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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버터와 식물성대용유지

불만제로UP 초콜릿 보도내용의 진실

지난주 불만제로를 보고 좀 화가 나서 적는다.

(예전에 썼던 글 옮긴거라.. 2014.8.6. 불만제로UP 내용 참고)


코코아버터에 대해 뭘 안다고 저렇게 함부로 지멋대로 재단해서 얘기하는가?

게다가 코코아버터로 초콜릿을 만들어본적도 없는 것 같은 누군가가...

전문가랍시고 인터뷰하는 건 도저히 못봐주겠다.


일본은 당연히 코코아버터를 쓰는 문화니까 코코아버터로 초콜릿을 만든다.

그만큼 비싼 돈내고 제대로 만든 진짜 초콜릿을 먹는 사람들이 있으니 만드는 사람도 신이나서 만들수 있지.

한국은 식물성유지반 코코아버터반 섞어만들어도 그 맛을 제대로 구분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일반인은 모르니까 그렇다쳐도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 역시도 진짜 초콜릿맛은 잘 구분못한다. 십수년전 커피도 한국엔 그런 취급을 받았지만, 커피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폭넓게 실시되면서 이젠 좀 커피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초콜릿 역시 그러면 되지 않느냐고?

초콜릿은 첨부터 만들려면 갖춰야할 설비가 너무 고가이고 원료 역시 쉽게 구할 수 없다보니 커피처럼 동호인 중심으로 배우는 문화가 활성화 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말로만 초콜릿을 배운 가짜 전문가들이 너무 많다.

비싸면 다 좋은 것인줄 알지만, 커피만큼이나 다양한 카카오빈이 있어 제각기 맛이 달라 취향따라 비쌀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콜릿은 커피보다 만들기 더 어렵다.


어쨋든, 코코아버터를 대체한다는 싸구려 식물성 유지의 정체에 대해 말하자면,

바로 CBE(Cocoa butter equivalent)라는 것이다.


코코아버터는 카카오빈에서 짜낸 식물성 유지로서, 상온에선 노르스름한 고체형태의 거의 무취무미인 기름덩어리다. 특히, 30℃ 이하에선 고체로 있다가 인간의 체온에서 부드럽게 녹는 신비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카카오빈은 적도를 중심으로하여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의 열대 지방에서 재배되며, 주요 산지는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서쪽 지역과 에콰도르 등 중남미지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 이렇게 3군데가 주산지인데, 절반이상이 아프리카지역에서 생산된다.

원래 초콜릿은 코코아버터만으로 만들었으나, 최근 원재료 값이 올라가면서 코코아버터도 가격이 상승하여 코코아버터보다 약간 싼.. 약 70%정도의 가격을 갖는 코코아버터 대체유지의 사용폭도 점점 넓어지게 되었다.

특히, 원래 유럽에서는 초콜릿에 식물성유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나, 최근 5%까지 대체유지 사용을 허가하면서 점점 식물성 대체유지의 활용도가 높아지게되었다.


원래 코코아버터 대체유지의 종류에는 크게 다음과 같은 3가지가 존재한다.


- CBE(Cocoa Butter Equivalent)

- CBS(Cocoa Butter Substitute)

- CBR(Cocoa Butter Replacer)


이름 봐선 다 그게 그거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CBE는 코코아버터와 완벽히 물성이 똑같은 유지로 100%호환가능

CBS는 라우릭계열의 짧은 지방산으로 이뤄진 식물성 유지로 코코아버터와는 같이 못씀.

CBR은 non-lauric 계열의 경화 지방산으로 만든 식물성 유지로 코코아버터와 5%정도 호환


이러한 특성을 갖는다.

이렇게 쓰면 어려우니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말하자면,

CBS는 중국산 싸구려 초콜릿에 많이 쓰는 유지로서 열에 강하고 별도의 조온설비가 필요없어 생산비가 싸므로, 코팅, 초코볼용으로 많이 쓰임.

CBR은 초코파이나 초코바 등의 코팅용 초콜릿에 많이 쓰이며, 역시 별도의 조온설비가 필요없고 부드러운 물성을 갖는 것이 특징. 역시 값이 많이 쌈.

CBE는 코코아버터의 7~80%가격의 비싼 대용지로서, 완벽히 코코아버터와 대체된다는 것이 특징으로, 일반 판 초콜릿에 원가절감용으로 많이 쓰임. 내열성 초콜릿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도 사용 가능.


한국 L사 아몬드 초코볼에만 사용한다던 식물성유지의 정체가 바로 CBE인데,

CBE는 식물성 유지중에 고급에 속해서 가격이 제법 비싸다.  

출처 : MBC 불만제로UP(2014.8.6. 방영)


카카오버터 가격의 70%정도 되니 위 기준대로라면 아몬드초코볼에 사용된 CBE는 1kg에 15,000원 정도 하는 것이 정상.


그러나, 불만제로에서는 kg당 5,000원짜리 유지를 내세웠으니 이건 CBE가 아니라 CBR이나 CBS로 보인다. 위에서 말했듯이 CBE가 아닌 다른 유지들은 굉장히 싼편이다. 아몬드초코볼에 사용된 유지도 아닌데 그렇다고 단정지어 보도하는 건... 기사내용오류 아닌가?


1) CBE는 그냥 싸구려 유지가 아니다.

CBE는 1956년 글로벌 식품회사인 유니레버 연구소에서 개발한 획기적인 발명품으로서, 그간 수량이 한정된 카카오빈에서만 만들수 있었던 코코아버터를 다른 식물성유지를 조합하여 만들어냈다는 것이 특징인데, 어느 식품학자는 인류 역사상 굉장한 발명이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왜 이게 의미를 갖냐면,

아프리카 흑인 노예 역사와 초콜릿 역사는 오랫동안 연관을 가져왔다.

원산지가 중남미인 카카오가 왜 현재는 서아프리카연안에서 많이 생산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면...

스페인사람들이 중남미에서 카카오를 들여왔는데. 첨엔 지금의 초콜릿 드링크형태로 먹었었다. 이걸 현재처럼 딱딱한 고체형태로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한 건 네덜란드인이었다. 초콜릿은 일종의 마약처럼 당시 유럽 사람들에게 신비한 영약으로 취급받았기에 장사잘하기로 유명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취급하려고 한건 당연한 것이고...

네덜란드는 당시 노예무역에도 앞장서 있었기때문에 서아프리카 연안에 대규모 카카오빈 농장을 짓고, 거기에 흑인노예를 대량 투입하여 농사를 지었다. 그래서, 그 전통이 남아 여태껏 카카오빈 주산지는 서아프리카인 것이며, 또 인도네시아에서도 생산될 수 있었던 것 역시 네덜란드인들이 전파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카카오빈의 흑역사는 노예무역이 사라진 지금도 여전히 아프리카국민들을 고된 노동에 종사하도록 만들고 있다.

커피에 공정무역 개념이 생겨나고 있는 것처럼, 카카오에도 그러햇으면 좋으련만, 커피만큼 산지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카카오빈 농장은 여전히 공정무역과는 거리가 멀다.


이에 비해 CBE는 팜정제유와 쉐아버터를 중심으로 일리페, 살지 등 다양한 열대유지를 혼합하여 만든다. 이 역시 대규모 농장에서 재배되고 있긴 하나 아프리카 같은 정도는 아니며, 일부 메이커에서는 다른 식물유지로부터 효소전환을 통해 원료유지를 새로 만들어내기도 하니 CBE에는 아프리카인들의 눈물이 덜 들어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2) CBE는 코코아 버터와 90%이상 유사한 지방산 조성을 갖는 천연 유지


  

출처 : MBC 불만제로UP(2014.8.6. 방영)
출처 : MBC 불만제로UP(2014.8.6. 방영)


카카오버터 대신 식용유지가 들어가면 가짜 이미테이션이라고 하는 업자의 말...

업자님께선....  짝퉁 이미테이션 초콜릿만 취급하니 다 가짜라고 하시는 것이겠죠.


CBE는 코코아버터를 과학적으로 성분을 분석해내어 다른 천연유지들로부터 최적의 조합을 찾아 만든 유지입니다.


상단은 코코아버터를 분석한 그래프인데 POP, POS(POSt), SOS(StOSt) 주로 이 세가지 유지의 peak가 나타나며, 곧 이들 세가지 종류의 트리지방산이 코코아버터의 주요성분임을 알 수 있다.


트리지방산의 일반적 구조



코코아버터를 구성하는 주요 트리지방산




코코아버터의 유지결정구조



이들 3가지 트리지방산이 stacking(집적,축적)되어 거대한 유지결정을 구성한 것이 바로 코코아버터이다. 이것을 활용하여 천연유지인 팜유, 쉐아버터, 일리페, 코쿰, 살 등을 조합하여 만든 것이 바로 CBE로서 구성원료인 천연유지들이 고급 식물성기름이다.

일례로 쉐아버터는 최근 보습에 좋다하여 화장품용 천연 식물오일로서 각광을 받고 있으며, 체온 근방에서 녹는 성질때문에 립스틱에도 주요 원료로서 사용되는 중이다.


이런 고급 유지를 가지고 만드는 코코아버터 대체지인데 코코아버터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또 초콜릿에 대해서 무식한 업자말만듣고 무조건 싸구려, 저급 이미지를 덧씌운다는 게 문제 아닌가?


출처 : MBC 불만제로UP(2014.8.6. 방영)


국제적으로도 코코아매스, 코코아버터 등 코코아원료 공급은 한계가 있는데, 초콜릿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 초콜릿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에서도 이미 초콜릿에 사용하는 원료는 코코아버터여야한다는 원칙을 버리고, 5%까지 대용유지를 사용할 수 있게 규정을 고친바 있다.

이런 국제 사정은 덮어두고 일개 일본 코코아협회 관계자라는 사람말만 듣고 국산제품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선동하면 곤란하다고 본다.

일본은 카카오빈을 직접 사다가 로스팅하고 버터를 직접 생산하는 초콜릿 회사가 다수이다.

때문에 초콜릿을 만들면 당연히 코코아버터를 많이 쓸수밖엔 없고, 또 그런 회사들과 경쟁하려니 업체측에서도 맛이 떨어지는 대용지를 굳이 사용하진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한국에서도 질떨어지는 이미테이션 초콜릿의 난립을 막기 위해 2004년부터 식품법규상 초콜릿 분류에 반드시 코코아고형분을 35%이상 함유하고 이중 코코아버터함유량도 18%이상 함유하도록 규정하였다. 다들 생각하는 것처럼 질떨어지는 대용지가 많이 들어간 초콜릿은 준초콜릿으로 규정하였는데, 이마저도 코코아고형분 7%이상 함유되도록 하여 어쨋든 코코아원료가 들어가지 않고는 초콜릿이라는 말을 쓸수 없게 해놨다.


불만제로에서 지적하였듯이, 한국 초콜릿제품이 일본산 초콜릿제품에 비해 가성비가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건 나도 불만스런 진실이다. 과대포장인 것도 맞다.

그러나, 적어도 언론이라면 이런 수박 겉핥기같은 보도를 하면 안되지 않나?

전문가도 아닌 사람을 전문가라고 인터뷰를 해놓고는 이미 씌여진 각본대로 짜맞춰가기...

이건 좀 문제가 있다 생각한다.


국내 전문가라고 인터뷰한 사람중에 코코아버터, 코코아매스, 설탕 등으로 직접 리파이닝하고, 콘칭을 거쳐 점도조절하고 템퍼링까지 해서 초콜릿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전문가라고 인정해주겠다. 하지만, 고작 수입산 커버춰 초콜릿으로 데코레이션이나 해본 사람을 전문가라고 초빙한 거라면 인터뷰 정말 잘못한 것이다.


그리고, 내용중... 오해의 소지가 있을만한 내용이 있었는데...

일본 L사와 한국의 L사는 완전 다른 회사다.

회장님이 한가족이긴 하지만, 제품의 연구개발 및 생산은 전혀 별개로 이뤄진다.

보도내용에 언뜻 비치는 것처럼 한국 제품이 일본으로 수출한게 일본 아몬드초코볼이 아니란 말이다.

인건비 비싼 일본에서 만든 아몬드초코볼보다도 한국산 보다도 더 양많고 질이 더 좋다니...

나도 이런 부분때문에 L사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기사는 진실을 바탕으로 방송되어야하지 않을까? 그래야 주장하는 바가 더 신뢰를 받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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