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산물의 새로운 활용방안
“젤라또”(Gelato)는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아이스크림으로, 과즙, 과육, 우유, 설탕, 때로는 커피나 향초 등을 섞은 것을 얼려 만드는 식품이다. 젤라또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얼었다'라는 의미로 라틴어 "gelātus"에서 파생되었다고 하며, 이탈리아 사람들은 겨울에 빼놓지 않고 먹는 아이스크림일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젤라또'를 아이스크림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으나, 해외로 넘어가면서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을 가리키는 의미로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다.
6차산업 중 가공식품분야가 가장 중요
6차산업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 농촌에 소개된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6차산업은 농작물 생산, 가공, 레저 및 관광, 체험학습 등 여러 가지분야로 이뤄져 있으나, 핵심은 2차산업, 즉 농산물을 가공하는 부분에 있다. 지금까지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6차산업 활성화 정책을 펴왔지만, 1차산업 산물인 농산물만으로는 판매에 힘이 없고, 관광, 레저, 체험학습등으로 대표되는 3차산업은 왠지 공허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2차산업분야인 가공식품 활성화가 아직 미진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이점을 인지하고, 각 기초지자체별로 농산물 가공지원센터 건립 및 운영, 식품대기업과 농업경영체간 연계를 통한 우리 농산물 가공식품 판매의 활성화, 지역별 로컬푸드 매장 오픈 및 활성화 지원책 등을 펴고 있지만, 몇몇 일부 지역의 성공사례를 제외하면 투자규모에 비해 성공규모는 아직 부진한 편이다.
2015년 6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발표한 “농식품 주간 동향” 자료에 따르면 6차산업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6차산업관련 현황 통계가 제시되어 있는데, 6차산업 매출의 절반정도가 농산물가공에서 나올 정도로 2차가공식품의 비중이 꽤 높은 것이 특징이다. 반면, 관광농원등 3차 서비스업종은 2.1%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활성화가 덜 된 상태로서, 6차 산업 개념이 처음 제시되었고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국가가 일본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일본의 상황은 한국이 1차적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는 모델이기 때문에 2차 가공산업 중심의 6차산업 발전은 의심할 나위없이 받아들여야 할 중요 전략인 것이다.
쌀과 제철과일, 로컬푸드에 어울리는 젤라또
젤라또는 16세기 이탈리아에서 비롯된 식품으로서 1595년 피렌체에서 열린 연회의 기록에서 메디치 대공의 궁정에서 젤라토를 먹었다는 회고가 남아있다. 1686년 시칠리아에서 첫번째 아이스크림 기계를 완성하면서 점차 퍼져나가 지금의 젤라또 시장을 형성하게 되었다. 젤라또는 일반적인 아이스크림과 비교해서 공기 함유량이 35% 미만으로 적고, 밀도가 진하며 감칠맛이 있다. 또, 유지방분은 4~8%로 일반적인 아이스크림의 약 절반 수준이며 비교적 저칼로리이다. 법률에서 규정한 아이스크림의 유지방분 함량인 16~20%보다 적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 아닌 아이스밀크류로 분류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젤라또는 유지방맛이 풍부한 미국식 아이스크림보다는 덜 느끼하고,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어, 보통의 아이스크림보다는 한국인의 입맛에 더 잘 맞을 수 있다.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3대 젤라또 샵이라고하면 “파씨”,“올드브릿지”,“지올리띠”를 꼽는 이들이 많은데, 이 3대 젤라또 샵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재미있는 현상은 바로 쌀로 만든 젤라또가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특히 “파씨”와 “지올리띠”의 쌀 젤라또 “RISO”는 최고 인기메뉴로서 다수의 매체로부터 로마를 찾는 관광객에게 꼭 먹어봐야할 아이템으로 선정될 정도이다. 이러한 이탈리아의 상황을 고려하면 젤라또는 제철과일, 쌀 등을 포함한 메뉴가 인기가 있다는 점에서 로컬푸드에 딱 어울리는 아이템이라고 생각되며, 특히, 젤라또는 제철 과일을 사용, 신선하게 만들어 판매할뿐더러 제품가격 중 원료비가 높지 않은 편이라 저렴한 가격 때문에 쓰는 수입냉동과일 대신 국산 농산물을 사용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에서 로컬푸드로서 보급되기에 매우 유망한 아이템이다.
한국형 젤라또, 로컬푸드의 활성화에 기여
이렇듯, 젤라또는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시장도입 초기로서 관련 국산원료와 기술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관계로 아직은 외국의 것을 그대로 들여와 판매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시장의 아쉬움은 일본의 경우를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미 일본에는 각 지역별로 여러 곳에서 제철 농산물을 활용한 젤라또 가게가 영업중이다. 일본 젤라또 협회에 따르면 일본에서 젤라또는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으로하며 최근에는 갓 짜낸 우유를 사용하는 점포도 있을 정도로 지역친화적 성격이 매우 높다고 한다. 일본 미에현 이나베시에 있는 “우리보우 농사조합법인”은 지역에 농산물 직거래장터와 함께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우유와 농산물로 젤라또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젤라또는 일체의 인공증점제나 계란성분을 넣지 않아 소비자 건강을 고려하였으며 총 14가지의 각기 다른 제품을 계절에 따라 과일이나 야채를 달리 적용하여 제조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이들 메뉴와 함께 우리보우 농사조합법인에서는 도시 소비자들을 위한 각종 체험마을, 관광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바로 지금 우리나라에서 추구하고 있는 6차산업의 궁극적 목표, 그 모습이다. 이렇게 일본에서 제철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젤라또 점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야후재팬 검색결과 일본 전역에서 제철 농산물을 활용한 젤라또 점포들이 다수 검색될 만큼 일본에서 로컬푸드가 젤라또에 결합되어 활성화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렇게 로컬푸드와 젤라또를 결합시키려는 시도가 점점 등장하고 있는데, 국내 젤라또 업소중에서 “젤라띠젤라띠”는 이천쌀을 사용한 젤라또 메뉴를 개발 판매하고 있는데, 방문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으며, 또 다른 이태리 젤라또 전문점 “일 에레 델 젤라또”는 우유대신 라이스밀크를 사용하여 만든 라이스 젤라또와 국산 과일로 만든 조청을 시럽원료로 사용한 복분자 젤라또등 국산 쌀과 과일가공품들을 원료로 사용한 젤라또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이 두 업체는 서울 시내에 있지만, 지방에서도 거창의 “뿌에블로”같은 젤라또 샵에서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여 만든 젤라또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등 일본처럼 젤라또를 활용한 6차산업 로컬푸드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안정적 판매수요 확보라는 농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일본에서 판매중인 로컬푸드 젤라또들 >
(출처 : JA그룹돗토리직매소 홈페이지, http://www.shokunomiyako.com/)
(출처 : 우리보우 농사조합법인 홈페이지 http://www.net-uribou.jp/)
6차산업과 로컬푸드는 우리 농업의 미래로서 반드시 해결하고 나가야할 과제이지만, 지금처럼 단순히 농가에서 직접 가공기술을 배워 매장에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참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이태리나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젤라또라는 제품은 단순한 하나 디저트메뉴가 아니라 6차산업 또는 로컬푸드를 활성화시켜줄 수 있는 중요한 도구 또는 플랫폼으로서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한국식 젤라또가 보여줄 수 있는 우리 농촌의 미래는 어떨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