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기보는 멀리하자.
어제 한국벤처 1세대로 활약하신 분을 만났는데..
하시는 말씀이..
"벤처기업 하려면 제대로 된 가정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다"
이러시더라.
이게 원인인지 결과인지 모르겠다.
벤처기업을 해서 가정이 파탄나는 건지.
가정이 파탄났는데 벤처기업을 해서인건지.
그만큼 벤처로 성공하기란 어렵다는게 사실이라는 얘기다.
원래 내 꿈은 "프리랜서 전문가"로 그냥 적당히 과제 수주하고, 적당히 용역받고 컨설팅 과제 받아 워라밸하면서 사는 거였다.
근데, 보지 말았어야할 중기청 창업홍보자료를 보고.. 어떨결에..
사실 그땐 세금때문에 사업자등록이 필요해서 창업을 해야할 상황이긴 했다.
그리고, 사업자등록증이 생기니깐.
벤처기업한번 해볼까? 했는데 너무 쉽게 되고 말아서.
그게 기보 보증서가 따라오고 대출실행이 되는 건 줄 알았으면 안했어야 옳은 건데.. 벤처기업인증까지 해버렸다.
그 후로 참 힘들게 살아왔다.
만약 그때 어제 들었던 말을 들었더라면. 벤처기업을 안 했을까?
근데 하긴했겠지. 신용대출로 꽤 큰 돈이 들어왔으니깐.
근데 그건 족쇄다.
이 사업을 시작할때쯔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기보 신보 대출은 받지 말아라."
였는데, 그 말을 안 들었던 걸 약간 후회 하고 있다.
빚 안 갚는다고 1달만에 바로 가압류를 걸어버리는데. 대표의 모든 재산에 대해 다 걸어버릴 수가 있다고 한다. 차명재산이 있으면 그것까지 찾아서 압류를 걸어버린다고...
세상에 어떤 빚쟁이도 그런 짓은 안하는데. 기보 신보는 그런다.
빚을 안 갚겠다는게 아니라 시간적 여유를 달라, 네고를 해볼 수 있는데 이건 뭐 바로 법적 조치에 들어가버리니깐..
연대보증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미리 상의없이 대표를 바꿨다고 일시상환, 그것도 1달내에 다 갚아라.. 그런다.
이건 법이고 규정이라서 그렇다고. 일방적.
어떤 투자자는 기보든 신보든 대출받아서 회사 유지하고 버티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나보고 투자해줄때까지 기다리라.. 라고.
기보 신보는 난 안 만나고 싶다.
원래 지원이라는게 회사 멀쩡할땐 제발좀 받아달라고 하다가..
회사 어려워지면, 비올때 우산 걷어버리는 짓을 하는게 다반사지만.
그중의 으뜸이 기보 신보다.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은 굳이 받지 않는게 좋다.
신용창출해준다고 해서 막 쓰면.. 결국 내 집 팔고 부모님 재산까지 담보잡혀 해결해야하는게 그런 돈이다.
우리 아버지는 그럼 기보신보 돈 안쓰셨냐..
그건 아니고, 절친중에 한분이 기보 본부장인가? 꽤 높은 자리에 계셨다.
IMF터지기 직전에 사업이 한참 어려웠을때 그분에게 도움을 받으셨던거 같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근데, IMF사태 터지고 하시던 사업이 망하면서.. 엄청나게 재촉을 많이 받으셨던듯.
그 후 20년동안 신용불량인상태로 본인 이름으로는 은행통장하나 못만드시고, 내 이름으로 사업하시다가. 돌아가시기 5년전쯤인가? 신용불량사면이 되어서 드디어 은행통장을 만들고, 휴대폰도 만들고, 인터넷 계약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하셨다.
한때 나도 기보 신보 보증서 끊을 수 있게 컨설팅을 해줬던 적이 있었다.
특히 내가 가깝게 지냈던 어떤 회사는..
내가 가수금 전환해서 자본금을 플러스로 만들어주고.. 특허기술 이전받아 기술성확보하고 기보에 사업계획서 넣어 기보 보증과 함께 벤처기업, 그리고 운전자금 확보해줬는데..
이게 밑바탕이 되어 후속투자로 70억을 받는 성과도 만들었다.
그정도 까지 갔지만. 그 이후로는 기보 보증 컨설팅 같은 건 안한다.
굳이 하겠다면 말리진 않겠으나...
사실 사업을 길게보면 그런 리스크한 대출은 받지 않는게 좋다.
민사뿐만아니라 형사까지도 갈 수 있어서 그렇다.
사업이란게 이런거다.
벤처 1세대 얘기하다가 보니. 얼마전 올렸던 프리챌 전제완 대표 스토리가 떠올랐다.
좁은 나라에서 먼저 큰 꿈을 꾸는 사람은..... 망한다.
망해도 크게 망해서.. 결국 그 이후로는 재기불능상태에 빠진 사람이 많다.
지금 불안하긴 하다.
수십년째 고치지 못하고 누적된 농산업의 모순..
그것도 양곡법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언제든 정부개입이 자유로운 쌀산업인데..
내가 이걸 개혁해보겠다고 출사표를 낸게 잘 한 일인가? 성공할 수 있을까?
벤처하듯이 집도 가족도 다 내팽개치고 이걸 개혁하겠다며 계속 도전을 할 수 있겠지만, 그냥 집과 가족, 가정을 생각한다면..
내가 왜 이런 어려운 길을 가고 있지? 멘땅에 헤딩하는 일은 남 시키고. 뒤에서 잘한다 잘한다 격려해주던가, 뒤에서 그림이나 짜주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지시하는 일만 해도 되긴 할텐데... 란 생각도 가끔씩 든다.
작년하고 올해 가장 바뀐 역할이..
작년까지는 컨설턴트, 올해부터는 사업가 이다.
그래서 벤처하려면 집도 가정도 다 버리라는 말이 심상치 않게 와 닿는다.
이렇게 버려야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