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Vol. 2
지금 사랑이 소중했기에, 사랑을 처음 느끼는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해서 사랑을 느끼는 순간을 머리로써 바라보려 했었다.
예를 들자면 일 때문에 바쁜 그녀가 밥을 못 먹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쓰였고,
먹이고 싶다는 생각에 늦은 시간이었지만 음식을 사가서 먹였다.
다음날 나는 새벽 출근이라 자는 시간이 특별히 부족해졌음에도, 그런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내 마음이 그녀에게 향했다는 사실에서,
사랑으로 설명해야 하는 필요성을[사랑 이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했기에] 처음 느꼈고,
사랑한다는 말을 처음으로 꺼냈다.
그 마음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머리로 생각한 사랑이란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느낀 사랑이 언제였을까를 돌이켜봤다.
이젠 너무도 분명히 사랑하고 있었지만 그게 언제부터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순간 그건 내가 알 수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홀에 내가 빨려 들어가는 순간을 상상해 봤다.
나는 순식간에 빨려 들지만,
밖에서 나를 보자면 내가 사건의 지평선으로 다가갈수록 멈춘 것처럼 보이며,
내가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은 절대로 관측할 수 없다.
내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블랙홀에 빨려 드는 것과 겹쳐 보였다.
사랑이라는 영역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사랑으로 정의되기 시작하는 건 순식간일지 몰랐지만,
정작 나는 그것을 절대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순간을 관측하고자 한 내 시도는 실패했다.
다만 이미 내 마음은 빨려든 뒤였고 사랑으로 정의되고 있었기에,
여기 내부가 외부와는 인과율이 성립되지 않는 독립된 공간이라는 사실만은 관측할 수 있었다.
외부의 어떠한 것과도 독립된, 마음 안에서 순수하게 정의된 사랑이었다.
결국 나는 언제인지 모를 순간부터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