다. 상품의 가격안에는 일정량의  노동력, 즉 일정 임금이 포함되어 있기때문에 결국 상품가격은 임금과 비례하여 결정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대의 경제학에서는 효용가치론. 즉 소비자의 최대효용을 만족시키는 지점에서 가격이 결정된다라고 설명한다. 위에서 내가 쭉 설명한 내용이다.


원래 농산물 시장은 생산자 중심으로 움직였다. 단, 농산물이 생활필수재로서 잉여농산물이 생기지 않았을때 그랬었다.


농업기술의 발달과 농산물 생산증가에 따라 잉여농산물이 생기고 이걸 상품으로 거래하게 되면서.. 점점 소비자가 가격결정권을 가지게 되었고, 대부분의 농산물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현대에서는 소비자가 완벽히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한국의 농산물시장은 빈번하게 농산물가격의 폭등이 발생한다. 흉년 혹은 파종량 축소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난 이걸 가리켜 한마디로 농업후진국이라서 그런 거다 라고 얘기하고 싶다. 가뭄, 홍수, 병충해 등 진짜 심각한 자연재해가 발생한거 아니라면 농산물 가격은 일정해야한다. 유통을 가정용 소매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보니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이다.




한국의 쌀값은 얼마여야하는가?(4)


- 외국보다 비싼 국산 농산물 가격의 비밀. 그리고 종합.


외국가면 충격받는 장면.

왜 같은 농산물인데 외국은 훨씬 싸고, 품질마저도 훨씬 더 좋을까?


외국에선 농산물이 이미 상품화 되어 소비자의 한계효용수준에 맞춰 가격이 세팅되고, 품질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한다면 여전히 한국은 농부등 생산자가 가격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걸 지지해주는 정부가 있기에 많은 품목들이 높은 가격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 종합.


가격이 올라가면, 전체 소비시장은 축소된다.

가격이 올라갔다고 다른 생산자들이 외부에서 참여할 경우..

늘어난 생산량을 소비할 곳이 없기때문에 가격은 폭락하고 잉여생산물은 버릴 수 밖엔 없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조그만 동네연못같은데에 경치좋다고 소문나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면.. 어찌될까?


농업선진국들이 찾은 해결책은...

가격을 낮춰 소비시장 규모를 넓힘으로써 판매량과 가격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만든다. 였다.

매년 쌀이 만성적으로 남는 현상을 개선하려면.. 가격인하만큼 중요한 건 없다.

쌀가격이 올라가면 단기적으로야 좋겠지만, 수많은 고객을 잃어버림으로써 쌀생산자들은 좁아진 쌀시장안에서 이전보다 더 피를 말리는 경쟁을 해야할 것이다.


그럼 쌀가격은 어떻게 낮춰야할까?

지금도 이익이 빠듯한 상황인데... 말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생산단위의 대규모화. 

즉 소농보다 대농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동시에 생산기술의 발전을 통해 생산량과 부가가치를 더 늘리는 일을 해야한다.


그렇게 해서 가격이 충분히 낮아진 상태라면.. 비로소 쌀가공식품 시장이 기술의 개발과 함께 열림으로써 늘어난 쌀생산량을 감당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때서야 쌀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생각한다.


농민입장에선 정부상대로 투쟁하는 편이 젤 쉬운 해결책일 것이다.


내가 얘기하는 해결책은 어찌됐건 누군 손해를 봐야하고, 상처입어야하며, 또 기술개발이라는 어려운 일까지 해야하는 거라..


매우 어려운 일일 수 밖에 없으니깐 말이다.


그래서, 정부지원이라는 생명줄이 계속되는 한 이.. 어려운 길로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순간 퇴로가 막히고 배수진이 강요되는, 그래서 정면돌파만이 허용되는 그런 시기가 오고나서야 시도될 거라고 본다.



어쨋든 내 임기 안에서만 문제 안 일어나면 되는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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