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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쌀이야기

쌀가공산업 육성 필요

요즘 계란 산업도 전과 다르게 계속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모든 농업이 다 잘 안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계란 수요가 늘어난 건 계란산업이 현대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증산과 합리적인 가격 하락, 품질의 균일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균일한데다 공급 물량도 충분하니 당연히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전에 사용하지 않던 곳에서도 계란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수요가 늘어나고 전반적인 산업 규모가 커지면 생산시설에 재투자가 이루어져 더 저렴하고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반복되면서 산업의 규모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쌀산업도 동일한 공식을 적용해서 수요를 늘리고 산업을 키우고자 한다.

쌀의 품질이 균일화되고 공급 물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낮아지게 되면,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다.

밀가루만큼이나 쌀가루가 저렴하다면, 이것으로 빵을 못 만들까? 국수를 못 만들까?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쌀 가공식품이 왜 성장하지 못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해 "원래 쌀은 빵 같은 것과 잘 맞지 않고, 원래 쌀이라는 게 가공식품 만들기에는 좋지 않은 곡물이라서 그렇다"라고 자학하는 사람들을 꽤 봤다.

쌀에는 글루텐이 없어서 빵이 안 되고 면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빵과 면이 있다.

글루텐이 들어가는 것은 그중 일부일 뿐이고, 글루텐이 없어도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많다.

글루텐 알레르기 때문에 문제가 제기되는 요즘에는 글루텐이 없는 쌀이 오히려 더 좋은 식재료가 될 텐데 말이다.


그간 쌀 가공식품이 제대로 발전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를 꼽자면, 쌀 가공식품에서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정부의 조급함을 들 수 있다.

지난 정권에서 "가루미" 같은 것도 등장해서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

중요한 것은 쌀 가공산업을 키우는 기초를 어떻게 갖추느냐 하는 것이다.

그 기반을 제대로 준비하는 것은 도외시하고 자꾸 성과만 내려고 하다 보니, 마땅히 해야 할 기초기반 조성은 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기초공사가 부실하면 건물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


쌀 가공식품이 성장하려면 기초기반을 제대로 잘 다지는 일부터 해야 한다.

계란도 몇 년 전에 농약계란 이슈로 논란이 꽤 컸었는데, 결국 식약처 안대로 계란농장별 품질관리를 제대로 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지 않았나?

쌀은 늘 항상 밥으로 먹던 것이기에 별 생각 없이 먹고 있었지만, 이것을 산업화하려면 중금속, 농약 같은 안전 이슈부터 시작해서 어떤 쌀을 어떻게 준비하고 쌀가루를 어떤 규격으로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까지, 기본적인 규격 설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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