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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식용유, 현미유 이야기

국산 현미유는 꼭 생산되어야 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콩기름이 주도하던 국내 식용유시장에 올리브유라는 고급 기름이 새롭게 등장하였고, 식용유는 무조건 콩기름이라던 분위기가 바뀌어 식품에 사용되는 기름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포도씨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등등.. 그러나 건강기능성 및 조리특성,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양질의 우수한 기름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점점 잊혀져가는 식용유가 있다. 바로 쌀에서 나오는 기름, 현미유다.      

국내산 미강으로 생산 가능한 현미유

현미유는 쌀겨부위, 즉 미강부위에서 추출해 낸 기름이다. 그래서, 미강유로도 불리우며, 시중에서는 쌀눈유라는 상품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쌀겨부위에는 지방성분이 17% 정도 함유되어 있으며, 이들 지방에는 천연 항산화물질이 풍부하여 폴리페놀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코코아의 절반 정도의 항산화효과를 가지고 있다. 식용유 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식물자원은 콩, 팜, 옥수수, 올리브, 유채, 해바라기, 포도씨, 참깨, 들깨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가능한 종류는 한정되어 있으며, 이마저도 국제 원료가 상승으로 인해 점점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미강(쌀겨)부위에서 식용유를 얻으려는 시도는 1900년대 초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상대적으로 적은 미강내 지방함량으로 인해 압착방식으로 기름을 짜낼 수 없었다는 한계가 있어, 지방함량이 비슷한 대두에서 식용유를 추출하는 방식을 적용한 결과 1920년대에 일본에서 비로소 상업적인 미강유 생산이 시작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에서 건너온 미강유 제조기술이 조금씩 확산되어 미강유 생산이 시작되었으며, 90년대 초반에는 전국에 약 20여곳의 미강유 제조업체가 있을 정도로 낯선 유종이 아니었다. 2007년 식품공전상 명칭이 미강유에서 현미유로 바뀌었지만, 미강수급의 어려움과 수입식용유에 비해 비싼 가격, 제조공정상 특별한 노하우가 요구되어 현재 현미유 제조업체는 국내에 단 1곳 남아있을 정도로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진 상태이다.     



건강기능성과 조리특성 모두 완벽한 식용유

현미유는 올리브유, 카놀라유, 포도씨유 등 고급유에 속하는 유종중에서도 건강기능성과 조리특성 양쪽모두에서 평균 이상의 우수한 품질을 보인다. 미국심장협회에서는 1990년대부터 심혈관계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일일 지방섭취량과 지방산 종류별 섭취량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화지방산, 단일불포화지방산, 다중불포화지방산 비율을 도출하면 대략 1:2:1의 비율이 되는데, 식물성 오일 중 이 비율에 가장 근접한 것이 바로 현미유이다. 이런 영양적, 건강기능적 우수성 때문에 일본 식물성오일협회에서는 『현미유』는 『동양의 올리브유』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LDL 콜레스테롤 저하효과, 고지혈증예방, 자율신경실조증 완화 등 건강기능성 효과를 같이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의 교육 및 학생보건을 담당하는 PGIMER에서는 2013년 지질대사장애를 가진 11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와 현미유, 땅콩유를 섭취하게 하여 지질대사변화를 관찰한 결과 현미유를 섭취한 군에서 LDL 콜레스테롤, 총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가 유의적으로 감소하였다라고 하는 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현미유 안에는 감마오리자놀, 토코트리에놀, 천연 토코페롤 및 폴리코사놀 등의 기능성 항산화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건강에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생각되며, 실제로 현미유에서 추출해낸 이들 기능성성분은 건강식품으로서 전 세계에 널리 판매되고 있다.                    

<표> 식용유별 발연점과 지방산 비율 비교

   


<그림> 현미유와 다른 식용유 효능 비교

<출처 : D. Hota, et al., A Comparative Evaluation of Anti-hyperlipidemic efficacy of Rice bran oil, Olive oil and Groundnut oil, 2012, in Postgraduate Institute of Medical education and Research Report>     


  현미유는 건강기능적으로도 우수하지만,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원료로서도 특성이 매우 우수하다는 데에 대체 불가한 장점이 있다. 현미유는 다른 어떤 식용유보다도 발연점이 높아 쉽게 타지 않으며, 튀김시 고온에서 조리가 가능하다. 높은 온도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포함된 항산화물질 때문에 지방산패가 잘 일어나지 않으며, 지방산패시 나타나는 탄화물 생성 및 산패이취 역시 다른 유종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며, Rancimat으로 산화안정성을 측정해봐도 역시 매우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 현미유는 올리브유 같은 고유의 맛은 없지만, 뒷맛이 깔끔하여 일본에서는 고급 일식요리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중국, 베트남, 태국, 인도, 미국 등지에서도 고급 식용유로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미유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튀김용 외에도 샐러드유, 드레싱유, 스낵조미유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면서 일본내 식품업체, 식당, 급식 등 대형 수요처에서 거의 대부분의 현미유를 사용하고 있어, 가정용으로는 사용하고 싶어도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국산 원료가 있어도 전량 수입에 의존중... 현미유의 불편한 진실

  일본의 연간 미강생산량은 약 80만톤이고, 그중 40만톤 정도가 현미유의 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일본의 현미유 총 수요는 약 6만톤인데 이 중 4만톤 정도만 일본 국내산 미강에서 직접 착유하여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모자라는 2만톤 정도는 해외에서 1차로 착유한 원유를 수입하여 국내에서 정제한 후에 판매한다고 한다. 한편 한국은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진 상태라 유통되는 현미유의 거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2011년 FAO통계조사를 보면, 전 세계 현미유 유통량은 3만7천톤 가량이며, 그중 66%를 일본에서 33%를 한국에서 수입한다고 한다. 전 세계에서 현미유를 생산하는 국가들은 무역거래보다는 자국에서의 소비하는 것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현미유 수입국은 일본과 한국 단 2곳이지만, 일본은 자국 내 생산량으론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수입하는 것이지만, 한국은 국내 생산없이 거의 전량 수입한다는 면에서 문제다. 2012년 연간 1만2천톤에 달하던 국내 현미유 시장은 카놀라유, 포도씨유 등에 비해 비싼 가격, 홍보와 마케팅 부족으로 인한 낮은 소비자 선호도 등으로 인해 갈수록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해외에서는 지속되는 국제 원자재가 상승과 한정된 식용 자원에 대한 확보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활용 가능한 식용유 자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데 미강과 현미유도 그중 하나로서 최근들어 점점 주목받고 있다. 일례로, 전 세계 쌀 생산량 2위인 인도는 2013년 수입 팜유를 자국산 현미유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그동안 주로 사료용으로 주로 이용되던 미강유 원유를 정제하여 식용으로 활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다. 점점 심화되는 자원확보 전쟁과 식량안보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는 요즘, 국내에서 미강은 풍부하게 생산되지만 관련 원료 수급 시스템과 정제설비 부족으로 고급 식용유로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연간 국내 미강생산량은 연간 30만톤, 이 중 변질등으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한 양을 제외하면 최대 10만톤에서 15만톤가량이 현미유로 사용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며, 여기서 현미유를 생산한다면 최대 1만5천톤가량이 국산으로 생산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용 국내 자원은 무관심속에 방치한 채 수입에 의존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되며, 지금이라도 정부와 산업계,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고 활용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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