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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시장을 앞서가서 실패했던 무설탕 제품

기술보다는 컨셉과 타이밍이 중요

  가끔 농업기술센터에서 강의요청이 있어 우리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강의를 할때가 있다. 제조기술, 신제품 개발을 위한 마케팅 전략 등이 주된 강의 테마인데, 마케팅 전략 강의 때 내가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마케팅 컨셉에 기술을 맞추세요."

어찌보면 이것은 원래 교육의 취지와는 정반대가 되는 얘기다. 당초 강의의 취지는 식품가공기술을 알아야 식품을 만들 수 있으니 기술을 배우자라는 것이었을 듯하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보니 그냥 제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렇게 하려면 기술보다는 컨셉과 마케팅전략이 앞서야하는 것이다. 어떤 컨셉으로, 주요 소비자타겟을 누구로 하며, 또 어떤 가격대로, 어떤 니즈에 맞춰 만들 것인가 등이 제품 기획서 작성할 때 기본 중에 기본인 작업인데 많은 사람들은 으례 기술이 있어야하고 R&D도 해야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팔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보니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는 기술개발이 빠지지않고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말 기술이 있으면 언젠가 시장이 열리는 걸까?     


무설탕 식품의 성공사례, 무설탕 껌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당류 저감 정책을 본격적으로 펴면서, 이와 관련하여 당류를 줄일 수 있는 기술에 대해 관심이 높다. 현재 WHO 및 FDA를 포함하여 국제적으로 당류 관리 방안으로서 제안되는 방법으로는 원료 자체에 내재된 천연당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식품가공시 인위적으로 첨가되는 첨가당을 일일 섭취 열량의 10% 정도로 줄여 당류를 저감하는 것이 제안되고 있으나, 관련 업계에서는 일일섭취량의 10%인 200kcal, 탄수화물양으로 환산하면 50g인데 하루에 여러 가지 음식을 먹는 것을 감안하면 이조차도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가공식품의 당을 아예 첨가하지 않고,  무설탕 제품의 시초이자 유일한 성공사례인 껌은 80년대까지만해도 감미료로서 설탕을 사용한 제품이 대세였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 해태제과에서 “덴티큐”를 시장에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무설탕 껌 시장이 열리게 되었고 이후 껌시장은 본격적으로 무설탕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특히, 무설탕껌의 이빨마크 사용권을 두고 벌어졌던 해태제과와 롯데제과 사이의분쟁은 역으로 무설탕 껌이 가지고 있었던 잠재적 가능성을 보여줬던 한가지 사례이며, 몇년후 롯데제과에서 메가히트작 “자일리톨껌”을 출시하면서, 국내시장에서는 설탕껌보다 무설탕껌이 많이 팔리게 되었다. 사실 무설탕 제품은 설탕 가격의 2배에서 10배에 달하는 무설탕 원료의 비싼 가격 때문에 그 이전까지는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국민 생활 수준의 향상과 생산설비 증설에 따른 원료가격의 하락, 소비자들의 기능성 식품에의 욕구가 적당히 맞물리면서 무설탕 식품은 점점 다른 영역으로 확대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국내 무설탕 식탁용 감미료 시장은 요원

  당류 제품중 가장 간단하면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은 식탁용 감미료(Table top sweetener)이다. 호텔, 대규모 레스토랑, 커피전문점이나 카페에서 소포장형태로 흔히 볼 수 있으며, 해외 시장에서는 비교적 인기 있는 아이템중 하나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Freedonia 보고서에 따르면(2011년 12월 발간) 미국의 경우 식탁용 감미료 시장이 연간 14억달러(약 1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한국은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는 건 아니지만, 연간 3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되며, 그중에서도 무설탕 식탁용 감미료 시장은 100억원 미만일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에서 매우 유명한 제품이라며 가끔씩 “Spenda"나 "Equal"등을 제시하고 사업을 제안하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음료형태로 섭취하는 감미료에 대비하면 어마어마하게 작은 소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가정용으로 판매되는 식탁용 감미료는 주용도가 커피나 차를 마실 때 첨가하는 것인데, 집에서도 커피믹스를 먹거나 아예 설탕을 넣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다가 그나마도 집에서 직접 담그는 매실청 등에 밀려 해외에 비하면 국내 시장은 형편없이 작다. 무설탕 식탁용 감미료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려면 해외처럼 커피시장과 연결시키는 전략을 펼 필요가 있다. 특히,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음료 대부분이 당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지적되는 바 이를 무설탕 감미료로 바꾸는 것은 당류 저감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와 커피문화가 비슷한 일본에서는 이미 수년전부터 무설탕 커피시럽이 출시되어 일정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근래에는 가정용 커피 시럽에서도 무설탕 제품이 출시되어 유행을 이끌고 있다.     

               

< 일본의 무설탕 커피시럽 > 

(이미지출처 : 각사 홈페이지, 좌측부터 메로디안(주), 네슬레재팬, 아지노모토 )


당류저감 정책이 무설탕 식품 시장을 이끌수도

무설탕 초콜릿과 캔디 역시 이미 2~30년전에 개발 출시되었으며, 해외에서는 이들이 각각 별도의 카테고리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시장이 매우 작다. 무설탕 초콜릿은 90년대 해태제과, 2000년대 롯데제과에서 각각 제품을 출시한 사례가 있으나 설탕과는 다른 맛과 비싼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시장에서 사라졌으며, 무설탕 캔디의 경우 수입품인 “리콜라”, “호올스”제품이 시장을 열었고, 이후 지속적으로 제품이 출시되었으나, 2004년 “애니타임” 출시 때 반짝 인기를 끌었을뿐 그 이후 새로 시장에 자리잡는 제품이 없는 상황이다. 캔디는 초콜릿에 비해 좀더 상품성이 있으나, 여전히 설탕과는 다른 맛, 풍미와 가격이슈로 인해 무설탕 제품시장이 좀처럼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당류에 대해서는 이미 거의 100% 완벽대체가 가능할 정도로 기술적으로는 많이 개발된 상태이나 설탕 대비 살짝 못미치는 맛,풍미 문제와 높은 가격이슈 때문에 그동안 당류를 줄인 제품의 시장을 확대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올해부터 펼쳐지는 정부의 당류 섭취 저감정책은 단순히 기존 제품에서의 당류저감뿐만 아니라 당류저감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 개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당류저감정책이 확대될수록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처럼 무설탕 식품 시장이 형성되고 성장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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