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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있는 식품전문가들

배움의 장소는 학교에만 있는게 아니다.

지난주 백종원의 3대천왕보면서...
식품기술이란 누구의 것인가? 고급진 기술은 꼭 배운사람만이 알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게끔 해준 것은... 정읍 만두.
흡유저감의 포인트를 정확히 이해하고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만두를 일단 한번 초벌로 약간 쪄낸후, 주문시 다시찌거나 튀겨서 완성한다.

예전에 연구소시절 아무리 해도 흡유저감은 안된다고하는 말을 들은 바 있다. 오랜 경력을 가진 담당자였는데...
그래서, 흡유저감에 좋다는 무슨무슨 원료랑, 유화제를 넣고 만들어봤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반면 정읍의 만두집 주인은 아마 식품가공기술에 대해 배운적은 분명히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두를 살짝 쪄서 만두피를 호화시킨후.. 그 호화된 만두피가 튀김에 들어갔을때 물과 기름이 치환되면서 만두소로 기름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기름을 머금고 있지만, 그렇게 튀겨낸 것치곤 기름이 많이 안 배어있다.
반면 처음부터 튀겼다면... 기름에 의해 만두피가 익으면서 그 도중에 기름이 만두소로 침투... 결국은 기름먹은 만두를 먹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초벌로 쪄낸후 다시 한번 쪄내면, 중간에 살짝 식은 만두피가 다시 가열되지만, 겉은 얇은 피막이 생기게 되므로 만두소의 수분이 날아가지 않고 그 안에서 움직이므로 맛과향이 그대로 만두안에 남을뿐더러 그냥 찐만두보다는 좀더 쫄깃한 식감의 찐만두를 먹을 수 있다.


가공식품분야에서 연구원들이 어려워하는 과제가 몇몇 있다.
전분으로 지방대체하는 기술, 튀김시 흡유저감, 노화방지, 식품의 유화와 응용기술, 단백질을 활용한 물성식감조절기술 등등.. 가만히 원리부터 잘 생각해보면 풀수 있는 것이지만.. 타이트한 직장문화는 가만히 생각해줄 여유를 가질수 없게 하고, 비영리기관에서는 절실하지 않고, 누가 스트레스를 안 줘서 그런지.. 대충 문제를 마무리하고 본다. 
이렇게 가끔씩 일선의 음식점 주인들이 보여주는 노하우는 전문가 입장에서도 뛰어난 해결책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래서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밖에서 해답을 찾으려했고, 사실 그게 정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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